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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Min Park Jan 29. 2024

솎아내고 골라내다

예비초등생 돌봄이냐 학원이냐

첫째가 졸업한 국공립 단설 유치원은 한 연령별 4반을 운영하는 규모를 가진 곳이다. 그에 비해 곧 입학을 앞둔 초등학교는 한 학년에 2반만 존재한다. 다행인 건지, 6년간 소수의 아이들과 보내는 일상이 괜찮을지, 6년 내내 교우관계가 원만하길 바라며 걱정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니게 될 초등학교에서는 예비소집일날 1시간 넘게 학부모 설명회를 해주셨고, 아이들도 교실에 가서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고 종이접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날 난 첫째의 적극적인 모습에 당황했고, 처음 본 친구, 학부모 앞에서 해맑게 먼저 인사를 한 첫째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귄 것 같아 기쁘다 말했다.


첫째는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고, 그동안 새 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낯가림이 심해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처음 기관에 다녔던 만 2세 어린이집 시절 6개월 동안 묵언수행을 했다는 이야기에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 집에서는 끊임없이 쉬지 않고 말하는 수다쟁이였는데 말이다. 그녀가 말을 잘한단 사실을 전혀 모르셨던 선생님과의 학부모 상담전화 중 옆에서 계속 종알대던 첫째. 6개월간의 이중생활이 밝혀졌다. 이유를 물으니 부끄러워서 말 못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치원 3년 재원 중에도 첫 학기엔 교사들이 걱정을 전했다. 친구들보다는 교구에 집중하는 편이라고. 그때마다 나는 선생님들께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테니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렸다. 덧붙여서 절친한 소중한 친구와 같은 반 친구를 구분해 생각하는 아이어서 그러하다는 말씀도 전했다(실제로도 아이에게는 KTX로 2시간 30분 이상을 가야 만날 수 있는 절친이 있고 둘만의 우정을 잘 그려나가고 있다). 다른 친구들은 반 친구일 뿐이라고 말했던 첫째는 시간이 지난 뒤 친해지고 소중해진 다른 친구들과도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며 사이좋게 잘 지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에 함께 진학하는 친구가 없다. 적응하기 힘들까 봐 무척 걱정했는데 그동안의 행보와 반대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서 다행이다 싶다. 입학식 이후에도 쭉 지속되길 기도한다.


첫째의 기질을 고려했을 때 돌봄 교실을 다닐지, 차량 운행을 하는 학원을 다니는 것이 나을지 고민스러웠다. 공교육을 믿어야지! 끝까지 믿자! 외치며 돌봄을 신청했던 것인데 인원수 제한이 됐다고 추첨에 오라 했다. 추첨에서 반드시 O를 손에 쥐어야 한다. 며칠 전부터 긴장돼서 계속 기도하며 제발 뽑히게 해 주세요 바라고 또 바랐다.


돌봄 교실에 들어서며 받은 번호 순서대로 호명되어 OX공을 뽑을 순서 번호를 다시 뽑았다. 그리고 그 순서대로 주황색 OX 공을 뽑았는데 다행히 돌봄 교실 확정을 알리는 O공을 손에 쥐었다. 아직 뒷 순서가 꽤 있었고, 남은 학부모를 배려하며 행복한 얼굴표정은 지우고 정문을 나왔다. 워킹맘인 나는 올해도 내 계획대로 더 바쁘게 일해도 된다는 사실에 뛸 듯이 기뻤다. 그리고 첫째는 공교육 안에서 보호받으며 돌봄과 놀이, 그리고 교육을 더 받을 수 있겠구나 안심하기도 했다.


워킹맘이 아닌 가정주부의 자녀들도 돌봄과 늘봄교실을 지원해 주고 모든 학생이 돌봄, 늘봄에 다닐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학교에서 배려해 주심 좋겠다. 2학년 때 다시 추첨에 참여해서 OX를 손에 쥘 수 있을지 없을지 가슴 졸이고 싶지 않다.

아이는 금세 자라 3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방과 후에는 알아서 집을 오가겠지만 부모와 다시 만나기 전까지 알차게 보낼 일정을 어찌 짜야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초등학교 학부모로의 삶은 처음이라서 시작 전부터 삐걱이는 중인데 나도 아이도 잘 적응해 봐야겠지. 입학식까지 마음 단련부터 해야겠다. 주변 얘기들에 흔들리지 않을 용기부터 장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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