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투데이 2024-10-04 08:01:01
'지역소멸'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우리 사회를 덮치고 있는 지금, 지역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마이스(MICE)' 산업이다. 특히 컨벤션센터는 지역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며, 많은 지자체들이 컨벤션센터 건립과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컨벤션센터 건립만으로는 마이스 산업의 성공을 담보할 수 없다. 단순히 건물만 지어놓는다고 경제성장이 저절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이스는 콘텐츠와 산업을 담는 그릇이자 플랫폼이며, 도시에서 이러한 플랫폼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마케팅 조직이 필수적이다. 바로 '컨벤션뷰로(CVB)'다. CVB는 도시의 마케팅 전담기구로서, 마이스 행사를 유치하고 지역을 홍보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또 한가지 아주 중요한 사실은 'CVB는 컨벤션센터뿐만 아니라 도시의 수많은 베뉴들을 관리하며 국내외 우수한 행사를 유치'하는 역할을 한다. 호텔, 유니크베뉴(박물관, 고택, 역사적 장소 등) 등 마이스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도시의 모든 베뉴를 관리한다. 최근들어 마이스참관객들은 컨벤션센터에서 뿐만 아니라 체험거리가 있고, 오래 기억에 남을만한 유니크한 장소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하고자 하는 요구가 늘고 있다. 이러한 니즈를 반영해 컨벤션센터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를 베뉴로 보고 마케팅을 전담하는 기구가 바로 CVB인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CVB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축소하거나 폐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역 마이스 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지자체의 CVB 운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지자체들이 컨벤션센터 건립에만 집중하고, 컨벤션센터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마치 전세계 많은 올림픽 경기장들이 대회 이후 방치되며 고민을 안겨주는 것처럼, 컨벤션센터도 이러한 ‘하얀코끼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특히 아시아를 타깃으로 하는 미주, 유럽 수요를 잡기 위해 싱가포르, 마카오,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은 이미 글로벌 마이스 시장에서 전력을 다해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려면 한국은 오히려 도시 마케팅을 더욱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이들 도시들은 해외 마이스 행사를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CVB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시류를 역행하는 행위와 다름없다.
지역소멸이라는 위기 속에서 컨벤션뷰로는 우리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 지자체 마이스 중장기 계획을 세울 때 늘 요청하는 것이 있다. 바로 해외 우수사례를 가져오라는 것이다.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는 CVB의 성공적인 운영을 통해 세계적인 마이스 도시로 발돋움했다. 라스베이거스 CVB는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세계 각국의 마이스 행사를 유치하고, 지역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같은 성공전략 속에는 LVCVA라는 컨벤션뷰로의 역할이 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호스피탈리티 분야 가장 세일즈를 잘하는 마케터를 CVB로 스카웃해 높은 연봉을 주고 성과를 낸다. 벤치마킹을 한다면 이런 포인트에 집중해 적용해야 하는데 우리는 알면서도 늘 공공성과 형평성에 집중한 인재선발, 조직과 예산 이슈로 몸살을 앓는다. 해외 우수사례를 가져와도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바꾸려는 의지'가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수많은 연구자들과 교수들이 CVB 중요성을 외치고 있으나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면 10년 전 마이스 활성화 계획과 10년 후 마이스 활성화 계획은 변한 게 없을 것이다.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 외치는 것이며, 핵심이기 때문에 쳇바퀴 도는 것 같지만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이다.
CVB는 도시마케팅 전담기구이자 선도적으로 리딩하는 그룹이 되어야 하지, 행사 하나를 지원해주는 지원기관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무기를 갈고 닦아 전쟁에 참여를 시켜야 하는데 군사도 주지 않고, 무기도 녹슨 채로 놔둔다면 어떻게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마이스 도시 전쟁은 전략적 인해전술이 필요하며, 최신무기로 덤비는 다른 도시와 우리가 현재 과연 경쟁할 수는 있는 시스템인지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CVB는 단순히 마이스 행사를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도시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행사를 발굴하고, 글로벌 마케팅을 통해 해당 도시의 매력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한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뿐만 아니라,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 도시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경제적 구조를 만드는 데 CVB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이를 경시하는 정책은 결국 그 도시의 장기적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지금은 한국의 MICE 산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골든타임이다. 정부 부처와 각 도시의 정책 결정자들은 이 시점을 놓쳐서는 안된다. 마이스 산업의 성공 여부는 CVB의 활약에 달려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 각 지역이 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극복하고, 자립 경제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CVB를 활성화시켜야 할 때다.
글/ 윤영혜 교수
동덕여대 글로벌MICE 전공
위 기고문은 마이스투데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