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일을 진행하다가 과제에 변경점을 통보 받았습니다. 2개월간 나름의 노력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뭐랄까 변경점이라고 하기에는 리디자인에 가까웠습니다. 여러가지가 말입니다.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메신져로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개인적으로 투박한 어투의 메신져를 보내는 사람으로부터 전 이미 짜증이 나 있었습니다. 엄밀히 이야기 하면 초기 디자인이 엉성했고, 보완해주려고 프로토타입을 떠 먹여 주면서 끌고 왔는데 말입니다.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이야기인 줄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초기 대비 많이 바뀌었고, 다시 검토해야 하고 내부 사정도 있어서 딜레이가 될 겁니다. 현재 동시로 진행하는 일도 많고요."
"저희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조금 바꾸는 것인데 어떻게 안될까요?"
"보고 하시는 부분때문에 그러시면 제 핑계를 대세요. 빈정상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저희 상황이 그렇습니다."
상대는 이해를 못하는 것은 아닌데 이런 상황에서 자기가 납득을 시켜 일정 딜레이를 안 일으켜야 자신의 능력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더 가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같잖았습니다. 회사 생활 몇년도 안한 녀석이 벌써 부터 저런 것만 배워가지고, 그것보다 그 변경점에 디자인을 더 충실하게 했어야 하는데 시간을 더 쏟아야 할 것 같은데 일이 제대로 진행되건 안되건 일단 보고할 때 뭐라도 이야기를 할 생각만 머리에 가득하니 말입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참 같잖게 느껴지네요. 뭐 그리 대단한 일 한다고 말입니다.
짜증나서 친한 후배와 저녁에 소맥 한잔 했습니다.
"저쪽에서 변경한 부분이 가장 큰데 왜 핑계를 대라고 하셨어요?"
"그렇긴 한데 변경한 부분도 내가 아닌 누구라면 금방할 수 있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결국 내 능력 문제일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
집에 가는 길에 셀프 가스라이팅을 당한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능력이 부족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며, 불공정하고 비 효율적인 업무 처리를 그쪽에서 한 것도 사실입니다. 아쉽게도 능력이 뛰어났으면 불공정하고 비 효율적인 업무 처리 방식을 커버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지울수가 없었습니다.
나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이 상황은 저 사람들 때문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나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능력을 키우기 위해 더 노력해야 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아니면 둘 다 일까요?
최근에 좀 번아웃 된 느낌과 마음이 아픈 느낌이 좀 있습니다. 마음이 아플 때는 기억력이 떨어지고 텐션을 올렸을 때 에너지가 떨어지는 느낌이 더 확연히 다가 옵니다. 저 능력도 마음을 아프게 하는 하나의 요인임도 분명한 것 같습니다. 마음이 아플때는 아주 작은 자극에도 예민해지니깐요.
나이도 정말 이제 적지 않은데 이제와서,,, 할 것도 많은데,,, 생각이 복잡합니다. 차근 차근 해야겠지요. 차근 차근 좀 내려 놓고, 안되는 것은 부탁하고 말입니다. Aㅏ,,, 요새는 Ego 가 나오는 듯 합니다.
정말 정말 차근 차근 베이비 스텝으로 해야겠습니다.
어제 서울체크인을 보다 나 스스로를 쓰다듬는 이효리님을 보고 따라해 봤는데 아 씨 눈물이 자꾸 나네요.
고생했고, 장하다. 오늘 하루 사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