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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ha Apr 21. 2024

해외에서 불확실성과 불안을 이겨내는 법

시드니에서 살아남기 (2) 

제목 그대로, 나는 요즘 불확실함 그리고 불안이라는 감정을 이겨내는 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는 내가 이렇게... 불안함이라는 감정을 잘 느끼는 사람인지 몰랐다. 스스로 되게 스릴을 즐기고, 익사이팅한 순간들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와 동시에 불안도도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에 확실히 깨달았던 것 같다. 

시드니의 발모랄 비치! 이곳은 관광객들이 주로 찾아가는 본다이비치와 맨리 비치와는 다르게, 로컬 호주인들이 즐기는 비치 중 한 곳이다. 아는 동료분의 추천으로 함께 오게 되었다.

근무하고 있던 기존 직장에서의 계약이 거의 만료되어 가고, (글을 쓰는 시점에서 3주 정도 남았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기간이 약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과연 일을 구할 수 있을까 라는 불안감, 남자친구를 놔두고 내가 한국으로 떠나게 되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 등등 


소모적이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쓸데없는 걱정들을 하고 있는 내가 싫었다. 솔직히 이런 걱정들을 할 시간에 일자리를 찾아보는 것이 훨씬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임을 이성적으로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내가 이렇게 멘털이 약한 사람인지, 불확실한 상황을 견뎌내기 힘들어하는 사람인지를 처음 알았다.. 

발모랄 비치 앞 카페에서 먹은 브런치! 색감이 너무 예쁘다:) 


걱정과 불안감이 갑자기 막 밀려오면서, 불면증에도 잠시 시달렸다. 

그렇게나 재미있었던 호주에서의 생활들이 감흥이 없어지고, 날씨도 점점 흐려지고 추워지면서 내 기분은 점점 다운되어 갔다. 

하지만 회사에서는 내 기분을 표출하면 안 되기에, 오히려 웃으면서 기분 좋은 척했고 집에 돌아오면 더 기분은 다운되어 있었다. 


함께 호주를 즐기던 친구들은 하나둘씩 본인의 나라로 돌아갔기에 사람으로부터 힘을 얻는 내가 

리프레쉬할 수 있는 기회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 

슬로바키아 친구들과 브론테 비치에서 먹은 아사이볼과 샐러드. 이 날 참 추웠는데..

나는 왜 이렇게 우울했던 것일까? 

생각해 보면, '내가 노력한다고 바꿀 수 없는 문제'에 직면했기에 무력감을 느낀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한국에서 겪은 문제들은 보통 내가 열심히 노력하면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것들이었는데 

내가 지금 마주한 '비자'라는 문제와 내가 겪고 있는 한계들은 사실 내가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들이 아니다. 

채스우드에는 목요일과 금요일마다 야시장이 열린다. 그곳에서 먹은 한국식 핫도그와 어묵! (어묵은 우리 한국인이라고 아저씨가 서비스로 주셨다 ㅎㅎ)

저렇게 불안함에 휩싸인 시점에서, 글을 쓰는 지금 나는 훨씬 감정상태가 편안해졌다. 


그 이유는 첫째, 나의 솔직한 상황과 감정들을 남자친구한테 다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사실 비자 문제가 있고,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었을 때 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한 선택지는 '한국으로 귀국'이다.


가장 편안하고 쉬운 선택지. 하지만 내가 이걸 최후의 선택으로 삼고 싶었던 이유 중 98%는 호주에 있는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나도 몰랐지.. 내가 이렇게 남자친구, 연애라는 것에 진심일 줄은 ㅎㅎㅎ 사랑에 울고불고하는 친구들과 지인들 이해를 못 했었는데 지금 내가 그러고 있다... 암튼! 


그랬기에 이 문제에 사실상 큰 관여가 되어있는 남자친구에게 나의 걱정과 고민을 계속 숨기다가,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전화로 털어놓았고. 


4시간 동안의 통화 이후 나는 정말 많이 편해졌다. 남자친구가 내 고민과 걱정들을 차분히 들어주고 위로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 사단 이후 나는 남자친구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성숙하고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의 비비큐 파티에 초대된 날. Cl 어쩌고 비치. 시티에서 버스를 타면 도착! 날씨도 최고였고, 비비큐도 꿀맛이었다. 

두 번째 이유는, 주변사람들의 위로와, 실질적인 해결책들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들 (내가 어떤 것들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떤 어려움들이 눈앞에 있는지 등)을 과장님한테 털어놓을 기회가 있었고, 과장님은 진심 어린 조언들을 나에게 해주셨다. 그때 나눈 대화들도 나에게 큰 힘이 되었다. 더불어, 일자리라는 문제도 잘하면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 (물론 시간이 좀 더 지나 봐야 확정이 나겠지만..) 


아무튼! 이번에 나는 고민을 감추고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나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이 나의 마음과 실질적인 해결에 더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친구들의 고민을 잘 들어주기는 하지만, 나의 큰 문제들과 약한 점들을 남들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어떤 종류의 고민인가에 따라, 이걸 드러내는 게 나은지 감추는 게 나은지는 다르겠지만 


이번에 내가 갖게 된 류의 고민은, 확실히 오픈하고 나누는 게 더 나았던 것 같다. 아무튼.. 덕분에 잠도 다시 잘 잘 수 있게 되었다. 

이 비치는 파도도 강하지 않아서 스노클링에 최적화된 비치였다. 

사실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고민은 100% 해결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치열하게 고민함과 동시에 , 소모적인 감정들은 제쳐두고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알차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에 혼자 나를 놔두지 않으려고 하고, 힘이 없어도 한 끼 한 끼 맛있는 밥을 먹으려고 한다. 

운동은... 요즘 들어 잘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현실은 현실이고, 고민은 고민일 뿐. 그 과정에서 나 스스로를 아껴주려는 노력은 계속해나가야 한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것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내 공식적 첫 직장에서의 프로젝트 마무리. 달링하버 뷰 보면서 맛있는 해산물을 먹었다. 멋진 사람들과 함께! 

어떤 글을 읽었는데, 거기서 '불안과 두려움만 다스릴 줄 알아도 80%는 성공한 것'이라고 했다. 

정말 정말 많이 공감이 되었다. 


특히나 나는 불안함이라는 감정에 취약한 사람인데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사실 그동안의 과정에서 알게 된 나의 특징,,) 더 확실한 결과를 좋아하고, 애매모호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세상 많은 일들이 참 불확실하고 모호하다. 나에게 확실한 답을 주는 경우가 많지는 않다. 인간관계든, 일이든..! 


그래서 나는 좀 더 불안한 상황과 불확실함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 같다. 그리고 이번이 이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련다. 

회피하지 말고, 직면하자! 더욱 강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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