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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inga Oct 13. 2020

연어덮밥


지난 9월 중에는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일상을 살았다. 세 식구가 모두 하루 종일 집에서 지내는, 마치 디스토피아 영화 속 장면을 연상시키는 그런 일상이었다. 아침식사 후 아이는 집에서 화상 수업을 하며, 아내는 아이를 돕는다. 나는 주간에 일하고, 저녁에는 교대를 하여 아이와 지내고. 집안 일은 그 사이 사이 짬짬히, 모두가 엉키어 시간을 쪼개고 나누어 쓰는 날들.


덕분에 평일에도 식사 준비를 할 일이 많았다. 자연히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는 메뉴를 찾게 되더라. 아직은 의욕이 있으니 그럴싸해 보이는 것으로. 연어덮밥은 취지에 잘 맞는 음식이다. 밥을 넣고, 데리야끼 소스를 뿌리고, 채 썰어 찬물에 둔 양파를 넉넉히 덮는다. 그 위에 연어를 올리고, 나머지는 옵션. 다진 파나 케이퍼, 무순, 단무지 등 있는 것을 올리고. 와사비를 두면 완료. 데리야끼 소스는 옆에 같이 차려내면 된다. 굳이 포인트를 꼽으라면, 따뜻한 밥과 연어가 직접 닿지 않게 양파를 골고루 잘 덮는 정도인 것 같다. 데리야끼 소스를 미리 끓여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끓이거나 데울 것도 없고 칼질도 많이 들지 않는 간편한 메뉴. 전통의 맛은 아닐지라도, 데리야끼 소스는 적당히 단짠인 다른 맛간장으로 대체해도 되겠다. 우리 집은 '꿈꾸는 할멈' 블로그의 간장을 좋아한다.


연어는 드물게 우리 가족 3명 모두가 좋아하는 식재료다. 연어장을 해주어도 좋고, 초밥을 해주어도 좋고. 연어회만 있다면, 연어/밥/간장 조합이면 매우 간편하면서도 충분히 맛있다. 갇히고 엉키어 지내며 쌓이던 불만과 권태를 잠시 잊게할 그런 신선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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