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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est cyclist Jul 31. 2018

나홀로 여행을 위한 세가지 팁

혼자라서 완벽한 여행


한 해동안 10개 국 22개 도시를 여행했다. 스물 한 살때 처음으로 혼자 떠난 남미여행을 시작으로, 유럽 곳곳을 홀로 다녔다. 그렇게 하나 둘 남녔던 메모를 얼마 전에야 정리했다. 나홀로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팁들이다.



1. 일출과 일몰 시간을 알아두자


나홀로여행을 하다보면 고려할 사항이 크게 줄어든다. 나만 좋으면 되니까. 사랑하는 공간과 시간이 생겼을 때 별 고민없이 몇 시간이고 낭비할 수 있다. 그래서 그 공간이 가장 아름다워지는 시간을 좀 더 오래 포착하고 간직할 수 있다.

일출 직후 30분, 일몰 직전 30분은 지평선 너머의 태양빛이 하늘이 붉은 빛과 노란 빛으로 뒤섞이는, 소위 골든아워다. 이 시간대에는 바다나 강 주변이 멋지다. 수평선 위로 온통 분홍색 하늘이 가득차고, 그 분홍빛이 바닷물 위로 번진다. 바다가 없다면 도시의 동서를 관통하는 대로 근처로 가도 좋다. 도시 위로 빛의 장막이 깔리는 걸 볼 수 있다. 여기에 구름까지 끼면 최상의 조건이다. 빛이 더 강하게 산란하기 때문이다.

스페인 남부 도시 알리깐떼의 아침. 불난 줄 알고 깬 적이 몇 번 있다. 껄껄.


1.1 음력달력을 살펴보자


보름과 그믐도 알아두면 좋다. 바다나 강이 있는 곳이라면 (계속되는 물사랑!) 보름일 때가 좋다. 크고 밝은 달의 스포트라이트가 물에 부딪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인적이 드문 곳으로 떠난다면 그믐이 더 멋지다. 달빛이 없는 그믐에 별이 더 밝게 빛나기 때문이다. 가장 찾기 쉬운 오리온자리나 북두칠성에 대해서 조금 공부해 가면 더 좋다.


며칠전 알리깐떼. (계속되는 알깐사랑) 선명한 오리온자리를 확인할 수 있다. 가운데 세개가 오리온자리의 허리띠다.



2. 공연을 예매하자


여행지와 일정이 결정됐다면 구글에 [ Events in (도시명) ]치고 일정으로 필터링하면 해당 기간에 있는 콘서트, 뮤지컬, 오페라 등 을 예매할 수 있다. 예매를 깜빡했다면, 구글에 [ (도시명) Jazz Bar ]를 치고 8시 이후에 가면 된다. 영국 전역이 그렇지만, 특히 에딘버러는 유명하지 않은 동네 재즈바에 가도 굉장히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 Open MIC에 방문하면, 서로 모르는 동네사람들이 즉흥잼을 맞추기도 하고 수더분한 뮤지션이 끝내주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한다. 눈 앞에서 <비긴 어게인>이 펼쳐진다. (술 한 잔 걸쳐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방콕의 재즈바. 저 언니는 거의 에이미 와인하우스였다. 사랑해요, 많이.



3. 도시의 BGM을 만들자


나는 여행할 때 이어폰 두개에 아이팟을 챙겨다녔다. 이어폰은 고장을 대비한 여분이었고, 아이팟에는 여행하는 도시마다 플레이리스트를 미리 만들어 담아두었다. 최대 장점은 여행을 끝낸 뒤 돌아왔을 때 같은 음악을 들으면 그 감정이 다시 살아나서 더 긴 추억팔이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 부터는 어플로 현지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물론 알아듣는 언어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 나라 언어는 항상 그 나라 분위기를 닮아있다. 사이사이에 깔리는 음악 역시 잘 어울릴 수 밖에 없다. 듣다가 좋은 곡이 걸렸을 때 곡 제목을 영원히 찾지 못하는 비극이 시작된다는 게 문제긴 하다.

부다페스트. 헤드위그 테마를 들으며 나는 아씨오 남자를 외쳤지.



+ 낮 시간에 장을 보자

조금이나마 말이 통하는 나라에 갔다면 거주지역에 있는 시장에 가야한다.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점심 시간 이후의 두 세시쯤 가면 현지 주부들이 장을 많이 본다. 좀 미친 애처럼 들리겠지만, 모르는 거 있으면 "이거 뭐에요, 이걸로 뭐 해먹어요?" 웃으면서 물어보자. 아주머니들이 보통 쉽사리 대답해주시고, 거기서 잘 맞으면 대화가 더 이어진다. 한 번은 무슨 오트밀 죽 얘기하다가, 브렉시트 직후라서 정치인 욕 하다가, 남편 욕으로 끝났다. 서로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려서 빨리 헤어져야 했다.. (씁쓸)
 

바르셀로나의 한 지역 축제에서 코코넛 벤더. 쓸데없이 친해져서 길거리에서 같이 코코넛 팔았다.


나홀로 여행은 외로워서 더 멋진 시간이다. 아무도 모르는 시간과 공간 속에 놓였을 때 내가 어떻게 세상을 보고 반응하는지 온전히 관찰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세 팁은 지극히 개인적인 추천임을 인정한다. 그래도 한 번 시도해보시라! 셋 중 (사실 다섯개) 하나라도 좋은 경험을 준다면 도전해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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