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햇수는 쌓였고 마치 원래부터 이렇게 살았던 것처럼 예전에 가졌던 생각들이나 소망들은 어렴풋하다. 괜찮은 걸까 괜찮지 않은 걸까. 정신이 아득해져 사북자리에 설 때마다 나를 간신히 세상 쪽으로 끌어당겨준 기적들도 이제는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것만 같아 두렵기만 하다. 넘어지는 것은 일어나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라던데 나는 어째 일어나는 법을 매번 까먹는 듯하다.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onger’는 신 앞에서도 강철 같았던 니체의 유명한 말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조커는 이 말을 살짝 꼬아 ‘What does not kill me makes me stranger’라고 했다.
영화를 볼 때는 그냥 미친자의 재밌는 언어유희 정도로 듣고 넘겼는데 가만 보면 서로 통하는 말인 듯도 하다.
모두가 니체처럼 비범할 순 없어서 범인凡人은 시련 앞에 얼마든지 죽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죽지 않기 위해 내가 서있는 곳을 조금씩 바꿔왔다. 바꾸지 않고 그대로 서있으면 기차처럼 달려오는 시련에 그대로 뭉개질 것만 같았다.
그러니까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내가 보기에 조금 이상한 곳에 서있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래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결국 이상해짐으로써 강해졌다고 볼 수 있다(실제로 강해진 것 같진 않지만…).
조커가 여기까지 생각했을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어쨌든 조커도 이상해짐으로써 희대의 빌런으로 강력해졌으니 니체의 말은 한 번 꼬아도 의미가 통하는 대단한 명제임이 틀림없다.
2022.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