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제작일지 10.
연출을 내려놓았다.
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하고픈 말들이 있다고 해서 모두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가슴속에 묻어두고 정진하는 것이 내게도, 모두에게도 좋은 일일 테다. 타의에 의해 쉬어본 적은 있어도 내 뜻에 의해 이렇게 오래 쉬어본 적은 처음이다. 나는 <심야괴담회>를 통해서 교양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믿음을 현실 속에 관철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어쩌면 나는 막다른 길을 보았던 것 같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사소한 이익의 옹호가 아니라, 더 크고 나은 방향을 사고하려는 사람에게는 오로지 체념만이 옳은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