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괴담회 시즌4 제작일지
지난 일요일에 첫 녹화가 있었다. 2년 만에 돌아와 보니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PD들은 다소 바뀌었지만 '심괴의 어머니' 남수희 작가와 함께 시즌 1 때의 작가진이 그대로 다시 들어왔다. 좋은 조건을 마다하고 더 낮은 고료를 감수하고 다시 돌아와 주는 모습을 보노라니 PD에게는 세상에 이런 복이 없는 것 같다. MC들도, 카메라감독, 기술감독도 반가워해주신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첫 녹화다 보니 우여곡절이 따랐어도 오후부터는 순조롭게 연착륙했다. 녹화를 마치고 나를 대신해 시즌 2,3를 이끌어준 후배 정명훈 PD에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
<심야괴담회 시즌4>를 맡으면서 내가 회사 내에서 '심버지'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회사에 이렇게 족적이 남는 것도 정말 큰 복이다. 옛말에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는데, 어느 교양국 선배가 이 말을 바꾸어 'PD는 운칠복삼' 운이 따르는 것이 칠 할이요, 복을 받는 게 나머지라고 했다. '복삼'을 이루었으니 '운'이 따랐으면 좋겠다.
강남역 어드메에 유명한 우동집이 있어 찾아가 본 적이 있다. 때는 마침 인적이 드문 늦은 점심시간, 주문한 우동이 나왔고, 가게 한켠에서 그 집 사장이 자기네 우동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객에게 이처럼 맛에 대한 신뢰를 주는 광경이 또 어디 있을까? 다시 <심괴>를 맡으면서 이런 심정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맛이 아니면 내지 않겠다. 그러나 공모작들이 많이 모이지 않아 그런 자부심이 흔들리고 있다. 있는 것을 가지고 잘 낼 수는 있지만, 없는 것을 가지고 잘 낼 수는 없다. 부디 <심괴4>가 시작되었다는 소문이 많이 나서 괴상하고 재미있는 괴담들이 많이 당도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