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에서 배우는 목표실현
추악한 곳에서 독을 빼 약으로 쓴다.
12.12사태를 소재로 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을 보았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어떤 느낌과 생각이 들지 궁금했다. 영화 속에서 목표라는 주제를 건져내 보기 위해 전두광에게 집중했다. 그가 영화에서 정권을 빼앗기 위해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이뤄 가는지 담담하게 지켜보았다. 하지만 보는 내내 약간의 흥분과 긴장 속에 영화에 몰입하게 되었다. 12.12 군사 쿠데타라는 잘못된 역사와 악인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영화를 통해 목표실현전문가의 관점에서 보고 싶었다.
전두광은 자신의 잘못된 꿈, 정권획득을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이뤄냈다. 실제 역사에서는 쿠데타에 가담하지 않은 군 리더들도 있었고 무능했던 군 간부들의 현명한 선택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영화에서 전두광은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광적인 리더십으로 하나회를 이끌어 결국 목표를 달성했다. 목표를 달성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영화 속 스토리를 기준으로 분석해 보았다.
첫째, 꿈을 목표로 전환시켜 이룰 수 있었다. 전두광은 좌천되어 옷을 벗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빼앗기로 결심했다. 정권획득은 꿈이다.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자신의 집에서 하나회 사람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꿈을 얘기하고 설득시켰다. 그리고 12월 12일 하루 만에 끝낼 계획을 시간대별로 치밀하게 세웠다.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을 계획을 세워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로 현실화했기에 이룰 수 있었다.
둘째, 설레이는 목표를 공유해 사람들의 힘을 모았다. 목표는 설레어야 한다. 목표는 생각하기만 해도 가슴설 레고 두근거려야 한다. 잘못된 신념을 가진 이들에게 정권을 차지하는 것은 가슴 설레는 욕망이다. 이 욕망에 눈이 멀게 하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설득해 힘을 모았다.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할 때 목표는 더 쉽게 이룰 수 있다. 사람을 모아 힘을 키웠기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셋째, 12.12일 데드라인이 있었다. 목표달성에 데드라인은 중요하다. 시간이 무한정 길어지면 힘은 분산된다. 무언가 목표가 세워지면 밀고 나가야 한다.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새 내각이 들어서기 전날 12.12를 목표로 했다. 두 달도 안 되는 기간 안에 거사를 계획하고 실행했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분위기가 안정되며 쿠데타가 성공할 확률이 낮아진다. 어지럽고 불안정한 시국을 틈타 한번에 처리하는 것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유효했다. 12.12를 넘기면 이 쿠데타는 실패로 돌아가기에 반드시 끝내야 할 데드라인이 되었다.
넷째, 목표를 성공시킬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었다. 전두광은 정상호 계엄사령관 육군참모총장의 견제를 받으며 동해경비사령부로 좌천될 위기에 있었다. 좌천 후 옷을 벗게 되는 비참한 미래가 그려지며 전두광에게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함이 되었다. 이 절박함이 계엄사령관을 납치하고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과 엮어 위험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계획을 세우게 했다. 그리고 이 쿠데타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본인이 생존할 수 있는 나아가 야망을 이룰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절박함은 목표를 향해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되었다.
다섯째, 자신의 쿠데타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다. 자신의 친한 친구인 노태건이 의지가 약해지거나 하나회 장성들이 위기에 빠져 단합이 흐트러질 때마다 전두광은 목표가 반드시 이뤄질 거라는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목표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이 있었기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여섯째, 목표를 달성을 위해 단 하나의 승부로 에너지를 모았다. 극 중에서는 전두광이 바둑을 두며 흑이 단 한수로 판세를 뒤집는 것을 노태건에게 얘기한다. 쿠데타 역시 12월 12일 단 하루 9시간 만에 끝냈다. 길게 늘어뜨려 에너지를 분산시킨 것이 아니라 단 하나에 집중했다. 그 9시간에 자신이 모두 끌어올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집중했다. 전방에 있는 2 공수여단을 어떻게든 끌어와 사용했고, 국방장관을 활용해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설득시켰다. 또한 시민들을 위험한 현장에 노출시켜 자신들의 바리케이드로 사용했다. 야비하지만 본인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결국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영화는 권선징악 스토리에 익숙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받게 했다. 하지만 우리가 직시해야 할 역사이며 잊어서는 안 될 뼈 아픈 교훈이었다. 독사는 사람을 죽이지만 독은 약으로 쓸 수 있다. 어떻게 독을 쓰느냐에 따라 독이 되고 약이 되는 것이다. 독사의 독이 나쁘다고 독사를 모두 죽이는 것이 아니라 도움 될 수 있다면 적극 활용해야 한다. 나 역시 전두광의 잘못된 목표 달성에서 성공할 수밖에 없었던 독을 빼서 약으로 쓰고 싶었다. 이 독을 우리의 바람직한 목표 달성에 적용할 수 있다면 훌륭한 약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전두광의 추악하고 더러운 쿠데타에서 우리는 배울 것이 있다. 악이 승리하여 우리를 슬프게 하지만 승리할 수밖에 없었던 핵심을 훔쳐야 한다. 그 핵심을 올바른 곳에 적용하여 또 다른 악에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악의 핵심 무기를 빼앗아 아군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수 있을 때 소중하고 지켜내야 할 힘을 가지게 된다. 쿠데타를 성공한 뒤 화장실에서 혼자 미친 듯이 웃고 있는 전두광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을 훔쳤다. 이것으로 나는 훌륭한 목표를 이루는데 활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