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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경 Sep 04. 2020

오후 다섯 시 삼십 분의 골목길

  오늘은 강한 태풍이 지나간다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밤새 바람은 살구나무를 머리채 쥐어 잡은  흔들어 대고, 창문을 날려 버릴  불어댔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무리 거센 비바람이 몰아 쳐도 저는 아침에 달리겠다 생각했습니다.

  얼마  폭우가 내린 아침 생각이 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달리러 나갔습니다. 나무들이  있나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산책로 진입 부분에 노란색 비닐 띠로 출입금지 라인이 쳐져 있었습니다. 몸을 멈추고 노란  너머를 바라보니, 불어난 물이 산책로를 집어삼켜  달리던 길이 사라졌습니다.  순해 보이던 운중천이 사자처럼 변해있었어요. 황토색 물살이 거세고 유속도 빨라, 보기만 해도 무섭고 어지러웠습니다.  정도로 비가 쏟아지는 새벽에, 다른 사람의 안전을 위해 누군가 수고해 주신 것이 감사했습니다.

  다리를 건너 지대가 높은 길로 되돌아가며, 혹시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분들께 누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리 내가 달리고 싶고 달릴  있다 해도, 태풍이나 폭우처럼 안전을 위협할  쉬어가야겠다 생각했어요. 안전은  지켜야 하는 기준이니까요.

  오늘 아침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책을 폅니다. 어제부터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읽고 있습니다.

  1932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은 뉴욕의 작은 아파트를 떠나 버몬의 황폐한 농가로 이사합니다. 20 동안 그곳에 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실천했습니다. 사실  책은 재작년 즈음 도서관에서 빌렸다 지루해  읽지 못했던 책입니다.

  25페이지를 읽고 있는데, 이런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음식 만들기에는 시간을 최소한 투자하고, 밖으로 나가든지 음악이나 책에 몰두하고 싶다’! 정말 요즘  마음입니다.

  저는 식사는 간소하게 하고, 남는 시간을 글을 쓰거나 책을 보는 데 사용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 중인 아들과 재택근무 중인 남편의 끼니는 그렇게  되는  같아요. 제가 먹을 것엔  관심이 없으니, 남편이 식사를 준비하고 저는 주로 설거지를 담당합니다.

  저는 그릇  개만 사용하면  끼를 해결할  있는데, 포장이며, 웍부터 냄비에 접시에 밥공기에 식도에 과도에 뒤지개까지 설거지하고 있자면, 과연  끼를 이렇게 먹어야 하는가 의문이 생깁니다. 끼니때는  얼마나 빨리 되돌아오는지요. 

  오늘은 저녁에 달려 봅니다. 벌써 공기에서 냉기가 느껴집니다. 가을용 운동복이 필요하겠어요. 오후 5 30. 동네 슈퍼에서   , 레몬  개를 종량제 봉투에 담아 돌아오는 길은, 실컷 놀다 엄마가 부르시면 저녁 먹으러 들어가던  골목길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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