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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파파 Aug 09. 2022

페르소나의 품격을 높이다

진실의 연기로 삶의 밀도를 드높이자

“사장에게 가서 아침 인사도 드리고, 오늘 일정 체크도 하고, 또 직원들에게 전달해야 할 말이 있다면 무엇인지 확인도 해보고.”


상사의 전화 속 일갈에 화들짝 놀랐다. 소위 총무팀장이라는 사람이 책상머리에만 앉아 이렇다 할 액션이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던 찰나에 참고 참다 심중에 꺼낸 말이리라. 하지만 총무팀장이란 타이틀로 이제 6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넘어야 할 허들을 마주하는 순간이 참으로 고달프다. 더욱이 타인과의 협업보다 여태껏 혼자 일처리 하는 타입이라 팀장이란 타이틀은 또 다른 나의 도전이다. 그런 가운데 사장 비위까지 맞추라는 데, 머릿속으로 알지만, 가슴으로 이해되기까지는 어렵기 그지없다. 


어느날 문득 ‘또 다른 페르소나를 꺼내들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을 마음가는 대로 어찌할 수는 없는 법. 때문에 또 다른 가면을 꺼내들 준비를 한다. 탄식과 하소연보다는, 미처 몰랐던 내면의 새로운 자아를 발견하는 '유레카'를 외칠지도. 또 다른 '분인'이 직장이란 세상에서 제대로 활개를 칠지 아무도 모른다.




인생의 무대에 서면 다양한 가면을 바꿔 쓰며 역할놀이를 한다.해야한다. 나와 결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페르소나를 거짓 자아라고 단정했지만, 인생 전반기가 끝난 지금 그 역시 나의 또 다른 '분인'이더라. 목소리가 달라지는 '분인'도 있고, 억지웃음 속에 하루를 조율하는 '분인'도 있다. 그런가 하면 정제되지 않은 감정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만났을 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분인'도 '갑툭튀'한다. 때문에 포커페이스로 아무렇지 않게 페르소나를 꺼내 드는 이들에게는 신비로움이 있다. 뭔가 다양한 '분인'이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는 약간의 시샘과 함께.


나에게 페르소나는 지금껏 상황에 맞는 '역할 분담'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짐한다. 각각의 페르소나의 수준과 품격을 높여보자고. 그것이 개별적 역할에 할당된 최소한의 책임이자 비루하지 않은 삶을 사수하는 일이라고. 집에서는 아이와 아내와 사는 페르소나가 있다. 부모님과 장모님에게도 마찬가지다. 거짓 연기가 아니라 참 연기가 필요하다. 회사에서는 수시로 페르소나가 바뀐다. 사람에 따라, 환경에 따라, 업무에 따라. 변검의 능숙함을 익히며 고달픈 도장깨기를 한다.




2022년에는 지금까지 얼르고 달래며 이끌어왔던 기존의 페르소나에 더해 새로운 뭔가를 덧씌우고 싶다. 페르소나의 품격과 더불어 삶의 밀도를 팍팍 높이기 위해. 심리학자 구스타프 융은 페르소나를 개인과 사회적 집합체 사이의 일종의 타협이라고 정의했다. 원래 내 모습과 사회에서 기대하는 나, 이 둘 사이의 어딘가라는 의미다. 결국 페르소나를 터부시 할 필요가 없다. 다만 나의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주는 페르소나만큼은 품격을 높이고 성찰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음을 한시도 잊지 않을 것이다. 


"네 본부장님, 사장님에
게 아침 인사도 드리고, 일정도 체크하고, 직원 전달사항이 무엇인지 먼저 확인도 해보겠습니다. 지금껏 없던 저의 새로운 페르소나를 장착했으니 문제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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