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성실’ 하게 산다는 방증표
영어 공부와 몸의 무게를 덜어내는 다이어트는 공통점이 있다. 잠시만 느슨해지거나, 틈을 두면 수치로 증명해 온 결괏값이 한순간에 말짱 도루묵이 되고, 그 결과에 실망해 다시 핸들을 잡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되려 포기로 점철되는 악순환으로, 영어는 내팽개쳐 치고 몸무게는 앞자리 숫자가 바뀌는 참사를 겪는다.
하지만 반대로 꾸준함으로 승부를 건다면, ‘성실’이란 잠재적 역량(?)을 확인할 수 있고, 이런 부분이 모티베이션으로 작용해 삶의 결을 당당하면서도 부드럽게 매만지는 동인이 된다는 사실이다. 점진적으로 버텨낸다면 분명 평타는 친다는 클리셰가 진부할 수 있지만, ‘성실’이란 지표가 가리키는 지점은 생각보다 매력적이다
내가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02년 뉴질랜드 어학연수 이후 명멸해 가는 실력에 아쉬움을 느끼며 투자 대비 어느 정도는 어학실력에 결과를 내고 싶은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다. 벌써 20년이 지났고, 그동안 영어공부를 중단한 시기도 길었지만, 어찌 됐든 끝까지 붙잡고 지냈다. 그렇다고 시간에 비례해 영어실력이 눈에 띄게 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히 지금은 영어를 즐기는 중이다. 적어도 스트레스의 대상이 아닌, 삶의 건강한 친구로 여기는 인식의 전환은 버팀의 선물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아들의 영어 학원숙제를 봐주기도 하고, 해외 가족여행에서 택시기사와 담소를 나누는 등 그 효용가치를 느끼는 중이다.
나는 이를 ‘성실’의 결괏값이라 칭하고 싶다. 평생지기를 얻은 건 덤이다. 또한 영어는 정복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여기며, 매일매일 모르는 단어와 숙어를 마주할 때마다 늘 배움을 탐한다. 해마다 쌓여가는 EBS 파워잉글리시의 책들은 이런 흔적의 소산이라 감사할 따름이다. 물론 언젠가 막힘없이 유창한 영어실력을 탑재하고 싶지만, 이 또한 욕심임을 알기에 그저 동행하는 것만으로 고맙다.
다음은 몸무게. 나이에 비례해 점증하는 구조다. 활발했던 신체 리듬이 둔화되면서 신진대사의 움직임이 현격하게 줄어들고, 여기에 술살은 늘어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40대 중년의 흔한 모습이다. 어느 날 결심한 것은 아내의 성화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맛있게 술 한잔을 마시기 위해 경계 범위의 대사증후군부터 빨리 정상수치로 돌려야 한다는 압박이 컸었다.
이전보다 더 운동에 신경 쓰고, 식이에 유의하면서, 시나브로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몸무게도 10년 만에 앞자리가 바뀌는 쾌감을 맛보며 지금은 계속 유지하는 데 안간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주로 러닝, 걷기, 풋살(축구), 테니스, 푸시업, 스쾃이 나와 함께하는 운동 테마들이다. 덕분에 몸놀림이 상당히 가벼워졌다. 체력 역시 눈에 띄게 향상됐다. 더구나 버티는 힘이 강해졌다. 대사증후군은 드라마틱한 수치 변화는 아니지만, 경계범위를 넘지 않도록 유지하고 있다. 이 또한 내 삶의 작은 성공이라 여긴다.
때론 ’ 성실‘을 가불해 내 몸에 각인하고 활력을 추동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삶에 건강한 일상을 박제하고 있다는 증거다. 다만 그 틈을 파고들어 포기와 나태로 그간의 노력이 희석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중이다. 하루하루 ‘성실’이란 다양한 꾸러미들을 풀어놓고 삶의 해상도를 키우는 데 집중한다.
앞으로도 이런 인생의 동반자들을 채집하면서 몸과 마음에 ‘성실‘을 지속해서 늘려가고 싶다. ‘성실’이란 뿌리 깊은 성정이 일상의 균열을 막고 지난한 순간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회식이란 훼방꾼이 찾아오고, 모르는 영어 단어가 빌런처럼 포진 중이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대차게
받아 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