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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니 Oct 24. 2022

공간은 시간으로 채워야만 하는 것

엄마는 내일 입원을 한다

엄마는 내일 입원을 한다. 내일모레 자궁을 제거하기 위해서. 그녀는 한평생 함께했던 자궁 전체를 도려낸다.   자궁의 자리는 시간이 흐르며  덩어리들로 채워지겠지. 채워지기 전까지는  공간을 끌어안고 견뎌야 한다. 누구도 대신해줄  없고 함께 해줄  없는 일이었다. 오롯이 혼자 감내해야만 하는. 그런 일들은 대개 서럽고 무서웠다. 나는 그게 엄마의 몫이 되었다는  슬펐다.


엄마는 입원하는 날 전까지 집안일을 꽉꽉 채워서 했다. 조금이라도 더 해두고 가기 위해서. 남은 가족들이 3박 4일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보낼 수 있도록 분주했다. 우리는 세탁기 돌리는 법이나 밥 짓는 법, 작두콩차를 끓이는 방법 따위를 부지런히 배웠다. 그런 일들은 엄마가 돌아오고 나서도 앞으로 몇 달은 우리의 몫이 될 거였다. 우리는 분리수거, 요리, 설거지, 빨래 등 그동안 엄마가 착실히 수행해왔던 일상의 굴레들을 나누어 받았다.


엄마가 입원하기 전 마지막으로 우리는 양념갈비를 구워 먹었다. 엄마의 자궁과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었지만 거실 한편에 서있는 캐리어가 내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태연하게 행동했지만 엄마의 수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순간 모두의 마음이 내 것과 같으리라고 생각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엄마의 덩치가 작아 보였다. 저렇게 작은 사람이 그렇게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게 가혹했다.


수술이 확정된 순간부터 10월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0월이 되자 매일매일이 삭제되는 것 같았다. 나 홀로 디데이를 세고 있었다. 차라리 훌쩍 내년으로 시간이 넘어가버렸으면 하고 바랄 때도 있었다. 엄마의 수술은 커다란 벽 같아서 넘을 수 없고 무조건 부딪혀야만 하는 존재 같았다. 함께해줄 수 없는 일이라 그게 마음 아팠다.


내일 퇴근하고 오면 엄마는 집에 없다. 없을 것이다. 홀로 병동에서 잠에 들겠지. 3박 4일이 지난  엄마는   공간과 함께 집으로 돌아올 것이다. 비어있는 자리는 시간이 흘러 채워지겠지. 자궁의 자리를 다른 것들이 대신할 것이다. 자궁의 자리가 채워지면 그땐 엄마의 상실감도 채워질까. 시간이 지나면 처음처럼, 모든  제자리에 있었던 때처럼 멀쩡해질까.   없다. 나는 수술을 앞둔 엄마의 마음을, 그리고 수술이 끝난  엄마의 모습을   없다. 그저 그녀가 무사히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 나는  밖의 다른  하나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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