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의 일년간은
내 일생가운데 가장 외로운 시기로 생각이 된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날들이다.
날마다 작업실로 출근하고, 퇴근할때까지 남편과 카톡을 통해 잠깐씩 일상적 대화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하고도 말을 하지않는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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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됬냐고 하면 롱롱 스토리가 되니까, 그건 집어치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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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베프라고 생각되는 친구 둘이 번갈아가면서 연락을 자주하게 되었다.
한명은,
그녀 역시 오랜 직장을 마감하고
활발하고 '놀고있는' 상태이다.
나를 비롯하여 내 친구들은
가만히 있으면 엉덩이에 좀이 쑤시는 인간의 종류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그런지 오랫만에 '실업자 신분'을 지닌 K는
그야말로 실로 오랜만에 그녀와 내가 함께 '실업자 신분'이 된것을 축하했다.
여기에서 방점은 '함께'이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 늘 그녀와 나는 엇갈렸었다.
내가 직장을 다닐때 그녀는 한가한 시간들이었고,
내가 한가해지면 딱 그시기에 맞춰 그녀가 직장을 다녀서 좀처럼 함께 뭘 좀 해볼 시간이 없었다.
우린 둘다 뭔가 시작하면 올인하는 스타일이라 한가하게 놀러다닌 건 도대체 몇십년이나 되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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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이 되어서야 '이제 좀 같이 놀자'고 했다.
이러저러한 배움거리를 찾아보다가 예전부터 관심있었던 터프팅을 함께 해보자고 했다.
꼼꼼히 알아보고 예약도 넣었고, 이게 뭐 돈주고 배울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다를 떨며
뭔가를 만드는 일은 즐겁지아니한가를 기대했다.
그러자말자, 그녀의 귀에선 돌이 떨어져 내려 한동안 눕지도 서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이석증이 생겼고,
나는 계단에서 나동그라져서 어깨를 다쳤다. 터프팅 수업은
일킬로에 상당한 '건'을 들고 두어시간을 씨름을 해야 하는 일이므로
우리 모두 수업을 포기할수밖에 없는 신체적 상태가 되어버린게다.
눈물을 머금고 예약한 선생에게 전화를 하여 수업을 취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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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추스르고 난 한달 뒤, 그녀와 나는 다시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뭐라도 하자!
이번엔 온라인 수업에 도전하자고 하였다.
3D 프로그램 가운데 CLO를 배우거나, Blender를 배우자고 했는데,
광고를 타고 들어가다보니 국비지원을 받아 수업을 받을수 있는 기회를 찾았다.
마침 우리 둘다 '실업자 신분'아닌가!
"내일배움카드라는게 있는데, 그거 만들면 수업료가 공짜랜다. 얼른 만들어봐"라고 카톡을 했더니만
"이미 있다"고 답이 왔다.
픽- 하고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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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친구의 아버지는 요즘 매장의 기계식 주문은 못한다고했다.
우리는 그정도까지는 커버할수있지라며 낄낄대었다. 우리가 살면서 '할 수 있는 세상의 일은 어디까지일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우리는 슬렁슬렁 나이를 먹고있자니 걱정이 아니될 수 없는 지경이다.
친구의 아들은 고글을 쓰고 제페토를 들어간다고 했다.
"응? 나는 핸드폰으로 들어가봤더니 정신 하나도 없더라... "
그랬더니,
친구는 "나도 고글 쓰고 들어가봤는데... 어우 너무 멀미가 나더라... 좀더 비싼 장비를 사면 괜챦을라나? 근데, 요즘 긴자거리가 생겼고, 엊그젠 미야자키 하야오 뭐 그런델 들어가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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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본 곳 유럽의 어디어디다가 아니라. 이젠,
제페토의 긴자거리를 가봤냐로 귀결되다니. 허어...
불과 이십년전에 보고 열광했던 메트릭스가 멀지않은거 아니냐며 수다를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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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자, 다른 절친인 J가 전화를 했다.
이사를 해야하는 복잡다단한 문제들에 대해 한참을 얘기했다.
세를 준곳의 전세가가 너무 낮아져서 몇억을 되돌려줘야 한다며 제법 재산이 있는 녀석이 속상해했다.
우리가 사는 세계의 '경제여건'을 안 이후로 두번째 맞이하는 기이한 현상에 당황하는것이다.
말하자면 우리가 태어난 이래로 늘 경제는 전진, 전진 해왔고 전세가는 IMF 시절에만 떨어졌었는데 그때엔 우리가 어려서 전세 보증금을 내고 안내고의 범주에 벗어난 인생길을 걷고 있었다. 이번처럼 집값이 널뛰고 전세가가 내려가는 기이한 경험의 충격은 말하자면 처음일수도 있다. 하여튼, 이번만 좀 잘 버티자.라며 위로했다. 일전에 내가 추천한 주식투자에 물려있는 J는 언제쯤 이 상황이 호전되느냐를 묻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곧이어 그건 그렇고, 올해 시월쯤 런던을 가자고 했다. 쿵짝쿵짝 마음이 잘맞는다.
서두는 "지금 라디오 방송에서 베네치아 얘기한다. 전에 베니스 너무 생각난다"였다.
2년전에 그녀와 두번째의 유럽여행으로 베니스를 갔었으니, 얼른 생각이 났나보다. 참고로 j는 참한 가정주부 스타일이어서 나와의 베니스여행 중, 잠깐 혼자 로마를 다녀왓는데, 일생에서 처음으로 어딜 혼자 가봤다고 훙분했었다. 그 말이 별거아닌거 같지만, 그녀로 말하자면 아들셋을 남편없이 해외에서 키워낸 씩씩하고도 멋진 여성이었는데, 그래도 어디갈땐 꼭 아들들이 옆에 있었기에 지난번 로마를 혼자간 것이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하니 매번 혼자다니는걸 과도하게 사랑하는 나로서는 이해가 안될 지경인 친구란 말이다.
영국, 좋다! 돈 열심히 모아서 가자고 했더니 대번 '카카오 뱅크'의 '영국가자 모임' 통장의 계좌가 날아왔다.
후다닥 송금을 하고나니, '번개같다'고 칭찬답글이 날아왔다.
번개는 내 성격이란다.
계속 외롭다가 마음이 흐뭇해졌다. J와 세번째 유럽이닷!
나는 안다. 나처럼 까칠이 기질을 다분히 가진 자는 이렇게 마음 맞는 인간이 옆에 있는 것이 세상천지의 복을 받았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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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너무 길게 두 친구의 일상사를 썼다.
나의 외로움을 삼십년지기, 이십년 지기 친구들이
모두 날려주어 기뻤다.
.나는 내가 지금 왜 이렇게 살고있는지, 도대체 모르겠다.
분명코, 우울증은 아닌데도
우울하기 짝이없다...만
그들을 다시 만나 웃음꽃피는 젊은시절 다시올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