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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ALM Jan 14. 2023

마실다니는 야옹이


영하 십여도를 넘나드는 강추위가 가시자, 최대한 집에 붙어 버티던 길고양이 녀석이 간데없었다.

비가 와서, 데크아래로 숨어든것 아닐까 싶어 불렀보았지만,

 나타나지 않는걸 보면 꽤 멀리 마실을 나간게다.

걱정이 된 남편과 시어머니는 시간시간마다 커튼을 젖히고, 그녀석의 자리를 확인했지만

나타나지 않았다.

새벽에 테니스를 치러나간 남편이 전화를 했다.

"일어나. 고양이 밥챙겨줘야지!" 아뿔사. 여덟시다.

내려가 문을 열었더니

귀엽고, 친애하는 나의 야옹야옹이가

제 자리에 앉아있었다. 높은 옥타브로 외치면서, 몸을 내 쪽으로 잔뜩 움직였다. 

"야옹 야옹!!! 얼른 얼른 줘.. 배가 고프단 말이야"

...

허겁지겁 습식사료와 건식사료를 섞어 가득 내어놓으니 

가늘어진 눈동자가 동그랗게 변했다.

흠뻑 맛나게 먹다가 따스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추운날들엔 종일 얼기설기 만들어둔 고양이 움막에 머물더니,

제법 날이 풀리니 자꾸 마실을 나간다.

... 

밥을 다먹고, 남편에게 간식 새우까지 다 얻어먹고나서야

다시 또 사라졌다.

..

내 집에 계속 계속 머물러주기를 희망했지만, 야옹야옹이는 

자유의 몸이다. 

.

밥이라도 매일 먹으러 오렴... 추위가 찾아오면 다시 또 따스한 침낭으로 돌아오고...

야옹야옹이 말고 더 근사한 길고양이 네이밍이 필요한가.

마실다니는 야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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