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다 호이안
아침 5시 40분 기상.
사진을 취미로 하는 나에게 흥미로운 사진이라면 현지인의 평범한 일상을 닮은 사진일 것이다.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의 아침을 담으려면 피곤하지만 일찍 일어나야 했었다. 피곤한지 곤히 잠들어있는 아내를 확인한 후, 호이안 올드타운에서 멀지 않은 수산시장을 가보았다.
이른 시간이라 grab 택시도 없어서 난감했는데 다행히 미터기를 켜고 가는 택시가 있어서 너무 늦지 않게 이동했다. 도착하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았고 작은만큼 더 번잡했던 곳이었다. 다들 서로 잘 아는 듯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도 보이고 매일 비슷한 품목을 거래하는지 바쁘고 좁은 곳에서 서로 착착 제자리로 움직였다. 그렇다 보니 이방인이었던 나는 어쩔 주 모르고 이쪽으로 붙었다 저쪽으로 붙었다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바빴다. 수산시장 앞에도 어김없이 허름한 카페가 있었는데, 여유로이 티나 커피를 마시던 아저씨들만이 나의 행동이 재밌다는 듯 주시하고 있었다.
철저히 혼자 이방인이었고 다행히 카메라를 든 나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은 많이 없었다. 생선이 실제로 들어오는 시간은 한참 전인지 배가 들어오는 모습은 보지 못했고 바닥은 물고기를 담은 물과 얼음 등으로 흥건.. 그 난리통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솔직히 망설여지긴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쭈뼜거리기는 싫어서 현지인과 어깨를 부딪히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왔다. 본 목적은 조금 색다른 사진을 찍으려고 간 것이었지만 중간에는 그냥 그런 것들도 다 까먹고 사람 구경만 실컷 하고 온 것 같다. 나는 이런 순간이 여행의 참 묘미라고 생각한다. 이곳저곳 굴려지고, 이해는 되지 않지만 그냥 눈치껏, 흐름대로 순간순간을 즐기는 것.
택시로 지나쳐 온 거리가 멀지 않아서 돌아가는 길은 굳이 택시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 사실 택시도 주변에 없었다- 먼길을 걸어 호이안 올드타운 밖에 일상의 모습을 한참 구경하며 걸었다. 모두가 바쁘게 자전거나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아내를 깨워서 마지막 조식을 먹으러 향했고, 거기서 하롱베이에서 같은 배에 머물렀던 프랑스 커플도 마주쳤다. '어쨌든 똑같은 곳으로 다들 이동하는구나..'
아내가 가죽 가방을 사고 싶어 해서 나도 구경차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적당한 가격에 가방을 사고, 마지막으로 아내를 졸라서 또다시 Espresso station과 연잎차를 먹으러 갔다. 연잎차는 다시마 셔도 정말 맛있다.. 뉴질랜드로 돌아가서 한번 시도해보고 싶었는데 비슷한 맛을 만들기는 힘들 것 같다.
신투어리스트에 17:30까지 가야 했기에 호이안에서 시간은 조금 남아있다. 호이안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포슈아에서 하기로 했다. 항상 바쁘기는 하지만 그만큼 맛도 좋고 가격도 적당했기에 다시 돌아갔다. 어느 블로그였나 이쪽 분짜가 맛있다는 말이 있어서 내심 먹어보고 싶기도 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하노이에서 먹었던 분짜에 비교하면 별로다. (베트남 여행#2 참조)
중간에 몸이 안 좋아서 오히려 여유로이 보낸 호이안에서의 시간이 적절했고, 이른 아침 호이안 사람들이 아침을 시작하는 모습, 코너에 있던 연잎차 카페 MOT, 친절했던 bale well의 젊은 종업원 그리고 사진으로 담아봐도 눈으로 보는 것만큼 이쁘지 않았던 연등... 다 너무 좋았다.
첫 슬리핑 버스라 궁금한 맘을 품고 18:30쯤에 슬리핑 버스를 타고 나짱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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