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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행원 A Nov 24. 2016

로봇은행원이 현실화될 수 있을까

'페퍼'는 우리를 갈아치울 것인가

인공지능을 위시로 한 미래 기술의 등장에 따른 변화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은행원은 없어지는 직업의 대표격으로 언급되었습니다. 물론 많은 지점 은행원 여러분께서는 '로봇은 (실적할당)엔빵을 못하잖아?' 라며 로봇 은행원의 등장을 폄하(?)했습니다. 엄지척.

일본 미즈호은행은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를 실제로 창구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페퍼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로봇이라고 주장합니다. 200만원 정도 한다는데, 아마 우리도 살 수는 있겠죠.

창구에 앉은 페퍼는 일본어를 비롯해 영어나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할 줄 아는 모양입니다. 여기에는 IBM의 '왓슨'이 붙었습니다. 이 쪽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친숙하실 왓슨은 미국의 인기 퀴즈쇼 JEOPARDY에서 연간 우승자를 이긴 것으로 유명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로, 자연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활약하고 있는 일들 가운데 대중과 가장 친숙한 분야로는 약제(藥劑)를 들 수 있겠네요. 수십년간 축적된 데이터베이스와 지치지 않고 돌아가는 판단로직으로 인간 약사보다 훨씬 정확하게 환자에게 필요한 약을 지어준답니다. 제가 이 로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이 로봇이 독거노인들의 도우미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저도 독거노인으로 살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 같아서...

그런데 제가 노인이 되기 전에 먼저 받아야 할 충격은 역시 로봇에 의해 일정부분 대체되는 은행원의 역할이 될 것 같습니다. 은행원의 대체재가 꼭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어야 할 필요는 없겠죠. 태블릿같은 화면과 사람의 언어로 안내하는 스피커 정도만 있어도 될 일입니다.

의외로, 창구 행원 중에서도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대출 및 외환 창구에서 이 로봇이 먼저 활약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시재가 오가는 것이 아니라 서류를 작성하는 일이 대부분인 업무의 경우에는 사람이 안내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 여기에 성함 서명 성함 서명 쓰시고요. 서류는 다 준비해오셨죠? 앞에 보이는 서류함 입구에 잘 펴서 넣어주세요."

사실 대출이나 외환 쪽 창구에 오시는 분들은 창구직원에게 폭언을 하거나 민원을 제기할 일이 별로 없기도 하죠. 로봇의 상대로 안성맞춤이군요. ㅠ

열심히 CDCS 여신전문역 등 이 분야의 전문자격증을 갖추고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축적하는 것이 앞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걱정을 오늘도 해봅니다. 일부는 성과연봉제와 해고요건완화 때문에 잘리고, 남는 사람들은 더 빡세진 엔빵과 더 가중되는 할당에 시달리는 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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