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가 멈추지를 않는다. 첫 출근한 그 주 월요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비가 왔다. 이 사실을 팀원분들께 말씀드렸더니 가지님이 비 몰고다니는거 아녜요? 하셨다. 제가요? 정말 싫다. 웃으며 말했지만 진심이었다.
사실 나는 비가 좋았다. 중고등학교를 산을 타며 다녔던 나는 (뒷산이 학교와 연결되어있어서 리터럴리 산을 타고 등교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늘 차나 버스를 탈 수 있어 기뻤다. 그 특별한 이벤트 덕에 장마에는 늘 행복했던 것 같다. 매일매일이 장마이길 바랐다.
글쎄, 대학에 와서도 비가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양손에 짐이 가득해서 이리저리 흘리고 부딪히는 건 싫었지만. 같은 우산을 쓰며 오르던 동산, 비오는 날의 학관, 비오면 늘 시키던 배달 음식. 그 모든 게 다 좋았다.
또 우산을 같이 쓰는 걸 핑계로 손을 잡은 썸도 있었고, 우산 속에서 눈을 맞추다 하게 된 키스도 있었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 같은 우산 속에서 뜀박질을 하며 다음 행선지로 가던 때도 있었고 비 엄청 많이온다 그치? 하면서 히- 함께 웃던 때도 있었다.
장마철에 여행지에 가서 실망했다가 오히려 더한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비오는 세부 바다에 둥둥 떠있어서 느꼈던 극한의 평온함, 비옷을 입으며 사진찍고 뛰어다녔던 대만, 비오고 갠 하늘을 보며 밥을 먹었던 태국까지. 어쩐지 비가 따라다닌 여행에서도 이것도 추억이라며 늘 즐거워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았나보다, 비가 그리고 장마가. 늘 곁에 누군가가 나와 함께 걸어줘서 눈 맞춰줘서. 비오는날 야 오늘은 막걸리? 라고 말하지않아도 찰떡같이 알아주는 친구들을 매일 볼 수 있었고 ,비온다 하며 같이 웃을 수 있는 애인이 있어서. 비오는날은 비가 온다고 일찍 수업을 끝내주는 교수님도 종종 있었고 여행이라는 특별한 이벤트와 함께여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근데 요새는 비오는 게 그렇게 싫다. 친구들은 약속을 한달 전부터 잡아도 보기 힘들고 내곁에서 발맞춰 걸어줄 사람도 없기 때문일까? 비가 온다 하여 특별한 이벤트도 없기 때문일까. 이젠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하루가 반복된다. 애증이라고 말해도 늘 즐기던 장마가 이렇게 지겹고 데데하게 느껴지는 건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혼자라는 외로움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