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 에크하르트 톨레 - 제1장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머릿속 헤아림을 좇아가다 보면 문제와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납니다. 그 결과 미친 듯이 복잡한 세상에 휩쓸리게 됩니다. 그리고 세상은 조각조각 부서진 우리들 마음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요. 나랑 성향이 다른 걸 수도, 첫 만남이 잘못됐을 수도, 둘 사이에 이해관계가 얽힌 다른 한 사람의 이간질이 작용했을 수도 있습니다. '왜 나를 싫어하지?'라는 질문 하나에만도 결론 없이 생각은 몇 시간이고 며칠이고 이어질 수 있어요. 만날 때마다 껄끄러운 느낌에 그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를 분석하게 됩니다.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어색하고, 말을 걸지 않는 것도 내가 싫어서인 것 같죠. 인사 없이 지나가도, 어색하게 인사를 해도 이 모두가 나를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하면서 웃어도 '내 얘기를 하는 건가?', '뭐가 저렇게 또 재밌지?', '일은 안 하나?' 하면서 생각이 이어집니다. 돌아서 집에 가는 길에는 그 사람 때문에, 그 사람 생각만 하다가 하루를 다 날려버린 것 같아 시간이 아깝고 더 피곤하기만 합니다.
그럼 그 사람은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요? 사실 포인트는 그게 아닙니다. 왜 그러는지 알면 어떡할 건데요? 나를 좋아하게 만들 건가요? 싫어해도 싫어하는 티를 내는 건 나쁜 거라고 알려줄 건가요? 이유를 듣고 보니 나를 싫어할 만하다고 인정할 건가요? 어떤 반응도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정말 나를 싫어하긴 하는 걸까요? 아니면 내가 그 사람이 싫은 걸까요? 이렇듯 '머릿속 헤아림'은 끊임없이 문제와 갈등을 만들어낼 뿐입니다.
마음은 내가 아니다
당신은 무의식적으로 마음을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게 점령당하고, 점령한 실체를 당신 자신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자유를 향한 첫걸음은 점령한 실체인 ‘생각하는 자’가 진정한 당신이 아님을 깨닫는 데 있습니다. 이를 알면 당신을 점령하고 있는 실체를 관찰할 수 있게 됩니다. ‘생각하는 자를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하는 순간’, 더 높은 차원의 의식이 활성화되는 겁니다.
톨레는 마음과 나를 동일시하지 말고, '생각하는 자가 진정한 내가 아님'을 알고 나를 유심히 지켜보라고 말합니다.
가능하면 자주 머릿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십시오. 낡은 축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오랜 세월 되풀이해서 들려왔던 사고 유형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자를 지켜보라’는 의미입니다.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그 자리에 목격자로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는 아무런 견해도 갖지 말고 그저 듣기만 하십시오. 아무런 판단도 하지 말고 비난을 퍼붓지도 마십시오. 판단을 하거나 비난을 하면 똑같은 목소리가 뒷문을 통해 다시 들어오는 셈입니다. 목소리가 들리면, ‘아, 목소리가 들리는구나’ 하고 알아차리기만 할 뿐, 거기에 끼어들지 않고 ‘여기’에 남아 그저 지켜보기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생생하게 깨어 있는 것이고, 이것이 자기 자신의 현존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은 생각이 아니며 마음을 초월하여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지켜본다는 것은 '알아차림'이자 '깨어있는 것'일뿐, 견해나 비난 또는 판단과 비난을 하지 않을 것을 강조합니다. 이 또한 또 다른 하나의 생각, 마음에 불과하니까요. 절대 틀릴 수 없는 분석과 판단은 세상에 없습니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분석을 했다고 해도 분석과 판단은 특정 전제나 시각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100% 사실일 수가 없는 법이니까요.
하지만 판단을 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사실 판단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어날 때가 많습니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보고, 듣고, 맡고, 맛보고, 닿는 순간에 바로 이게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지 등에 대한 판단을 내리죠. 판단을 하지 말라고 해서 바로 하지 않게 된다면, 에크하르트 톨레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는 책을 쓰지도, 책을 쓰고 나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지지도 않았겠죠. 어렵기 때문에, 톨레는 판단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생각하는 자를 지켜보는 대신 단순히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흐름 속에 틈새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단지 지금 이 순간을 확고하게 의식하기만 하면 됩니다. 이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수행법입니다. 마음의 움직임으로부터 우리의 의식을 거두어들여서 주의를 집중하고 예민하게 깨어 있음으로써 무심의 틈새를 창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명상의 핵심입니다.
이는 일상생활을 계속하면서도 할 수 있는 수행법입니다. 단지 하나의 수단에 불과한 일상적인 활동에 목적을 부여하고 거기에 최대한 주의를 집중함으로써 그 자체가 목적이 되도록 하십시오. 집이나 직장으로 통하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 그 계단 하나하나에, 걸음을 옮겨놓는 동작 하나하나에,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하나하나에 주의를 집중하십시오. 온전히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십시오. 손을 씻을 때에도 거기에 수반되는 모든 감각에 주의를 기울여 보십시오. 물이 흐르는 소리와 물이 닿는 느낌, 손의 움직임, 비누의 향기 등을 놓치지 마십시오. 자동차를 탈 때에도 문을 닫은 후 잠시 모든 동작을 멈추고 호흡의 흐름을 지켜보십시오. 고요하지만 강렬한 현존의 감각을 느껴 보십시오.
지금 이 순간에 주의를 집중하는 것, 단순한 행동 하나하나에 주의를 집중하며 그 소리를 듣고, 그 감각을 느끼며 분석이나 판단, 비판을 멈추는 것입니다. '이게 과연 될까?' 하는 생각이 드는 당신, 지금 바로 심호흡을 하며 나의 숨소리를 들어보세요. 손깍지를 낀 채 팔을 앞으로 주욱 내밀어 기지개를 켜보세요. 자세를 고쳐 앉으며 어깨를 앞뒤로 돌리고,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혀보세요. 따뜻한 물 한 잔을 들이켜보세요.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