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 에크하르트 톨레 - 제2장
고통을 스스로 만드는 사람이 있을까요? 당연히 없다고 답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하고 즐겁게 삶을 살고 싶으니까요. 반대로 우리는 고통을 당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고통을 만들어내는 존재가 아니고, 타인에 의해 또는 상황에 의해 만들어진 고통에 괴로워하고 있다고요. 하지만 톨레는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 고통을 만들어 내는 것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거나 ‘있는 그대로’에 대한 무의식적인 저항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러한 저항은 생각의 차원에서 보면 판단의 형태를 띠고, 감정의 차원에서 보면 부정의 형태를 띱니다. 고통의 강도는 지금 이 순간 저항하는 정도에 달려 있으며, 이것은 다시 자신과 마음을 얼마나 동일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마음은 언제나 ‘지금 이 순간’을 부정하고, 거기서 탈출하려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마음과 자신을 동일시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고통을 받게 됩니다.
고통은 '내'가 '지금 이 순간'에 저항하면서 만들어집니다. 지금 이 순간을 강하게 부정할수록, 이를 부정하는 마음에 내가 더 많이 동조할수록 우리는 더 많은 고통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요?
예를 들어볼게요. 오늘은 제가 속한 독서 모임의 이른 송년회가 있었습니다. 11월의 첫째 날 누구보다 먼저 송년회를 하자고 의견을 모았거든요. 서른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소개하고, 서로의 책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 송년회도 마음먹기에 따라 고통이 될 수 있다고 하면 억지일까요?
독서 모임에 처음 참석한 A는 세 번째 송년회에 나온 B가 부럽습니다. 모두가 그를 알아보고,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신은 인사를 나누면서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독서 모임을 준비한 운영자는 어느 하나라도 잘못될까 어젯밤 잠을 설쳤습니다. 준비한 다과가 늦게 도착할까, 준비한 이벤트를 재미없어할까, 정해진 시간에 끝내지 못할까 모임 내내 전전긍긍했어요.
모임 장소인 북카페의 사장님은 음료를 사람들이 오래 기다리게 될까, 카페의 가구나 물품들이 상할까, 끝나고 나서 쓰레기 분리수거가 잘 안 될까 걱정하느라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았았습니다.
위의 내용을 읽어보면 제법 그럴듯하지 않으세요? 새로운 모임에서 혼자 덩그러니 앉아있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행사를 준비하다 보면 심심찮게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하는데요. 그 상황 자체를 문제로 보고, 즉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것으로 보고 저항을 하는 마음이 고통을 유발하는 주체입니다. 즉, 내가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죠.
지금 이 순간이 때로는 못마땅하고, 불쾌하고, 끔찍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런 것입니다. 당신의 마음이 ‘불쾌하다’든가 ‘못마땅하다’는 이름표를 어떻게 붙이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십시오. 이처럼 이름표를 붙이는 행위가, 그칠 줄 모르고 판단을 계속하는 행위가 고통과 불행을 창조합니다. 그 마음자리를 지켜보십시오. 마음이 작용하는 것을 지켜봄으로써, 당신은 되풀이되는 마음의 저항 습관에서 빠져나오게 되고, ‘현재의 순간이 존재하도록’ 허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름표를 붙이지 말아야 합니다. 계속 판단함으로써 자신을 고통의 구렁텅이, 불행의 늪으로 밀어 넣지 말아야 합니다. 그저 저항하는 마음을 지켜보며 존재하라고 톨레는 말합니다. 마음을 지켜본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고, 고통을 참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저 앞에 있는 누군가와 눈을 맞추고 미소를 짓는 것으로 마음을 지켜볼 여유가 생깁니다. 그렇게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