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vs. 삶의 상황
당신 삶의 상황은 시간 속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당신의 삶은 ‘지금’입니다.
당신 삶의 상황은 마음이 만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삶은 실재입니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삶 = 지금'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삶은 나와 나를 둘러싼 환경, 사람들에 대한 서사일 때가 많습니다. 나는 40대의 미혼 여성으로 18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모아뒀던 돈도 점점 줄어가고, 바쁜 직장생활로 얻은 번아웃과 피로는 쉽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나를 소개할 때 항상 읊었던 "OOOO에서 OOOO 일을 하는 OOO입니다."같은 나를 수식하는 문구들이 점점 짧아지면서 자신감도 줄고, 확신도 줄어갑니다. 앞으로 더 나은 삶, 물질에 연연하지 않으면서도 나 자신 그대로 현재를 누릴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 아직은 그게 좀 힘듭니다. 이것은 진정한 의미의 삶이 아니라 '삶의 상황'이라고 톨레는 말합니다.
내가 말하는 삶 어디에도 '지금'은 없습니다. 과거로부터 파생된 어렵게만 보이는 문제들과 앞으로 잘 될 거라는 희망이 혼재합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면서, 어떠한 문제 현상으로 마음에 존재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로, 그 희망으로, 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답이 될 수 없습니다. 보이는 현상 자체에 대한 판단, 문제 삼는 마음으로부터 떨어져 나와야 합니다.
‘삶으로 들어가는 좁은 문’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은 ‘지금’입니다. 당신의 삶을 이 순간으로 좁히십시오. 당신 삶의 상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고민거리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내일이나 십 분 후가 아닌 바로 지금 말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문제를 갖고 있습니까?
고민에 문제에 휩싸여 있다면 그것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모든 감각을 깨어 있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라는 톨레의 말대로 판단 없이, 문제 삼지 않고, 그저 봅니다. 그것이 시작일 수 있습니다.
당신이 천국에 간다고 해도,
당신의 마음은 오래지 않아
‘좋긴 하지만……’하고 말할 겁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아마 나도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천국은 좋은 사람들만 모인 곳이니 너무 심심할 수도, 너무 조용할 수도 있겠죠.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나 디저트가 천국에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먼저 천국에 간다면 내 가족이나 친구들이 오기까지 기다리다 지칠 수도 있고요. '좋긴 하지만......' 다음에 올 말들이 많습니다. 사람은 '삶의 상황' 속에서 어떤 식으로든 불평불만을 쏟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렇게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겠지요.
궁극적으로 이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이 아닙니다. 당신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오직 지금의 상황이 있을 뿐입니다. 문제가 있다면 그냥 내버려 두고 그 상황이 변하거나 해결될 때까지 현재 순간, ‘있음’의 일부로 받아들이면 그뿐입니다. 문제는 마음이 만드는 것입니다. 문제는 살아남기 위해서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 깨어 있는 상태라면 문제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톨레는 "모든 문제는 마음이 만드는 환상이다"라며 일침을 가합니다. 따라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요. 이번 달 수입이 없고, 건강이 좋지 않고, 친구와 다퉜는데 어떻게 문제가 없는 걸까요? 지금 당장 월세를 낼 수 없고, 병원에 누워 있고, 화난 친구가 눈앞에 서 있는데 말이죠.
아쉽게도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문제가 없기를 선택할 만큼 마음으로부터 떨어져 나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조금 더 지금에 머물기를 노력해 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