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석원 Dec 11. 2022

치열한 토론보다 중요한 것

조직의 의사결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

스타트업은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를 마주한다.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아리송한 어려운 문제도 있다. 또, 파급력이 작은 사소한 문제도 있고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문제도 있다. 사소한 쉬운 문제라면 고민이 필요 없고, 사소한 어려운 문제는 적당히 고민하고 아무 선택이나 내리면 된다. 중요한 쉬운 문제는 선택보다는 실행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 가장 까다로운 상황은 회사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가 모두가 동의하는 답을 찾을 수 없는 경우이다. 이럴 때 조직 내 매우 치열한 의견 대립이 나타나기도 한다. 물론 대화와 토론은 다양한 관점을 모아 더 나은 선택지를 찾고, 팀을 설득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러나 때로는 치열한 토론이 독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아무리 대화하고 논리를 정교하게 다듬어도 의견을 좁히기 어렵다. 대체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다 보니 실제로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자체가 높은 문제란 의미이다. 또는 의견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는 있으나 실익이 없는 경우도 있다. 30%의 복권과 31%의 복권 두 개 중 어느 것이 31% 인지 백날 토론해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차라리 동전을 던져서 빨리 하나를 긁고, 여유가 되면 하나를 더 긁는 게 효과적이다. 스타트업에서 계획보다는 행동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러한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의사결정이 산으로 간다. 점점 논리를 위한 논리가 쌓여 어느 순간 가정의 가정의 가정 위에서 화려한 언변만 남게 된다. 또 토론이 길어질수록 확증 편향으로 각자의 주장이 강화되어 의견차를 좁히기 힘들어지고, 이는 감정의 골로 이어진다. 보다 못해 리더가 결단을 내리더라도 이미 감정은 상했고 반대했던 사람들은 마음으로 그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해 조직이 동력을 잃게 된다. 그나마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아닌 경우 언제라도 "I told you so(거봐 내가 뭐라고 했어)"를 시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심한 경우 "어디 잘되나 봐라"며 오히려 안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렇다고 대화와 토론을 피하는 게 답은 아니다. 갈등 회피형 리더의 경우 의견 대립 자체를 피하거나 모든 의견에서 좋은 점을 수용해 더 나은 대안을 만드려고 하는데, 아쉽게 세상은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다. A안과 B 안을 기계적으로 합친 C 안은 훨씬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충분한 대화 없이 리더의 독단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경우, 조직에는 의심이 싹튼다. 나는 A라고 생각하는데 왜 B를 선택한 거지? 다른 선택지를 충분히 고려하고 내린 결정이야? 같은 의심이다. 그렇기에 선택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리더가 짊어지게 된다. 이는 종종 영웅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두가 의심했지만 망설임 없이 결단을 내린!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냐. 이상적인 조직 내 의사결정은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문제에 대한 대안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치열하게 토론한다. 이때는 서로의 감정을 고려한 배려 넘치는 대화보다 날 것의 직설적인 대화들이 오가도 좋다. 그 후 일단 결정을 내렸으면 설사 51:49의 아슬아슬한 결정이더라도 마치 그 선택에 100% 확신이 있었던 것처럼 조직 전체가 집중한다. 치열한 대립은 역설적으로 어느 쪽이든 괜찮은 대안이란 뜻이다.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을 선택할 바에는 하나의 결정에 집중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어떤 결과가 나오던 본인을 포함한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란 사실을 모두가 인지하는 것이다. 이미 조직의 결정이 내려진 시점에는 내가 이전에 어떤 의견을 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혹여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바뀐 상황 속에서 새로운 대안을 치열하게 모색하는 것이다. 


눈앞에 당면한 문제를 풀다 보면 정답을 찾는데 몰입하게 된다. 그러나 애초에 정답은 존재하지 않거나 치열한 토론을 거쳐도 찾을 수 없다. 때로는 찾더라도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보다 중요한 건 어느 선택을 내리든 팀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것. 그리고 책임도 같이 지는 것. 그게 본질이자 더 소중한 동력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대표의 매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