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이 항상 부단해졌어요, 정말이지
글을 쓰지 않은 지 오래 됐다. 몇 년에 한 번 씩, 나는 가끔 숨겨둔 블로그나 아니면, 비공개로 발행한 글들을 보면서 과거엔 이러저러한 사유를 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는다. 이제는 크게 글에 대한 애착이 있다거나, 뭔가를 줄기차게 써야하겠다는 갈망보다는 나 자신의 커리어를 위주로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하고자 하는 편이다. 30대 초반이 된 지금, 20대 끝자락의 우울과 강박증 같은 것들은 나를 항상 괴롭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스스로를 부족하다고 여겨왔으니 하루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스스로 많이 자책을 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작은 스몰 스텝에도 나를 응원해주고, 정말 무언가 받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다. 오히려 '강한 정신력', 뭔가를 거창하게 해내는 능력 같은 것을 직접 입으려 하면 할수록 버거웠다. 왜냐하면 막상 어떤 일을 시작하거나 하게 되면, 그런 거창한 다짐 같은 것은 금방 스쳐지나가는 바람처럼 지나가기 때문이다. 부단히 해야 할 일들을 해나아가는 것. 오히려 그 과정들을 좋아하게 되는 것, 아니면 당연하게 하는 것?
무언지는 몰라도, 여튼 요즘의 나날은 그렇게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방향보다는, 만족스러운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20대 후반부터, 나는 줄곧 해외로 가는 꿈을 꿨다. 그게 어디든, 영어를 쓰는 나라였으면 좋겠고, 그걸 좀 더 잘하고 싶었다. 정말 베이스가 없는 상태로 조금씩, 조금씩 대외활동에 지원도 해보고, 영어 수업을 받아보기도 하고, 클럽에서 술에 취해 외국인과 부딪혀가면서 스몰톡을 하기도 하고.
그래도 굉장하게, 지금은 영어로 곧잘 대화를 하고 이제는 좀 더 학술적인 공부를 하려고 하니. 어떻게 한 마디도 못 했던 사람이 이렇게 비약적으로 성장을 하는지 나조차도 신기할 따름이다. 그 과정이 너무 숨에 가쁘게 힘들다거나, 복잡했다기보다는. 물론 머리 아프고, 자책감이 많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차근차근 하다보면, 계속 실력은 늘어갔다.
요즘엔 아예 노베이스로 일본어를 시작하는데, 문득 든 생각은 언어를 하나 습득하게 되면 그 다음 언어를 하는 과정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는 생각이다. 처음의 프로세스와 노하우가 맞아떨어지면서 스스로 비슷한 방법으로 계속 내게 패턴을 입히면 되는 거니까. 이렇게 조금씩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현재 일본 마케팅 관련한 일을 하고 있고, 갑작스럽게 떠난 도쿄 출장에 예전 과외생 한 놈을 만났다. 지금은 일본에서, 엄청나게 성장을 한 멋진 녀석이 되었다. 정착을 하는 걸 도와줄테니, 요구하는 점수와 프로세스들을 만들어보라고.
입시 때 좋은 성과를 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뿐이었는데, 몇 년에 한 번씩 꾸준히 유학 생활을 하면서 계속 만나왔고, 지금은 아예 좋은 기업에 취업을 해서 친구들과 멋진 프로젝트들을 함께 하는 모양이다.
글을 쓰고 싶다고 하더니, 예술대 안 온 게 얼마나 다행이냐면서 우리는 서로 웃프게 가끔 웃기도 하지만, 사람 일이 어떻게 풀리는지 모른다는 걸 요즘 실감하는 중. 하여간 30대 초반이 다 되어서 계속 공부를 하려니 쉽지는 않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 대단하다. 진짜, 다들 노는 사람이 어째 한 사람이 없고 주변 보면 다들 부업에, 투잡에, 이직 준비까지 너무 치열하게 살아간다. 같은 값의 치열함이라면 좀 더 기회가 많은 쪽으로 움직여보고 싶어, 국내보다는 해외로. 기왕이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스스로로 만들기.
쉬운 과정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닥치는 대로 하면 또 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의 경력을 보면, 항상 나는 늘 새로운 일을 해왔다. 이제는 마케팅이라는 분야를 정했고, 그 한 분야로 다이빙하는 게 목표! 왜냐면, 어떤 분야를 하고 싶었는지에 대해서 계속 연구해왔고, 몰입해온 결과 나는 일을 싫어하는 편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누구보다 열성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꺼이 좋은 기회마저 찾아오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같은 시간과 같은 기대값이라면 주어진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해낼까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나를 덜 괴롭게 하는 방향성이라는 것도 한 번 상기시키면서. 매너리즘에 빠진 스스로가 일을 시키는대로 대충 쳐내는 모양새라면 결과도, 평가도, 스스로에게도 너무 미안함이 들지 않냐고.
최근 친구 중 대기업을 들어가서, 또래 중에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일찍 결혼하여 잘 살고 있으면서 심지어 예쁜 딸과 일본인 아내까지 있으면서도 조금 버거움을 느낀다고 했던 친구가 있다. 처음에는 자기도 오로지 취업을 목표로 달려왔지만, 이렇게 일이 힘들 줄 몰랐다고. 지금은 가정이 생긴 이상 멈출 수가 없다고. 하지만 일 자체가 너무 버겁고, 업무 강도도 너무 세서 죽겠다고. 지금은 차라리 워라밸 좋은 다른 기업으로, 연봉을 깎더라도 이직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나와 반대 지점에 있었다. 나는, 어쩌면 일을 그동안 너무 쉽게 해왔기 때문에, 그리고 명확한 분야를 정하지 않은 상태로 커리어를 설계했기 때문에 막연하게 물경력을 쌓아왔다면, 지금은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정말 스퍼트를 낼 수 있는 분야를 위주로 공부하고 들어가려고 한다. 한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게 목표고, 한 쪽은 번아웃이 와서 이젠 좀 쉬고 싶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 못한다고 하니, 버텨내는 힘도 대단하지, 정말.
다른 뭐든 쉬운 과정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그것들을 버텨내는 힘도 정말 대단하다.
지금은, 오래 지속되는 잔잔함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뭐가, 이제는 손에 좀 잡히기 시작하니까.
주변의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와 친절이 너무 감사하고,
내가 잘 되면,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니 나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어야지.
요즘은, 많이 듣는 말이 그래도 격려다. 너는 어딜 가서 뭘 하든 잘할 거야.
나는 스스로 꾸준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막 괴로울 때도 많았는데.
너는 해낼 수 있다고 말해주는 말이,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그게,
누군가를 움직일 수 있는 한 마디의 원동력이.
어떤 사람,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게
그 한 사람의 한 마디라고 한다면.
정말 나도 그런 때가 많았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대학교를 지원하지 않으려고 했을 때 넣어보라고 했던 담임의 말에 쓴 학교가 덜컥 수시에 합격해버렸고. 잠깐 고시원에서 살 때 엄마를 불렀는데, 나름 깨끗하고 리모델링도 싹 된 정말 예쁜 인테리어의 고시원이었지만 엄마가 봤을 때는 내가 이런 조그만 방에 산다는 게 속상했는지 눈물을 흘리셨을 때, 그때 제대로 된 전세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은 일을 하다 알게 된 대표님의 말과, 예전 제자의 응원 덕분에, 나는 더 용기를 내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