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주년 새 단장
1993년, 오메가는 다이버 시계 시장에서 길이 남을 명작을 하나 발표했다. 바로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300M(오토매틱 2531.80, 쿼츠 2541.80)이었다. 고급 시계 세그먼트 중에서 400만 원대에 구할 수 있는 나름 저렴한 가격에 300m 방수, 그리고 에타 2892-A2 기반에 입증된 무브먼트까지 히트가 될 수밖에 없었던 라인업이었다. 거기에 무려 <골든아이>부터 <카지노 로얄>까지 무려 5편에서 피어스 브로스넌과 다니엘 크레이그가 맡은 제임스 본드의 손목에 차여있었던 홍보 효과도 무시해선 안 되겠다. (그중에서 크레이그가 찼던 2세대는 나도 중고로 영입해서 1년 가까이 잘 차고 다니고 있다)
올해로 씨마스터 300M은 25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베젤은 기존의 알루미늄에서 더 튼튼한 세라믹으로 바뀌었고, 무브먼트의 마모가 훨씬 적은 코액시얼 방식의 탈진기를 장착한 칼리버 2500 무브먼트로 바뀌기도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의 틀은 그대로 유지해왔다.
25주년을 맞아 오메가가 스위스의 시계 박람회인 바젤월드에서 선보인 새로운 4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도 겉으로만 보면 큰 변화는 아니지만, 세대별 진화 중에서는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다.
외관적으로 가장 큰 변화라면 단연 케이스 및 다이얼의 색상 및 재질의 다양화라 할 수 있겠다. 그동안의 씨마스터 300M은 기본형 모델에는 스테인리스 스틸에 파란색 혹은 검은색 다이얼 두 가지 색상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가끔씩 특수한 색상 처리나 새로운 재질을 넣은 한정판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 4세대부터는 훨씬 다양해졌다. 먼저, 다이얼의 재질을 세라믹으로 새 단장했고, 씨마스터 300M의 상징과도 같았지만 3세대에서 없어졌던 물결무늬가 다시 돌아왔다. 차이점이라면, 예전 모델은 물결무늬가 양각으로 새겨졌다면, 이번 신형은 레이저를 이용해 음각으로 새겼다는 점이겠다. 물론 전통적인 파란색과 검은색 다이얼도 그대로 고를 수 있지만, 거기에 PVD 크롬이라는 새로운 회색 계열 다이얼이 추가됐다. 케이스는 일반 스테인리스 스틸과 더불어 옐로 골드나 세드나 골드로 악센트를 준 모델도 있다. 다이얼 직경은 42mm로, 예전 모델보다 약간 더 커졌다.
하지만 이번 씨마스터 다이버 300M에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심장인 무브먼트라 할 수 있다. 현재 판매되는 씨마스터 라인 중 유일하게 일반 크로노미터 인증 무브먼트였던 씨마스터 다이버 300M에도 드디어 마스터 크로노미터 무브먼트인 칼리버 8800이 들어간다. 오메가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15,000 가우스 이상의 항자성을 지닌 무브먼트로, 무브먼트의 핵심 부품을 실리콘 등 비금속 재질로 만들어서 지구 상에서 만날 법한 웬만한 자기장에는 어떠한 영향도 받지 않는다. 심지어 MRI 머신에 들어가도 문제가 없을 정도다. 칼리버 8800에 맞추기 위해 날짜 창은 3시에서 6시로 옮겼고, 케이스백은 씨마스터 300M 최초로 8800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시스루로 바뀌었다. 씨마스터의 상징과도 같은 헬륨가스 배출 밸브는 이제 물속에 있을 때도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오메가는 총 14종의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을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1993년에 출시한 첫 모델의 디자인을 계승하는 2,500피스 한정 티타늄 탄탈럼 리미티드 에디션도 포함된다. 7월부터 오메가 부티크에서 구매가 가능하며, 가격은 스테인리스 스틸 기준 4,400 스위스 프랑으로, 기존 모델 대비 가격 변동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