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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juGrapher Mar 06. 2023

달고나 64. 오래된 질문

My answer to an old question

10년 안에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직업은?


잊을만하면 등장하는 떡밥 기사다.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다. 외국의 유수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20XX 년까지 Y%의 직업이 인공지능 또는 로봇으로 대체된다"라고 밝혀졌다 류의 기사다. 기술의 종류가 간혹 바뀔 뿐 뉘앙스는 매번 똑같다. 산업화 이후로 직업의 종류가 바뀌었고 그 변화의 중심에 기술이 있다는 걸 부정하진 않는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벌써 몇 십 년 전에 없어졌어야 할 직업에 여전히 종사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대표적으로 인간문화재 급의 수공애 장인들이 있다. 자동화 공장이 있지만 여전히 소규모 대장간이 존재한다. 이케아 가구로 집을 가득 채울 수도 있지만 자개 장인도 있고 작은 목공소들도 있다. 아마존으로 대변되는 인터넷 서점의 위세에도 여전히 개성 넘치는 작은 동네 서점들은 새로 생겨난다. 기계공학은 여전히 Fortran 언어를 활용하고 있고 간혹 늙은 COBOL 개발자는 낡은 은행권 레거시 시스템에 의존해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완전히 사라져서 기록으로만 남겨진 직업도 있다. 기술이 사람의 노동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을까? 더 구체적으로 요즘의 인공지능이 우리의 직업을 완전히 박살 낼 것인가? 바로 전 글은 ChatGPT를 이용해서 글 한 편을 날로 때웠다. 그러면 앞으로 나는 글을 더 이상 적을 필요가 없어지는 것일까? ChatGPT가 소개됐을 때 나까지는 모르겠으나 내 후배들은 데이터 모시기라는 직업을 가질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운 전율을 느꼈다.


기술이 인간을 대신할 것인가? 이 오래된 질문에 나는 답하려 한다. ‘모르겠다’가 가장 솔직한 답변이지만, 많은 잡다한 생각으로 주말을 보내는 동안 기술 (인공지능)이 우리의 직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인간의 존재 이유를 없앤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용도가 다 한 직업은 사라질 것이다. 기술은 단지 그 시기를 앞당길 뿐이다. 데이터 분석가 또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앞으로도 한동안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자만이 남을 뿐이다. 변하지 않는 것 위에 변하는 것이 있다. 기술이 직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않는 사람을 그 직업에서 떼어놓을 뿐이다. 많은 직업이 인공지능에 위협을 받을 거다. 사실은 직업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이 위협을 받는 거다.


인공지능뿐이 아니라, 시대를 풍미했던 대부분의 기술들이 그랬다. 혁신가의 딜레마에서처럼 새로운 기술이 처음에는 초라해 보일지라도 어느 단계를 지나면 기존 판을 뒤엎어 버린다. 새로 등장하는 모든 기술에 열광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은 금세 위세를 잃고 우리 기억 속에서 사라질 거다. 내가 또는 내 경쟁자가 이 미약한 기술을 활용해서 조만간 나를 파괴할 수 있는가?를 깊이 고민해야 하고, 영향을 준다는 결론에 이르면 내가 그걸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더 깊이 고민해서 나의 무기로 삼아야 한다. 내 손에 무기가 없거나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면 시한폭탄의 타이머는 이미 시작됐다.


초거대 AI (또는 LLM)의 시대를 ChatGPT가 활짝 열었다. 초거대 AI도 어쩌면 잠시 타오르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기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LLM이 VLLM (Very-LLM)으로 가는 흐름은 한동안 이어지겠지만 LLM이든 더 넓게 Generative AI가 궁극의 AGI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금도 AI의 변방, 어느 시골 골방의 누군가는 내일의 스타를 만들고 있을 거다. 어쩌면 인간이 아니라 AI (LLM) 그 자체가 다음의 AI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지금은 ChatGPT의 시대다. 이 기술에 열광하는 사람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일지라도 우선 비는 피하자. ChatGPT가 만능도 아니고 모든 걸 해결해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작게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는 게 현명하다. 기술에 잠식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기술을 내 마음대로 갖고 노는 거다. 소 잡는 칼로 사과를 깎아도 사과는 여전히 맛있다.


사소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려 했지만 프라이버시 상 생략한다.


최근 이슈된 글이 있다. ChatGPT를 만든 OpenAI의 CEO인 Sam Altman이 적은 Planning for AGI and beyond (Feb. 24, 2023)라는 글이다. 많은 이들은 찬사를 보냈고, 어떤 이들은 우려를 했다. 조금 늦게 글을 읽었는데, 다 읽어갈 무렵 문득 "이 글도 ChatGPT로 작성한 게 아닐까?"라고 불충한 의심을 한다.


새로운 기술 또는 기술의 진보가 직업을 파괴하지 않는다. 그런 기술을 제대로 알아보거나 활용하지 못하고 완강히 거부만 하는 우리가 결국 우리의 직업을 잊혀지게 만들 뿐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을 때 그 기술은 모두에게 평등하지만 금세 불평등의 시기로 접어든다. 그때 당신은 직업을 잃는다. 평등의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 글의 논지와 어울리지 않지만, 최근에 이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변화에 겸손해야 하고 담대해야 하고 또 인내해야 한다. 만약 변화의 시기가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라면 맞췄다고 우쭐대지 말고 겸손하게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 예상보다 훨씬 이른 갑작스러운 변화라면 무서워하지 말고 그 변화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예상한 시점에 여전히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방향이 맞다면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무슨 일 (변화)는 항상 예상했던 그때, 갑작스럽게, 또는 훨씬 더디게 온다.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만은 모순되지만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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