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슐랭을 읽는 여자 Jun 25. 2020

NYU에서 미식 강연을 하다



때는 2016년 3월... 


제가 존경하는 NYU Stern 교수님이자  

The Language of Game Theory (World Scientifics, 2014) 의 저자, 

그리고 The Strategists 클래스로 유명하신 Adam Brandenburger 의 초청으로 인해

NYU Shanghai 에 가서 제가 현재 집필하고 있는 'The Sixth Sense' 에 들어갈 내용을 바탕으로 

짧고도 긴 2시간 짜리 강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학교의 펀드를 받고, 상하이에 도착. 


제가 이때까지 먹었던 음식들에 대해

(1) Neurogastronomy 적인 측면으로 '어떻게 인간은 맛있다를 느끼는가?'를 설명하고 

(2) 심리학 중 Perception 적인 부분으로 '미식'에 대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제목은 The Sixth Sense  


오감을 넘어 존재하지 않는 6번째 감각은 무엇일지 

다시 말해, 우리가 오감을 넘어 음식을 대할 때 가질 수 있는 6번째 감각은 무엇이라 생각하면 좋은지 

저만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제 스피치에 온 학생들과 서로 소통하며 

각자의 6번째 감각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 토론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6번째 감각이 있는지 설명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작에 앞서, 모두가 같은 레벨로 맛에 대한 상식을 알아야 했기에, 

5가지 Taste에 대한 설명과 각 맛이 재료와 합쳐졌을 때 

어떻게 재료의 맛을 부각시키는지 이야기했습니다. 


또한, Taste 와 Flavor 의 차이는 어떤 것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맛'을 느끼는지. 



이미 제 블로그의 이웃분들은 저보다 더 잘 아시겠지만 

이 자리를 빌려 제가 짧게 요약한다면  


맛에는 총 5가지가 있습니다. 









오른쪽 윗편에 있는 부분이 기본 '맛'입니다. 


1. 우리가 태아였을 때부터 엄마의 양수와 모유의 맛으로 익숙한 '단맛' 



2. 재료에 살짝 가미하면, 재료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flavor'를 강조시키는 '짠맛' 



3. 우리 몸의 pH 밸런스를 맞출 뿐만 아니라,

 식욕을 자극하고 소화를 촉진하며, 반복적인 맛에 지루함을 없애주는 '신맛' 



4.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맛이자, 요리의 전체적인 flavor에 절제 미를 주는 '쓴맛'



5. 마지막으로 우리를 중독시키는 멈출 수 없는 바로 그 맛인 '감칠맛' 인 UMAMI까지 






총 이 다섯 개가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의 종류입니다. 








그 이외에 입안에 들어가면, 

특정 음식이 주는 온도감, 무게감, 식감 및 풍미 등 여러 가지가 혼합되어 

음식에 Flavor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줍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제일 재미있어하는 부분이 풍미인데, 

풍미를 느끼는 방법은 사실 혀로 느끼는 '맛'에서 느끼는 게 아니라 

코로 숨을 내쉴 때 느낀다고 Dr. Gordon M. Shepherd 의 Neurogastronomy 책에서 이야기합니다. 


그가 말하길, 


"When we sense the flavor of the food in our mouths, 

it is not by sniffing in, which we usually associate with smelling something like an aroma, 

but by breathing out, when we send little puffs of smell from our food and drink out

 the back of our mouth and backward up through our nasal passages as we chew and swallow... 

What we call the taste of our food beyond these simple sensations 

should be called flavor and is mostly due to retronasal smell." 






즉,  

숨을 들이마실 때 우리는 '냄새'를 맡고, 

숨을 내쉴 때 우리는 '풍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이 '풍미'가 바로 우리가 flavor를 느끼고 맛있다고 

지각할 때 필요한 중요한 요소인겁니다. 






단순히 'taste' 만이 아닌 거죠. 




 




 


 










그래서 학생들을 상대로 24 가지 맛이 다른 rice puff를 주고 (고문), 

코를 막고 먹어보게 하고, 입안에서 숨을 들이쉬면서 먹어보게 하고, 

숨을 내쉬면서도 먹어보게 하면서 그 차이를 직접 느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유는 

나중에 우리가 느끼는 Perception 이

얼마나 '맛있다'라는 기억을 가질 때 중요한지를 느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지루하지만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다음으로 넘어가서 


본격적으로 제가 경험한 레스토랑 중, 


여러 가지 맛 중 특정적으로 어떤 맛에 중심을 두고 

손님들에게 특정 레스토랑의 색깔을 표현했는지 

직접 찍은 사진들을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Copenhagen 의 NOMA야말로

정말 계산적으로 감칠맛 즉, MSG level 이 높은 재료들을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밸런스에 맞게 한 디쉬에 계산적으로 넣었던 곳이라

감칠맛적인 부분이 강조된 레스토랑에 대한 설명으로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는데.. 








지금 봐도 정말 NOMA는 아주 계산적으로 완벽한 레스토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비록 현재 제 머릿속에 '또 먹고 싶다' '최고의 추억' 이다라는 기억으로 남아있진 않지만, 

다시 돌이켜서 모든 디쉬를 쭉 보다 보니... 






모든 디쉬에 꼭 감칠맛이 가장 높으면서도 탄.단.지의 비율을 깨트리지 않는 기준으로 

한 요리 안에 재료들을 하모나이즈 시켰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여담으로, 

Rene Redzepi 와 같이 한국에서 사찰음식을 먹었던 제 친구의 말이 기억이 났는데, 

그가 단호박죽을 먹으면서 계란 노른자를 

cured 해서 섞어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더군요.  




왠지 그만의 방식으로 만들어진 호박죽은 

acidity 가 은은하게 가미된 cured egg with a Kabocha puree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의식적으로 그러는지 무의식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한 디싀안에 꼭 탄.단.지의 밸런스를 맞춰서 구성하려는 자세가 있는 듯합니다) 





 







이 오리 또한... 

탄단지 밸런스에 맞는 감칠맛을 높인 요리... 


(지금 트러플을 무슨 고깃집 마늘처럼 무한으로 리필해줘서 굉장히 행복했다는 이야기 중....ㅋㅋㅋ ) 







 







그리고 자연스레 AMASS 의 레스토랑과의 비교를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의 취향은 AMASS 의 디싀 쪽인데... 

그 이유라 하면 끊이질 않는 NOMA 의 Acidity 가 나중에는 물리게 되고... 

태생이 워낙 Rene 와 달리 지방을 사랑하는 푸디이기에 

오일의 맛이 그리웠습니다. 



버터는 Virgin Butter 

빵도 Sourdough 

음료, 맥주, 주스까지 죄다 Acidic.. 

음식도 acidic... 디저트도 acidic... 


신맛이 중간에 한번 강하게 들어가면 

Refreshing 되는 느낌이 들겠지만,

계속 그 신맛을 유지시켜서 입안의 침샘을 메마르지 않게 하니까 

전체적으로 감각이 빨리 피곤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AMASS 에서는 신맛 대신 

매 디쉬마다 새로운 종류의 기름을 넣어서 

맛을 넘어 flavor를 다양한 각도로 즐길 수 있었기에.... 

(내뱉는 숨마다 특정 오일이 주는 풍미가 입안에 오래 남아 지루하지 않고 강렬했음) 

개인적으론 노마보다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만의 결론을 내리자면, 


사실 우리가 '맛있다'라는 느낌을 받으려면 

음식 본질에 대한 객관화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음식을 먹고 느끼는 '지각'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실에 살다 보면 저희는 오감을 가지고 음식을 느낀다고 하지만, 

사실 사회적 편견이나 편향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고 

그 영향은 사실 모든 푸디들이 가지고 있는 딜레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뚝섬 유원지 콘크리트 바닥에서 노마에서 먹었던 

똑같은 개미 종을 찾아서 입안에 넣는다고 노마에서의 '개미' 맛과 같다고 생각할까요? 


어떤 음식을 먹든지 간에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기존 푸디들의 의견 및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

World Best 50 restaurants라고 하는 소위 주관적이지만 

모든 이들이 믿고 따르는 세계의 레스토랑 랭킹.... 

누가 매니저인지, 투자는 누가 했는지, 셰프의 경력은 어떤지.. 이 모든 기록 및 사실들이 

우리가 '실제로 느끼는 감각'에 너무 많은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고 랭킹이 다 오류라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

(제 주제는 편향되는 Perception을 가진자와 아닌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저 또한 처음에는 미슐랭 가이드로 시작을 하였고, 

제 블로그 이름 또한 미슐랭 가이드를 읽는 소녀지만... 

점점 먹으면 먹을수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렵겠지만, '맛있다'를 느껴야하는건 내 자신이다.' 



 








음식은 백날 노력해도 객관적으로 '맛있다'를 느끼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혀와 그 순간의 상황, 제가 이제껏 경험했던 다이닝 경험 및 교육은 모두가 다르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수많은 경험과 교육을 받는다면

나 자신이 사회적 편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지각 능력을 가질 순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음식이 맛있어지려면, 


내가 음식을 이해하고 느끼는 perception 이 변화되야 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느끼는,

미식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6번째 감각입니다. 












제가 지금 쓰고 있는 책에 더 자세한 내용이 들어가겠지만, 


확실히 미식과 심리학을 연결해서 이야기를 하는 건 저의 취미이자 

가장 좋아하는 주제 거리이기에 

종종 제 블로그에서 연관 주제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네요. 


여러분의 미식을 대하는 자세는 어떤가요? 












작가의 이전글 김영탁 '곰탕'의 곰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