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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ez Mar 11. 2019

그로스 해킹은
완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책 <그로스 해킹> 정리

<그로스 해킹>은 새로운 마케팅 기법에 대한 이야기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마케팅에 기술적인 요소를 결합한 것으로,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해 성과를 측정하고 성장을 이끌어내는 방식이다. "예산이 별로 없는 스타트업이 자신의 회사 시스템을 해킹(hacking)하는 법을 배워갔다"는 미카 볼드윈의 표현이 '그로스 해킹'이라는 용어를 잘 설명해준다. 


그로스 해커는 전통적인 마케팅 교본을 버리고 그것을 검증 가능하고, 추적 가능하며, 확장 가능한 방법만으로 대체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광고, 홍보, 돈 대신 이메일, 클릭 당 지불 광고(pay-per-click), 블로그, 플랫폼(platform) API를 도구로 사용한다. 마케터들이 '브랜딩(branding)', '마인드 공유(mind share)'와 같은 모호한 개념들을 추구하는 반면, 그로스 해커들은 이용자와 함께 끊임없이 성장을 추구하며, 그들이 제대로 했을 때 이용자는 더 많은 이용자로, 그렇게 해서 들어온 이용자는 더더욱 많은 이용자로 이어진다. 그들은 스스로 생존하고 스스로 성장 가능한 그들만의 그로스 머신(growth machine)을 발명하고 운영하며 정비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그로스 머신은 스타트업을 아무것도 아닌 것에서 위대한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저자 라이언 홀리데이는 자신을 스테레오 타입의 마케터라고 칭한다. 전형적인 마케터가 보기에 기술이 접목된 마케팅은 혁신이다. 효과적일 뿐더라 효율적이니까. "그로스 해킹은 '마케팅'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렸거나 아니면 최소한 마케팅의 우수 사례를 완전히 다시 쓰는 셈"이라고 말할 정도다.


반면 기획자의 눈으로 본 그로스 해킹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마케팅에 기술을 접목하는 것은 새로운 접근이라 볼 수 있지만, 마케팅 수준이 아니라 제품or서비스 차원에서 보면 기술을 구축하고 접목시키는 일은 당연한 것이다.


책 말미에 들어 있는 핵심 교훈 4가지를 먼저 보자. 

적은 비용으로 제품의 콘셉트를 검증하고, 피드백을 통해 개선한 다음 출시해라.

진입 장벽을 낮춰라. 최초 이용자들을 안착시키기 위해 타기팅 가능한 매체와 플랫폼을 이용해라.

와우 요소와 고객 반응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해라.

자신의 이메일 목록을 구축해라. (or 구독자를 확보해라)


완전히 새로운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로스 해킹은 도구라기보다는 사고방식이다. 회사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요즘 세상의 회사라면 어디서든 조금씩은,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다. 꼭 기술 기반의 IT기업이 아니어도 효율을 추구하는 회사라면 기술과 데이터를 접목하는 그로스 해킹은 필수다. 


...반면 나의 고객 중 일부는 출판하기 전에 블로그에서 글을 공개한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끌린 주제뿐만 아니라 고객들로부터 받은 멋진 반응을 토대로 책의 아이디어를 개발한다. (한 고객은 구글 검색 결과에 자신의 사이트가 얼마나 많이 노출되는지를 스크린샷으로 보여 줌으로써 출판사에 책을 제안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블로그에서 책에 쓸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가 하면 특정한 집단을 상대로 연설하면서 테스트한다. 독자들이 책에서 어떤 내용을 읽고 싶어 하는지를 직접 묻기도 한다. 글에 얼마나 많은 댓글이 달렸는지, 페이스북 ‘공유’가 얼마나 많이 되었는지를 토대로 글감이 되는 아이디어를 판단한다. 그들은 잠정적인 제목과 표지 디자인을 온라인에 올려서 피드백을 받고 테스트한다. 그외 영향력 있는 블로거들이 어떤 주제에 몰두하는지 살펴본 후에 책에서 그들을 언급하는 방법을 찾는다.


그로스 해킹은 출판시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유저 니즈를 미리 파악해 제품or서비스를 최적화하는 작업은 책에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며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그로스 해킹> 또한 같은 프로세스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물론 모두가 이 방식을 택하고 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아직 콘텐츠 사전 공개와 독자 피드백에 기반해 콘텐츠를 바꾸는 것에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들이 책을 안 읽으면 안 읽을수록 검증된 콘텐츠로 출간을 하려는 분위기는 더 커질 것이다. 왓패드(wattpad), 젤리북스(jellybooks), 인키드(inkitt) 등 외국에는 이미 이런 기능을 지원해 베스트셀러를 내고 있는 좋은 서비스들이 많다.


“당신의 사업과 매출을 성장시켜 성공하려면 잠재 고객이 제품에 대해 알게 되고 제품을 구매하는 방식에 맞추어 마케팅해야 한다.” - 브라이언 할리건, 허브스팟 창립자


책에 나온 내용 중 한 가지 더 좋았던 포인트는 리텐션(retention)에 대한 부분이다. 지표를 보는 사람이라면 항상 우선순위에 두는 숫자이지만, 이를 마케팅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생각을 하는 건 쉽지 않다.


전통적인 마케터의 경험상 수백만의 광고 노출을 만드는 과정에서 한 번도 일차적으로 전환된 이용자에 대해 추가로 무언가를 진행한 적이 없었다. 전혀 전환되지 않은 이용자들에 대해 잠깐 생각해 보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마케팅 산업에 속한 여타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이미 만든 잠재 고객으로부터 최대한 많은 것을 끄집어내기보다는 더 많은 잠재 고객을 만드는 데에 너무 집착했다. 이런 접근 방법에서는 필연적으로 날려버리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처진다.


때로는 신규 가입자 유치보다 기존 사용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베인 앤 컴퍼니(Bain&Company)에 따르면 고객 유지율을 5% 상승시켰을 때 회사 수익성은 30% 증가할 수 있다고 한다. 마켓 메트릭스(Market Metrics)는 기존 구매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확률은 60~70%이지만, 신규 고객에게는 5~20%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유지는 획득을 이긴다.(Retention trumps acquisition)" - 브론슨 테일러, 그로스 해커 TV(Growth Hacker TV)




책에는 그로스 해킹 관련 전문 용어가 잘 정리되어 있다. 하나씩 용어를 살펴보면 개념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그로스 해킹에 더 관심이 간다면, 책에 담겨 있는 실제 사례들을 참고하길 바란다. 저자 및 역자가 그로스 해킹을 통해 성장을 이룬 해외 및 국내 기업들의 이야기를 잘 정리해 놓았다.


그로스 해킹 용어 사전


A/B 테스팅(A/B testing)

웹 사이트나 제품의 서로 다른 두 버전을 만든 다음 사람들에게 각각 보여주고 A, B 중 어느 것이 더 나은지 지켜보는 것. 구글, 쿼털루, 옵티마이즐리, 키스메트릭스는 모두 이용자가 사이트에서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고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뛰어난 서비스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통찰은 지금까지 의존했던 막연한 본능보다 적합점을 찾아내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된다.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보통 기술 기반 스타트업이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외부에서의 자금 조달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극도로 빡빡한 예산을 토대로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부트스트래핑 상태에 있다는 것은 마케팅에 소요되는 비용을 경영자가 직접 지불하거나 마케팅 자체적으로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을 말한다. 이것은 고객 한 명이 지불하는 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을 전제로 이용자를 확보하는 그로스 해킹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깃허브, 37시그널, 앱수모는 벤처캐피털로부터 돈 한 푼 받지 않고 부트스트랩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회사들이다.


이탈률(bounce rate) 

서비스가 이용자들을 얼마나 붙잡아 놓는지에 대한 객관적인 측정값. 한 명의 이용자가 사이트에 왔을 때 그들 중 즉시 떠나는 인원은 몇 %일까? 만약 이 비중이 높으면, 둘 중 하나의 문제에 부딪힌 것이다. A) 당신의 웹 사이트 또는 서비스는 엉망이다. B) 당신은 부적절한 이용자를 쫓고 있고, 아마도 비싼 전통적인 마케팅 기법들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탈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A/B 테스팅을 통해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조정하거나 서비스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고객 군을 조정해야 한다. 만약 사이트에 온 사람들 중 아주 일부분만 남는다면 절대로 큰 트래픽 유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서는 안 된다. (이탈률이 높으면 많은 돈을 써서 대규모 인원을 사이트로 끌고 오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이탈률을 개선하는 것이 훨씬 쉽고 효과적이다.


코호트 분석(cohort analysis) 

웹 애플리케이션에서 얻은 데이터를 이용하여 고객 전체를 통으로 살펴보는 대신 관련성 있는 그룹으로 분리하여 분석하는 방법. 특정 고객 그룹의 전체 생애 주기(life cycle)를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주며, 특정 집단에게 특화된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로스 해커는 특정 이용자 집단에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서비스에 처음 진입했을 때부터 판매 깔때기를 거치는 전체 흐름을 추적하는 데에 코호트 분석을 이용한다. (그로스 해킹을 하려면 서비스에 가입한지 1달, 2달, 3달이 지나면서 이탈률이나 전환률이 어떻게 달라지는 지 체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가입한 지 2달이 지난 그룹이라도 언제 가입했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패턴이 나올 수 있다. 코호트 분석의 대표적인 사례는 이렇게 언제 가입했는지, 가입한지 얼마나 지났는지의 두 축을 가로화 세로로 놓고 살펴보고자 하는 지표의 변화 패턴을 보는 것이다.)


전환률(conversion rate) 

당신이 원하는 행동(회원가입, 구매, 이메일 주소 입력 등)을 실행한 사람의 수를 당신의 제품이나 사이트를 본 사람의 수로 나눈 값이다. 그로스 해커는 전환률에 목숨을 건다. (그로스 해커는 ‘인식’이니 ‘주의/관심’이니 ‘마인드 공유’ 같은 것들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은 이용자 확보에 집중한다.) 당신이 원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 방문자들을 당신 웹 사이트에 아무리 많이 끌어온들 대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최소 존속 제품(minimum viable product) 

창업자가 적은 노력을 들여 (잠재)고객에 대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빠르게 수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초기 단계의 제품으로, 아주 기본적인 것만 갖춘 제품이다. <린 스타트업> 저자인 에릭 리스는 ‘MVP’로 시작해서 그것에 대한 피드백을 토대로 제품을 개선하는 것이 제품 시장 궁합을 찾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마존에서 제품 담당자들은 심지어 개발팀이 작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사에게 보도자료를 먼저 제출해야만 한다. 이러한 연습은 신제품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과 그 시장의 특성에 대해서 집중하게 만들어 준다.


피벗(pivot) 

'제품, 전략, 성장 엔진에 대한 근본적인 가설을 새롭게 만들고 검증하기 위해 구조화된 경로 수정'(에릭 리스, <린 스타트업> 저자) 쉽게 표현하면, 고객들이 당신이 생각한대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제품을 조정하거나 변화시키는 것. 


인스타그램은 버븐(Burbn)이라는 위치기반 스타트업으로 시작했지만, 이용자들이 반응하는 기능에 집중하여 앱을 새로 단장한 이후, 우리가 아는 서비스인 필터를 적용한 사진을 올리는 인스타그램이 되었다. 결과는? 새롭게 출시하고 1주일 만에  10만 명의 이용자가 몰려들었으며, 18개월 만에 창업자들은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팔 수 있었다.


제품 시장 궁합(Product Market Fit) 

제품과 소비자 사이에서 완벽한 조화 상태를 만드는 작업. 그로스 해커는 제품 및 사업과 사업 모델 자체가 최초 고객에서 나온 반응에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만들 때까지 계속 변할 수 있고 변해야만 한다고 믿는다. 최고의 마케팅 의사결정은 실존하는, 잘 정의된 집단에게 있어서 실제로 정말 필요한 바람을 충족시켜 주는 제품이나 사업을 만드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최적의 상태가 될 때까지 유연하게 바꿀 수 있고, 변화시키며,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취급한다.


선전 연출(publicity stunt) 

신제품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하도록 만들고 시도하게 하는 방법. 사람들이 아직 완전하게 이해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시스템이나 플랫폼들을 종종 활성화시키는 촉매가 된다. 우버는 밸런타인데이에 탑승객들에게 무료로 장미를 줌으로써 데이트에서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하는 탑승객들의 호감을 샀다.


판매 깔때기(sales funnel) 

잠재 고객을 찾아서 판매 절차로 끌어들인 다음, 최종적으로는 지불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일련의 흐름. 예를 들어 어떤 웹 사이트에 방문한 사람이 100명이라면 그 중 50명이 회원 가입을 하고, 20명이 상품 결제 페이지까지 진행하며, 그 중에서 다시 5명이 최종적으로 결제를 하는 것이다. 깔때기의 위에서 아래로 향할수록 더 깊은 단계로 서비스와 사업 절차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에서 아래로 진행할 때의 전환율이다. 각각의 전환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몰입도(stickness) 

고객이 제품을 얼마나 반복해서 구매하고 싶어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어 하는지를 나타내는 것. 몰입도가 높은 아이디어나 제품은 단순하고, 예상 밖이며, 신뢰할 수 있고, 명확하면서도 구체적이며, 감정의 흐름을 되돌려 주며, 이야기 흐름을 기억하기 쉽다. 


트위터가 제공한 추천 이용자 목록 기능은 신규 이용자들이 서비스에 몰입할 수 있게 도와 주었다. 당신을 빨아들이고 계속 머무르게 만드는 서비스가 바로 몰입도 강한 서비스이다.


허영 지표(vanity metrics) 

중요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궁극적으로는 추상적이고, 더 안 좋게는 사람을 속이고 현혹시키는 지표. 전환율, 이탈률, 사이트 체류 시간은 무시하면서 웹 사이트에 얼마나 만은 사람이 몰려드는지만 살펴본다고 하면 그것이 허영 지표의 희생양이 되는 경우다.


구전 확산(viral loop) 

제품이나 서비스를 본 사람이 그것을 사용해 보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전체적인 과정.


구전성과 구전 계수(virality and viral coefficient) 

구전성은 제품이나 아이디어가 사람들을 거쳐 퍼지는 것을 의미한다. 구전성의 핵심은 사람이 당신을 무료로 추천하거나 링크를 걸거나 또는 글을 올리는 것에 그들의 사회적 자산을 소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그로스 해커는 1보다 큰 구전 계수(K팩터라고도 표현)를 추구한다. (K팩터는 의학계에서 질병의 확산도를 설명할 때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스타트업 세상의 구전 계수는 현재 보유 이용자 한 명이 새로운 이용자 몇 명을 끌어올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 한 명의 기존 이용자가 한 명 이상의 이용자를 새로 데려올 수 있다면, K팩터는 1보다 크고 구전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이다. 구전 효과로 성공하려면, 제품 자체에 구전성을 녹여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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