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관점에서 본 마블 영화 <캡틴 마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하나의 거대한 플랫폼이다. 규모는 말할 것도 없을뿐더러 10년 넘게 유저(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니 플랫폼 안정성까지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
플랫폼에는 여러 콘텐츠와 서비스가 유통된다. 각 캐릭터들이 개별 콘텐츠라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히어로 무비를 개봉하는 일은 신규 서비스 출시와 유사하다. 신규 서비스에는 그동안 플랫폼에서 다루지 않았던 콘텐츠(캐릭터)와 기능들(세계관, 가치관 등)이 담겨 있을 것이다. 물론 본바탕이 되는 플랫폼에 어울려야 하는 건 기본 전제다. 콘텐츠는 서비스에 핏해야 하고, 서비스는 플랫폼과 윈윈 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서비스에서 선보이는 콘텐츠는 플랫폼에서 만나 시너지를 창출한다. 컬래버레이션이다. 마블에서는 어벤저스라 부른다. 캡틴 마블 개봉 이후 <어벤저스 4: 엔드 게임> 개봉일을 4월 26일로 확정해 발표한 것이 절대 우연은 아니다.
영화 <캡틴 마블>은 그동안 MCU 플랫폼에 없던 신규 서비스다. 기존 서비스(영화)들과 차별성을 내세우면서도 플랫폼에 잘 녹아들 정도로 연결성이 좋다. 그동안 뿌린 떡밥이 상당 부분 회수됐고, 친절하게도 다음 떡밥까지 다시 뿌려줬다. 유저들은 이제 다음에 출시 예정인 서비스, 어벤저스 4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플랫폼에서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은 때로 기존 서비스들이 다루지 않던 영역을 커버하기 위해서인 경우가 있다. 마블(그리고 디즈니)이 새로운 영화를 내놓는 전략도 이와 다르지 않다. 다른 서비스(영화)에 없는 기능(스토리)을 다룸으로써 플랫폼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캡틴 마블>은 마블의 전작 <블랙 팬서>와 매우 비슷한 배턴으로 제작됐다. 차별화된 캐릭터(흑인 히어로, 여성 히어로)가 등장하고 적절히 녹여낸 사회 문제(인종 차별, 난민)가 언급된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신규 서비스(영화)는 그동안 마블 플랫폼이 커버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까지 포괄하게 된다. 새로 유입되는 유저(관객)는 플랫폼에 친숙해지고 다른 서비스(영화)까지 경험하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디즈니가 <모아나>, <코코> 등의 애니메이션으로 꾀하던 전략과 본질적으로 같다.
그동안의 마블 콘텐츠와 차이점이 있다면 밸런스가 깨졌다는 것이다. <어벤저스 3: 인피니티 워>에서도 블랙 오더를 너프시켜 다른 캐릭터들과 밸런스를 맞췄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주인공 혼자 너무 막강하다. 빌런 캐릭터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나가떨어진다.
다만 이것은 밸런스 붕괴라기보다는 앞으로의 확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어벤저스 4: 엔드 게임> 이후 마블은 페이즈3를 마무리한다. 플랫폼을 새롭게 정비하는 개념이며 향후 페이즈4에서는 플랫폼의 신 성장동력을 갖춘 콘텐츠와 서비스가 출시될 예정이다.
캡틴 마블은 앞으로 MCU에서 콘텐츠 커버리지를 넓히겠다는 뜻으로 해석 가능하다. MCU 페이즈3 상황에서는 마블이 갖고 있는 말도 안 되는 다양한 콘텐츠들을 출시하기 어렵지만, 타노스와 캡틴 마블이 등장한 이후의 페이즈4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