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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bez May 09. 2020

기획자가 갖춰야 할 지적자본

지적자본론, 마스다 무네아키

내가 이해한 지적자본론은 한 마디로 "기획자는 고객보다 한 발 앞서 제안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지난 2011년에 설립한 <츠타야서점>는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책을 산다는 곳이고, 심지어 책 사러 들렀다가 생활가전 등 다른 제품들까지 사서 나온다는 곳이다. 


그가 얘기하는 츠타야서점의 성공 비결은 '제안'이다. 수많은 상품들을 쌓아두고 선택 당하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품을 찾아 고객보다 먼저 제안한다. 


츠타야서점은 책의 형태 등에 따른 분류가 아니라 그 제안 내용에 따른 분류로 서점 공간을 재구축했다. 이것이 서점의 이노베이션이다. 지금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을 방문해보면 그곳은 여행, 음식과 요리, 인문과 문학, 디자인과 건축, 아트, 자동차......라는 식으로 장르에 따라 구분이 되어 있고 그 안에서도 내용이 가까운 것들끼리 단행본이든 문고본이든 틀을 넘어 횡단적으로 진열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을 방문한 고객은 "유럽을 여행한다면 이런 문화를 접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거나 "건강을 생각한다면 매일의 식사를 이런 식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판매자가 우선 똑똑해야 한다. 제안하는 책들의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하고, 나아가 그 책과 어울리는 상품까지 큐레이션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인재가 그가 말하는 '지적자본'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의 이노베이션 과정에서는 어떤 장애가 있었을까. 우선 제안 내용을 바탕으로 구역을 새롭게 설정하려면, 직원들에게 일반 서점의 점원과는 차원이 다른 높은 능력이 요구된다...고객의 가슴을 파고들 수 있는 제안을 몇 가지 정도 생각해 내고 그 주제에 맞는 서적이나 잡지를 진열해야 한다. 이것은 고도의 편집 작업이다...그렇기 때문에 '지적자본론'이다. '서적 자체가 아니라 서적 안에 표현되어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판매하는 서점을 만든다.'라는 서점의 이노베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수준의 지적자본이 필요한 것이다. 


마스다 무네아키의 이런 생각은 스티브 잡스를 닮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만들어서 보여주기 전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A lot of times, people don’t know what they want until you show it to them)."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사람을 자본으로 취급하는 것이 별로이긴 하지만, 판매자의 역량 자체만 따진다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흐름이다.


서점 주인뿐 아니라 나처럼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기획자들이 이 책을 많이 읽는 이유는 아마도 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고민이 꽤 실질적으로 와닿기 때문일 것이다. 플랫폼이 넘치는 시대에 경쟁력 있는 앱 서비스 하나를 만들어 유지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소비 사회는 더욱 진보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금세 알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플랫폼이 넘친다. 인터넷상에도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해 사람들은 시간과 장소에 조금도 구애받지 않고 소비 활동을 전개한다. 이것이 '서드 스테이지', 우리가 현재 생활하고 있는 시대다. 이미 수많은 플랫폼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단순히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고객의 가치를 높일 수 없다.


마스다 무네아키는 차별화된 '제안 능력'이 플랫폼이 넘쳐나는 서드 스테이지에서 경쟁 우위에 설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혁신 사례는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동료들과 같이 먹은 점심값은 공인인증서 없이 토스로 송금한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은행에 가지 않고 카카오뱅크로 쉽게 적금에 가입하고 대출을 받는다. 일하면서 받은 비즈니스 명함은 받은 즉시 리멤버에 입력하고 이직 제안까지 받는다.


다시 강조하자면 성공의 비결은 '제안'이다. 그리고 이 제안은 쾌적한 디자인으로 고객 가치를 높임으로써 추구할 수 있다.


기획의 가치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그리고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다면 영업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증가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고객이 가치의 기준으로 삼는 것은 그것이 세계 최초인가 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얼마나 쾌적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15년 지적자본론 초판이 나온 이후 지금 모바일 서비스는 또다른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마켓컬리 샛별배송에 이어 배민 B마켓까지, 모바일은 오프라인의 강점인 즉시성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개가식(오픈형) 도서관에서나 경험할 수 있던 직접성 역시 구독 경제가 활성화되며 어떤 콘텐츠든 싼값에 무제한 경험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로 언택트 시대가 열리면서 아늑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한 안전함이 더 강조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혁신의 기준은 계속 바뀌어 간다. 하지만 고객에게 더 나은 가치를 제안해야 하는 기획자의 역할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읽어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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