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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남자 Sep 19. 2023

너구리 스파게티

축하해 너의 일주일을!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군 생활을 마무리하고 밴쿠버로 어학연수를 갔었던 적이 있다. 모든 게 처음인 아시안에게 홈스테이란 참 신기한 경험이었다. 너무나 새로웠고 즐거웠던 간혹 미래에 대한 걱정에 고민 많았던 그 시절.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기억 중 한 가지가 떠오른다. 


밴쿠버에서도 서쪽에 있다 하여 웨스트밴쿠버라는 곳에 홈스테이를 하면서 시내로 수업을 받으러 다녔더랬다. 버스를 타며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면서 처음 보는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을 보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그런지 그럭적럭 재미나게 보냈었지만 그중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음식에 대한 어려움이었다. 


평생을 아침을 거르지 않고 삼시세끼 하얀 쌀밥과 뜨뜻한 국물과 함께 했던 인생이었기에 홈스테이에서 주는 밥은 참 곤란했다(?). 아침에는 토스트기에서 나오는 토스트 한쪽과 바나나 한 개, 점심에는 통상적으로 도시락을 싸서 다녔는데 그것도 샌드위치를 하나 싸줬었다. 


운이 좋게도 홈스테이맘이 중국계 캐나다인이라 저녁에는 쌀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쌀과 카레 혹은 고기요리가 있었지만 내게는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대식가인지 아니면 한국사람이 대식가인지 그것도 아니면 이 사람들이 정말 소식을 하는 사람들인지 생각했다. 물론 더 달라고 할 법했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기를 일주일. 홈스테이맘이 너를 위한 날이라고 하면서 '해피 코리아누늘~~!'이라고 하면서 저녁식사로 해준 음식이 있었다. 한국라면! 너구리였다. 그 냄새에 얼마나 입에 침이 고였는지 모르겠다. 냄비에 뚜껑을 열었는데...... 맙소사!


국물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국물이 거의 없었다. 


나를 위해 끓여준 라면에는 국물이 없었다. 이 홈스테이맘이 한국라면을 처음으로 끓여서 그런지 너구리 라면 2개를 끓이면서 국물을 없애고 라면을 스파게티처럼 끓여준 것이다. 사진이 없어서 너무 아쉬울 만큼의 비주얼을 가진 오동통한 면발의 '너구리'라면이 스파게티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만큼 맛있었던 라면의 맛이 있었을까? '추울 때 군대에서 먹었던 라면보다 더 맛있었다!'라고 이야기하면 그 맛이 느껴질까? 일주일 동안 샌드위치만 먹던 아시안에게 오동통한 국물이 없는 너구리의 맛은 짜고 조리법이 잘못되고를 떠나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후루룩 짭짭 


그때의 추억은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나는 한 달 만에 홈스테이를 떠나 혼자 자취를 하게 된다. 홈스테이는 다 이렇게 먹는 줄 알았던 순진한 내게 어학원의 같은 반 친구들의 샌드위치 안에 있는 내용물과 그 두께는 내 샌드위치가 정상이 아님을 알게 해 주었다. 


나를 제외하고 같이 숙식을 하는 일본인 학생과 퀘벡에서 온 학생들의 식습관을 유심히 지켜봤다. 몸은 그렇게 큰데 그렇게 불만을 표현하지는 않았더랬다. 결론은 내가 대식가였나 보다. 가끔 너구리 라면을 보면 그때의 생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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