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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남자 Sep 15. 2023

읽어버린 139,770원

누군가 내 신용카드를 사용했다.

부모님과 동생 네 가족들과 함께 강화에 갔었다. 저녁을 먹고 같이 이야기를 하던 도중 신용카드 사용 알림톡을 늦게 확인했다. 내가 사용하지도 않은 내역들이 약 15건 정도가 있었다.


사실 딸에게 신용카드를 쥐어줬더랬다. 집에 비상용으로 놓아둔 신용카드였다. 저녁에 좀 늦으니 식사를 하라고 하려는 의도로 며칠 전 주었던 것이었거늘 잃어버리고 깜빡했었나 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던 이유로 확인을 못했었는데 딸에게 있어야 하는 신용카드가 아침부터 하루종일 사용한 흔적이 있는 것이다.


딸에게 물어니 신용카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 하니 빨리 정지를 시켜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어플을 열어 카드를 정지시켰다. 카드사용내역 동선을 보니 많이도 돌아다녔다. 송파에서 영등포 등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카드를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신용카드를 정지시킨 후 약 5분 정도 후에 다시 사용을 하려다가 거절된 내역이 통보되었다. 짜증이 나면서도 황당하기도 했고 또 안도가 되기도 했다. 카드 한도가 넘게 크게 써버렸다면 얼마나 속이 뒤집어졌겠는가?


내 잘못이 제일 크다. 설마 하는 마음에 신용카드를 아이에게 쥐어줬던 나의 잘못이 말이다. 군대에 있을 때 가장 잘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를 꼽자면 어떤 일을 할 때 반드시 일어날 들법한 사고 등에 대해 미리 예방조치를 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이 생활화된 지 오래였기에 다시 한번 세상은 정말 쉽지가 않구나라고 피식 웃었다. 사용된 금액이 컸다면 아마 훨씬 더 속이 쓰리고 마음이 고통스러웠지만 그나마 이만하기를 다행이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다시 카드 승인거절 알림톡이 왔다. 방금 전 승인거절 금액에 대해 2개월 할부로 다시 계산을 한 시도였다. 어이가 없었다. 요즘에도 이렇게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아마도 주웠겠지만)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문득 어린 친구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안 되겠다 싶어 112에 신고를 했다. 바로 경찰분들이 오셨다. 집에 돌아가서 주소지 경찰서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내용에 주소지 관할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하기로 했다.


주말이 지나고 짬을 내어 관할 경찰서로 찾아가 사건을 접수하고 진술서를 자필로 썼다. 사용내역을 캡처한 사진을 제출했다. 육하원칙에 의거 분실한 경위부터 사용내역을 알게 된 상황까지 서술했다. 이후 몇 가지 질문에 답을 했고 접수 완료 후 돌아왔다.


신용카드 고객센터에 신고도 했다. 여러 가지 필요한 사항을 기입하자 사건담당자가 배정되어 전화가 왔다. 우선 위로의 말을 해주었고 타인인 사용한 금액의 80%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사건이 종결되어 피해본 금액에 대해 변제받는다면 꼭 다시 연락해 달라는 말도 했다.


부주의한 실수로 돈도 돈이지만 마음도 상하고 경찰서에 가서 진술하고 신용카드 고객센터에 신고하며 소비됐던 시간이 너무도 아까웠다. 하지만 덕분에 인생에 새로운 경험을 또 하나 하게 되었으니 약이 되리라. 남들은 속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부디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신용카드 간수 잘하시고 분실 시에 꼭 카드정지나 분실신고를 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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