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가을이 오려나보다.
"다른 가족들은 자식들과 여행도 많이 간다던데"
생전 이런 말씀을 안 하시던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고 동생에게 들었다. 급하게 여름휴가를 부모님과 같이 가는 동생네 가족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한편 세월이라고 하는 것이 흐르긴 흘렀나 보다.
아버지는 참 무뚝뚝하셨다. 묵묵하게 일만 하셨고 형제를 챙기는 건 어머니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는 기억난다. 새벽 일찍 일을 나가셨던 아버지가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없이 나갔던 날을 말이다. 문득문득 그 일이 생각나면 아버지의 사랑을 느낀다.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가족의 가장으로 일을 나서며 우리 형제를 가슴에 담고 일하셨을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어머니를 생각한다. 동생 내외에게 아주 즐거워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동생과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한 여름은 너무 더우니 9월 초에나 가자고 했다. 아침부터 서둘러 길을 나서며 강화도로 갔다.
어린 조카가 있어 멀리 가지 않고 근교로 갔더랬다. 같이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고 돌아다니고 사진을 찍었다. 그냥 우리가 평소에 했던 것들을 아버지, 어머니와 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좋아하셨다. 시간이 애 속하게 흘렀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함께 한다는 즐거움을 우리는 잘 느끼지 못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 속에서 함께 한다는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리라. 이러한 추억 속에 후에 힘든 일이 있거나 마음대로 어떠한 일이 되지 않을 때 우리를 일어서게 혹은 다시 한번 해보자라는 결심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리라.
하늘은 파랗고 잠자리는 날아다녔다. 초록의 녹음과 저녁이 되자 부는 산 아래 숙소의 선선한 바람은 한잔의 막거리와 함께 더욱 진하게 흘렀다. 가끔씩 들리는 개 짖는 소리도 즐겁고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가 함께 하기 때문이리라.
이미 입추는 지났지만 이제야 가을이 오려는 것 같다. 그렇게 가을이 오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