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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딱다굴 Jun 09. 2020

스물다섯의 나, 24년간의 배움

이십오 년 동안 나를 만들어 가는 중 ing _(1) 지금의 나

    스물다섯 생일, 나는 다시 독일에서 보내게 되었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삶의 형태가 바뀌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나 또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었으나 솔직히 나는 지금 현재의 변화를 잘 즐기고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계획했던 변화와 맞물려서 코로나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 독일 삶의 시작과 함께였으니까.


    2년 전 독일로의 유학을 고민하면서 일단 독일이라는 나라가 나와 맞는지부터 확인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교환학생 생활 후, 또 한 번의 외국생활이 마냥 쉽지만은 않은 길이라는 것을 느끼고 일 년 동안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일 년 내내 고민을 했다고 하기에는 너무 정신없이 지나간 5학년 1학기였지만 사고로 인해 병원과 학교를 오가면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아졌다. 그리고 실제로 몸이 아프다 보니 단순하지만 항상 생각했던 이유인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이자'라는 것이 많이 와 닿았던 학기 었던 것 같다. 할 수 없을 것 같을 때 더 하고 싶은 건 나만일까? 가끔 이상한 부분에서 오기라는 것이 발동하는 나이지만 이번에는 그래도 오기만이 다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조금 거창하게 말을 붙이자면 20대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선택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한다. 나의 남은 20대의 끝을 함께할 때까지의 긴 시간이 걸린 결정이었으니까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독일에서의 유학을 선택했고, 부모님의 설득도 성공했으며 (솔직히 명확하게 내가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코로나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출국을 하여, 생각보다 빠르게 구하게 된 나만의 공간에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내 개인 블로그에나 글적이던 글을 왜 이렇게 브런치에서 쓰고 있게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언제나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하루 지나면서 더욱더 확신을 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어릴 적부터 아빠가 붙여주신 별명이 딱따구리일 정도로 말이 많았다. 근데 그때는 집에서만 말이 많았다. 하지만 여러 계기들을 통해서 나라는 사람이 바뀌고 다듬어져 가면서 나에게 친구들과의 대화는 하나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자 내가 친구관계를 만들어 가는 방법으로 변화해왔다. 그래서 항상 글을 쓰는 데 있어서도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자기애가 강한 편인 건가 싶기도 하지만 또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  그냥 이야기를 공유하고 그에 대해 말을 하는 것이 좋았고, 내가 그때마다 했던 생각들을 친구와 공유하면서 공감하는 그 순간들이 좋았다. 나에게는 안 좋은 경험이었을지라도 친구에게는 간접경험을 들려주면서, 어떤 면으로는 나중에 혹여 나와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자신만 운이 안 좋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대화의 효과라고 생각했다. 물론 여기에 빠질 수 없는 것은 안 좋은 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우정을 다지는 것 또한 대화의 장점에 포함된다.


    내가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들은 다 한 번쯤 들었을 이야기들, 또는 내가 말했다고 생각했지만 빠졌을 수도 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내가 이렇게 글을 써봐야지 라고 생각하게 된 가장 큰 이유인, 나 또한 점점 디테일이 잊혀 가는 이야기들을 그래도 어느 한 곳에는 정리해서 남겨두고 싶었다. 가끔씩은 두서없는 글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래도 누군가 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어느 정도는 정리해서 둔다면, 훗날 내가 잊게 되더라도 지금 25의 내가 어떤 과정과 스토리들을 통해서 만들어졌고, 지금의 내가 그리는 나의 미래가 어떨 것인가에 대해 추억할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꿈은 항상 크게 가지라고 했듯이, 이전부터 기록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제라도 나라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내가 겪었던 현실을 쓰다 보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가끔씩 지나가다 그러고 보니 저 사람은 요즘 어떻게 사나? 하고 들어와서 보다 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작하는 글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서론만 쓰다가 끝날 수는 없으니 지금은 나에 대해 한 번 써본다. 나는 한국 나이 25세 딱따구리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부산에서 대부분의 삶을 보낸 토종 부산인이며, 현재 0개 국어를 하고 있는 독일어학연수생이다. 인기 많은 학원 한 번 다녀보겠다고 허락도 안 떨어진 작년 8월, 미리 기숙사와 학원에 2020년 3월 코스를 등록하고, 교통사고로 인해 우여곡절 끝에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져 신나 하던 찰나, 코로나가 터져서 친구들과의 작별인사는 단 한 명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비행기가 전부 결항되고 없어지기 직전인 2월 28일 출국을 하여, 6개월간 눈팅의 시간과 3개월간 컨택의 과정을 거쳤지만 구하지 못했던 지낼 곳을 후배 집에서 자가 격리하고 난 개강과 함께 일주일 만에 기숙사에 입성하게 된지 이제 96일째다. 또 다른 일주일간 당장 필요한 물품을 사기 위해 하루 4시간 +알파의 수업 이후 매일 무리해서라도 쇼핑을 한 나의 상황을 아는 것인지, 갑작스러운 시작이 한달인 학원 방학과 함께 락다운이 실시된 독일에서 살고 있다. 연장되고 연장되다가 5월 6일 이후부터 매일 4시간 이상이었던 인텐시브 코스를 일주일에 한 번 오프라인 수업으로 바뀐 생활을 하며, 가끔 온라인 수업도 가지고 숙제도 하며 지난 96일간 먹고 자고 세상 역대급 휴식 시간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도 최근 30일간은 학원도 나가고 같은 층 친구들과도 친해지고 가끔 외출도 하면서 점점 일반적인 생활패턴을 찾으려고 애쓰는 중이기도 하다. 나의 일 년 치 플랜이 엎어지기도 했고, 부모님이 힘들게 보내주셨는데 돈만 쓰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불안하기도 하지만, 쉼 없이 달려왔던 대학생활의 마무리에 앞으로 달려갈 5년을 위해 잠시 온 휴식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결국 또 공부에 취미 없는 내가 공부만을 하면서 보내야 하는 시기를 지금의 휴식을 발판으로 더 낫게 보낼 수 있다면 이 또한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엄마가 말해준 것처럼, 지금의 내가 지난 90일을 단정할 수 없지만 일 년의 나는 이 시기를 단정할만한 결과를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하지만 어차피 시간은 지났고 그때의 내가 완전히 퍼질러 자고만 있지 않았기에 뭔들 좋았겠지라고 믿고 넘기려고 한다.


    앞서 90일 동안 해결되었어야 하는 일들 중 아직도 해결이 안 된 일들이 많다. 은행은 열었다가 싸우고 닫게 되었고, 비자청은 한 달이 다되어가는 동안 나의 이메일과 전화에 대한 답장이 오지 않았고, 방송 수신료는 내가 이사를 들어온 걸 놓친 것인지 고지서를 보내주지 않고 있으며, 학원은 나에게 돈을 언제 낼지 알려주지를 않고 있다. 지금쯤이면 다 끝내고 공부만 하고 잇겠지라고 생각했던 3달 전의 나에게 역시 독일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고 1년이 지난 지금도 케바케의 나라다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또한 오히려 금방 떠날 이방인이었던 교환학생이던 신분이 지금 여기서의 어학원생의 신분보다 배려를 많이 받았음을 느끼고 있다. 독일에서 산지 총 합하면 이제 겨우 1년 하고 3개월이지만 그동안 3개의 도시에서 살면서 같은 절차를 밟는 데 있어서 이렇게나 다름을 느끼고 이 또한 기록을 하려고 한다.


    5년이라는 대학생활 동안 적지 않은 일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불같은 반응을 해왔었다. 하지만 이제 나도 나이가 들어서인지 전 같으면 불같이 화를 낼 상황도 그냥 어느 정도는 참하게 넘어가는 일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럴수록 맘에 쌓이는 건 더 많은 것 같아 솔직히 좋은 변화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다. 이 또한 다른 사람의 시선을 조금씩 더 신경 쓰게 되면서 변화하는 것인 것 같아 조금 씁쓸한 부분도 있다. 요즘 내가 계속 잊지 않고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있다. 이 세상 사람은 많고 다양하다. 나는 그저 그중 한 사람일 뿐이고, 나는 그냥 나여도 된다. 나도 실수를 할 수 있고, 조금 돌아서 갈 수도 있다. 너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나쁘게 볼까 봐 걱정하진 말자. 어차피 같은 문제를 보고도, 날 좋아해 주는 사람들은 나를 이해해주고 아닌 사람은 날 까내릴 테니. 굳이 내가 그 관계를 이어나가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결국 내가 내 삶에 만족하면 된다. 나는 하나의 일을 할 때 생각이 많다.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하지만 겉으로 보일 때는 어느 정도 쿨 해 보이고 싶은 게 있을 것 같다. 정확하게 말하면 내가 보이고 싶은 모습이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이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가 싫지는 않다. 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그를 통해 실제로 변화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보았기에 언젠간 나 또한 그렇게 또 좋은 모습의 변화를 할 것이라 믿는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능력만 있다면, 언제든 가던 길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이십오 년 동안 나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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