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어학원생 삶의 마지막 퀸탈
저번 주까지 눈, 비, 우박이 매일 내리더니 이제는 정말 독일에도 봄이 왔다. 그리고 봄과 함께 어학생 생활의 마지막 단계 C1 수업이 시작되었다.
2021년이 시작되고 2달 만에 끝나는 B2 단계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3개월 만에 마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A1때는 학원이 아예 문을 닫은 적도 있었고, 일주일 5번 수업이었던 코스를 일주일에 2번은 오프라인 한 번은 온라인으로 연명하여 끝낸 적도 있었다. 마스크를 낀 것 외에 수업 시간이나 보충 수업을 원래대로 한 기간도 있었고, 오프라인으로 잘 듣다가 마지막 한 주만 온라인이 된 적도 있었다. 가장 최근 수료한 B2 코스는 2달짜리가 3달로 늘어나고 마지막 1주는 격일로 그룹을 나누어 오프라인 수업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다양한 수업 형태들을 거쳐 독일 대학원을 가기 위한 마지막 단계 C1 풀 오프라인 코스가 시작되었다.
작년 3월 대구에서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우리나라의 방역이 실패했다는 전 세계의 기사와 함께 나는 비행기를 타고 독일에 왔었다. 그리고 2021년 4월 나는 드디어 마지막 레벨에 입문을 했다. 정상적으로 잘 진행되었었다면 원래는 이미 3월에 DSH시험 결과를 받았을 기간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버티다 보니 나름 목적했던 대로 한 번도 레벨테스트에 떨어지지 않고 마지막 단계까지 온 것에 만족하려고 한다. 결국 도달하긴 하는구나!
A1부터 C1까지 한 학원에서 쭉 올라오면서 같이 올라오던 친구들이 있다. 중간에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추가로 더 들어온 친구들도 있지만, 코로나 시기에 다 함께 힘들어하면서 뭔가 돈독함이 쌓였달까?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오프라인에서 만나면 주저 없이 껴안을 만큼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의지하던 친구들이었는데 B2 수업이 다 온라인이었던 것이 영향이 컸나 보다. 많은 친구들이, 아니 약 절반 이상의 친구들이 떨어졌다. 다 같이 열심히 하자고 으쌰 으쌰 거리고 시험 치고 나와서 서로 못 쳤다고 투정도 부리던 친구들인데 막상 너무 많은 친구들이 동시에 떨어져서 상실감이 컸다. 나 또한 턱걸이로 붙은 것 같기에 마냥 기뻐할 처지이지도 않았기도 하고 말이다. 전에는 그냥 한 번만에 끝 레벨까지 잘 쫓아가면 너무 기쁠 것 같았는데 막상 마지막 레벨까지 한 번에 올라왔지만 불안한 건 처음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학원 지원과 동시에 진행될 C1코스는 매일 3만 명씩 나오는 확진자로 많은 규율이 바뀌고 있지만 쭉 오프라인으로 달릴 예정이라고 한다. 좋은데 슬프다. 방에서 잠옷 입고 듣는 수업의 즐거움이 사라지기도 했고, 쉬는 시간에는 잠깐 누워서 목에 휴식을 주었었는데 이 또한 못한다는 게 참 슬펐다. 하지만 그동안 말 한마디 못하고 방에만 있던 시간에 친구들이랑 독일어로 떠들 수도 있고, 실제로 얼굴 보고 사람을 만나는 게 오랜만이기도 한 나는 우울할 틈이 없는 건 또 좋다. 이제 겨우 일주일 수업 들었는데 어제 금요일 수업을 듣고 와서 밥 먹고 쉬다가 잠시 낮잠을 잔다는 걸 오늘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는 기염을 토했다. 그렇다 나는 생각보다 갑자기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었나 보다. 그래도 신기한 건 정말 너무 힘들어서 다 포기하고 다시 재수강하고 대학원 입학도 한 학기 미룰까 생각이 들었던 B2 때에 비해서는 그래도 버티면 또 턱걸이여도 시험에 붙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과 조금의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번 코스도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다면 1년 반 만에 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막상 그렇게 생각하면 죽어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만 하고 어차피 그렇게 못하면서 스트레스만 받을 나라는 것을 지난 일 년간 너무 많이 반복했기에 이번에는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또 버텨보자. 이 학원이 유명한 것에는 다 이유가 있겠지, 선생님이 숙제들을 이만큼 내주는 데도 다 이유가 있겠지, 나는 그냥 버티기만 하면 된다. 죽어라 노력해서 스트레스받을 이유도 없고, 안 하는 나를 채찍질한다고 에너지 쏟을 필요도 없다. 어차피 내가 한국에 잠깐이라도 들어가고 싶다면 또 움직이게 되어있으니 그냥 버티자. 이번 목표는 너무 스트레스받지 말고 버티고 시험 통과하자 이다. 그렇게 통과하고 일 년 반 동안의 어학 생활 후기를 정리해서 쓸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다시 달려보자 달려 달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