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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메 Aug 24. 2019

직장인 2년차, 이직하기로 마음 먹다

대기업 입사, 휴직부터 자아성찰, 그리고 이직을 결정하기까지

정말....오랜만이라는 말조차도 황송할 만큼 너무 방치해뒀던 브런치.....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어서 쉽사리 내가 느껴온 것들을 글로 써낼 용기가 안났다.


그렇지만, 이번 여름을 터닝포인트로

다시 제대로 시작해볼까 한다.




요즘 한일관계가 이런 저런 일로 안좋은 만큼 괜히

이런 이야기조차 올리는 것도 비판의 대상이 될까...하고 걱정했지만,

 [일본]이 아닌, 그저 [해외에 사는 어느 한국인 직장인 이야기]로 읽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써내려볼까 한다.



처음 읽어주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제 소개를 하자면

전 일본에서 합 16년을 살아왔고, 대학도 일본에서 졸업해 2018년 3월 일본 의류회사 신입정규직으로 입사한 직장인 2년차입니다.


2년전 취업 일기를 먼저 읽어주신다면 내용 이해에 많이 도움이 될까 합니다!

https://brunch.co.kr/@swlovefr/38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목 그대로, 난 첫 회사를 그만 두고, 10월부터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






1, 휴직


집 근처에 중고가게 LP판 코너에서

사실, 5월말부터 휴직계를 내고 쉬고 있다.

3개월동안 진지하게 나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던 차, 다시 한번 내가 원했던 분야, 커리어를 되짚어봤다.



물론, 휴직의 직접적인 계기는 다른 데에 있다. 3월에 새로 부임한 점포에서의 익숙치 않은 환경에 데인 속앓이를 토해내지 못하고 혼자 해결하려다,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였다.



그런데, 곰곰히 돌이켜보면, 이 회사에서의 1년반이라는 시간은, 브랜드 방향성이나 SPA라는 비지니스 모델에 대한 수많은 의문과 환멸의 연속이었다. 그걸 처음 1년간은 그나마 좋은 직장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었기에 버텨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미 회사의 가치관과 내가 추구하는 비지니스와는 뭔가 좀 카테고리가 다른 느낌이 서서히 크게 느껴지던 찰나, 새로 부임한 점포의 매니저, 그리고 스태프들 모두, 그런 나의 생각, 느낌을 전면으로 부인하고, 그저 본부가 하라는 대로만 움직이는 허수아비 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하고싶었던 게 아닌데...]


내게 주어직 직책은, 본부의 의도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매니저와 힘을 합쳐 스태프들을 매니지먼트하는 것이었는데, 나 자신이 본부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는 하는데, 전혀 공감할 수가 없었다. 매니저한테 상담해도, 매니저도 [본부가 이런 지시사항을 내렸으니까]라고만 말하지, 본질적인 부분으로 날 설득시키진 못했다.


그러다 보니 업무적인 면에서 스태프리더들과 의견차이가 나고, 결국 날 이해해주는 사람 없이 혼자 조직 속에서 붕 떠 있는 상태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2, 자아성찰


나의 두번째 근무지 아즈미노는 고추냉이 농장이 유명하다

그런데, 위 내용도 3개월간 끈질기게 나 자신과 대면해서 나온 해답이지, 처음부터 그걸 알고 쉰게 아니었다.


휴직하고 한달은, 정말 거짓말 안하고

아무것도 안하고

이유도 모르는 채 자책만 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내가 왜 이렇게 되버렸을까...

내가 언제부터 나약한 사람이었나...

설마 내가 이렇게 될 줄이야...


처음으로 맛본 좌절이었다.

혼자 있는게 싫어서 일부러라도 이런 저런 사람을 만나보고 얘기도 들어봤지만, 주변 사람들이 해주는 걱정조차도 그냥 표면적으로 들릴 정도로, 나 자신을 자책하는데 급급했다.



휴직 2개월차,6월 중순


자책하는 나날은 줄었지만, 언젠가는 복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나를 짓눌렀다.


[다시 이 회사에서..과연 내가 잘해낼 자신이 있을까..]


이때까지만 해도 아직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너무 컸던 터라 이직은 꿈도 못꾸고, 그렇다고 답답한 현직으로 돌아가자니 막막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2년 전 승무원을 꿈꾸던 나 자신이 떠올랐다.

다시 승무원 준비라도 해볼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 때 정말 되고싶어서 온 힘을 부었던 항공사라면, 혹시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채용정보를 알아보니, 마침 2년 전에도 그토록 가고싶어 했던 일본항공 공채가 떠 있던 것이다.

2년 전 나처럼, 다시 마음 속 한 군데가 뜨거워졌다.


의욕상실의 끝을 달리고 있던 시기에 오랜만에 느낀 열망이었기에,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부모님 허락도 받고, 자소서 준비를 시작했다.

(의욕이 있는 내 모습을 너무 오랜만에 보셨기에 2년 전보다 더 뜨겁게 응원해주셨다)


항공사는, 결과부터 말하자면 1차까지는 통과했지만 이미 다른 회사 이직이 결정된 후였기 때문에 2차면접은 자진사퇴했다.


하지만, 결과보단 자소서 준비하면서 가진 자기분석과 자아성찰을 통해서 깨달은게 많았기 때문에, 승무원 준비는 이번 휴직 중 제일 잘 한 일이었다.

이거라도 없었으면, 여전히 난 자책의 늪에 빠져있는 채로 추운 겨울을 맞이해야 할 지도 모른다.






3, 난 그래도 옷을 팔고싶다


승무원 증명사진 찍으러 간 날

승무원 준비를 계기로 나 자신을 되돌아본 결과,

승무원도 좋지만, 그저 서비스만 하는 것보다는 숫자로 결과를 내는 걸 즐기는 나 자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를 낼 물건은, 결국 패션, 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래서, 승무원 준비와 동시에 어패럴업계 이직활동도 시작했다.

사실, 일본 어패럴업계에서 규모로나 매출으로 보나 영업이익으로 보나 부동의 1위는 지금 회사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한테, 지금 대기업 다니고 있는데, 어차피 같은 업종이면 굳이 옮길 필요가 있냐는 소리만 수없이 들어 온거같다.


그런데, 아무리 대기업이고 부동의 1위여도

내가 추구하는 방향성이랑 어긋나 있으면 결국 의미 없지 않을까.


그 동안은 그래도 대기업이니까.

이 업계에서는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곳이니까.

취활에서도 들어가기 어려운 기업 중 하나로 유명하니까.


나 자신도 지난 1년은 어찌보면 "대기업이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문득 회의감이 드는 나 자신을 설득해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대기업이라서"라는 이유는 무조건 빼고, 정말로 내가 이 회사에 다니고싶은지, 다닐 이유가 있는건지, 나 자신을 다시 되돌아봤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일상용품으로서의 옷이 아닌, 기호품으로서의 옷, 패션으로서의 옷을 파는 브랜드가 내게 더 맞을거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제서야, 내가 일하면서 느껴온 의문과 회의감의 이유를 알게 된 기분이었다.



2년 전의 취업 성공 일기에도 썼지만, 원래 내가 학생시절부터 즐겨 읽던 패션 잡지는 모드 향이 강한 잡지가 대부분이었다. 주로 방문하는 매장도 그런 각 브랜드의 세계관을 잘 표현한 곳을 선호했다. 매년 패션의 흐름이 어떤지 패션위크를 확인하는 걸 즐겼고, 버킷리스트에는 세계 4대 패션위크 방문을 탑3 안에 꼭 적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전국 800여 매장이 있을 정도로 온 국민한테 사랑받는 브랜드라 한 들, 획일성 짙은 회사의 방침은 아무리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봐도 나의 욕구를 회사에 맞출 수가 없었다.


과감하게 이직을 하기로 결심을 했다.



에이전시도 써가며 이런 저런 패션관련 기업을 들쑤셔 보던 어느 날.

내 이력서와 직무경력서를 검토한 어느 기업에서 연락이 왔다.


[꼭 한번 면접에서 뵙고싶습니다.]


어 여기는...?




2년 전, 학생 때 취업활동하면서 자소서 내볼까?하다가 왠지 모르게 나랑 안어울릴 거같다는 생각에 지원조차 안한 회사 중 하나였다.

지원도 안했으면서 괜스레 미련이 남았던 회사.




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규모도 연매출도 현회사의 10분의 1도 안되는 작은 곳이지만, 설립 이후 10년간 업계 최고의 성장속도를 보여 크게 주목 받고 있는 작은 거인같은 기업이다.


다루는 브랜드 가격도 타겟도 비지니스 모델도 모두 현회사의 정반대.

그래서 더 끌렸다.




곧바로 면접 가겠다는 연락을 한 후, 면접날까지 남은 1주일동안 죽어라 이 회사와 브랜드에 대해서 연구하고 매장탐방했다.

2년 전에는 브랜드도 잘 모르고 매장도 안가봤으면서 섣불리 나랑은 브랜드가 안맞을 거같다고 생각했지만,

생각 외로 브랜드 방향성과 비전, 비지니스 모델 전부 내가 원했던 것과 들어맞았다.





동시에,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분위기도 빡센 건 업계에서도 알아주는 기업이다.

하지만, 이 곳과 동급으로 빡세기로 유명한 회사에서 1년 반 해온 나로서는 그런건 크게 문제가 안되었다.

이 회사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졌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기껏해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성 분이 면접관으로 오셨다.


[처음 뵙겠습니다. 인사 부장 사카모토입니다.]

난 당연히 인사부 채용담당 정도로만 예상했는데 세상에, 부장이라니.




연차따위 상관없이 오로지 결과로 승진이 결정된다더니, 입사 7년차인 사카모토 부장을 보고 그 말이 맞겠구나, 라고 비로소 믿을 수 있었다.

부장님의 질문 하나하나에 어찌저찌 횡설수설하면서 질의응답한지 30분.


인터넷 상 면접 후기를 보면, 죄다 최소 2~3번 면접 보고, 대부분 압박면접이었다는 후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각오를 하고 면접에 임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보편적인 면접 분위기였고, 면접은 이거 한번으로 끝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부장님의 표정을 도통 읽을 수가 없어, 면접 당락까지는 당최 예상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예상과는 여러 부분 상반된 면접을 마치고 난 뒤, 긴장감 넘치는 3일을 보냈다.

금요일에 면접 보고, 주말이 끼는 바람에 결과가 나오는 건 월요일 이후일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주말 내내 초조한 기분은 감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월요일.





[축하드립니다...~]





2년 전에는 그저 선망의 대상으로만 바라본 기업에서 내정을 받았다.

현회사 네임벨류로 된건지, 아니면 나의 비루한 경력서 안에서 무언가의 가능성을 발견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현회사에 있는 것보단 훨씬 더 의욕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정도 고민하고, 바로 내정수락을 했다.


이젠, 현회사 인사과담당이랑 며칠 후에 할 면담으로 끝을 내기만 하면 된다..!

현회사가 떠나려는 사람 끈질기게 붙잡는 회사로도 유명해서(...)

또 무슨 말로 붙잡으려고 할까 궁금하긴 하지만



돌아갈 생각은, 이제 없다.





물론, 좋은 회사다. 단지 나와 추구하는 방향성이 안맞았을 뿐.






휴직 4개월차, 퇴직까지 한달을 앞둔 지금 나의 상태는


아주 좋다.


하지만, 정말로 불과 1달 전까지만 해도 근심과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때로는 안좋은 생각도 문득 들 정도였으니.





그래도, 올해 여름 미치도록 흘린 땀만큼 흘린 눈물이, 언젠가는 큰 나무가 자랄 밑거름이 되었을거라 믿는다.



열심히 살자.

그리고 꼭 성공하자.


설령 또 이런 벽에 부딪힌다 한들, 한 번 극복했는데 두 번 극복 못하겠냐!





+추신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힘이 되준 존재가 있다.(가족 빼고)


그리고 그들도 드디어 다음주 꽃을 피운다.


출처:스타뉴스



엑스원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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