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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리메 May 31. 2020

나의 아픈 부분까지 사랑해주기

투모로우바이투게더#1 : 어느 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나,

 그 첫번째 이야기>


+본 매거진은 해당 아이돌에 관한 내용이라기보단, 작가 본인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금은 무거운 이야기일 수도 있으니 참고해주세요:)

+해당 노래 들으면서 읽는거 추천 드려요!!



#1 "두근두근 두근대는 감각"


작년 이맘때쯤부터 계속 눈에 밟히던 아이들이 있다.



데뷔를 알린 기사 사진. 불과 1년 전인데 풋풋함이 돋아난다

(출처: 뉴스핌)




요상하게 긴 제목을 들고 데뷔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심지어 팀 이름도 길어서 

최근 아이돌 지식은 나보다 더 박식한 중3 여동생한테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몇번이고 되물어봤다.

줄여서 TXT라 부른다는 말에 

'빅히트는 뭘 그리 어렵게 이름을 지었을까..'

싶기도 했다.



데뷔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CROWN)] 컨셉포토

(출처: 빅히트 공식홈페이지)



그런데 데뷔곡을 들어보니, 


어라...

나도 모르는 새에 하루에 꼭 한번씩은 듣고 있었더라.


어느 날 머리에 뿔이 나버린 소년과, 날개를 가진 소년의 만남과 우정.




#2 "세상은 대체 왜 이래 나한테"



이걸 처음 들은게 대략 작년 3월즈음이었는데,

(찾아보니 데뷔일이 작년 3월 4일이였다) 

그 때가 마침 이전 직장에서 처음으로 인사이동 발령을 받고 아무 연고 없는 지방으로 홀로 떠났을 때였다.


입사 2년차, 주변 동기들도 하나 둘씩 매니저로 승급하거나 본사로 발령이 나서 본인이 하고싶은 일에 한발짝 다가가고 있는 동안, 난 뒤쳐질 수 없단 조바심과 아무도 내 편이 없는 타지생활에 몸도 마음도 피말라가기 일보 직전이었다.



나름 관리직으로 발령 받고 갔지만, 2년차라고 무시받기 일쑤고, 

그렇다고 모두를 납득시킬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은 내겐 없어서,

그런 나의 무능함을 매일매일 자책하고 

울고싶은 걸 꾹 참으며 퇴근하는 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차, 출퇴근할 때마다 스트리밍 셔플로 나오는 [어느날..]이 귀에 쏙 들어왔다.

매일매일 몇번이고 듣더니 가사도 들려오기 시작했다.


청량함과 상큼함으로 가득한 멜로디와는 별개로, 가사가 너무 따뜻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회사에서의 싫은 기억도, 노래 한소절만 따라 부르면 그 순간만큼은 아픈 마음도 마법처럼 사라지곤 했다.



하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정식으로 누군가의 팬이 될 정도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을 뿐더러,

 아직 멤버 자체에 관심이 갔던 게 아니기에, 

(이 때까지만 해도 나보다 어린 아이돌을 좋아하는게 뭔가 죄책감이 들어서 애써 외면했던 것도 있다)


활동 끝나는 대로 내 머릿 속에서도 그 존재감은 흐릿해져갔다.


그리고 5월엔 드디어 닳은대로 닳은 몸과 마음이 무너져서 일을 쉬기로 하고 본가로 돌아왔다.


나 하나 추스르는 것도 모자랄 판에 누군갈 좋아하고 응원할 힘따윈 남아나지도 않았다.


그저 동생이 좋아하는 세븐틴과 마침 부모님이 사다온 방탄소년단 콘서트 영상을 가족 따라 같이 보는게 전부였다.

(참고로, 우리 집은 할 일만 제대로 하면 아이돌 덕질엔 굉장히 관대하다)


그렇게 집에 두어달 틀어박혀 있고 나니, 

그제서야 다른 것에도 관심을 가질 정도로 기력이 회복되었다.



그렇지만 몸은 괜찮아졌어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으로 가득했다.

복직을 해야 할까, 이직을 해야 할까.


전혀 상상이 되지도 않는 미래를 고민하며 생긴 나쁜 버릇이 하나 있다.






#3 "구해줘 어쩌면 난 괴물이 된지도 몰라"


무얼 생각해도

[나 따위가]

를 먼저 생각하기 일쑤였다.



학생 시절까지만 해도, 난 사실 내겐 단점따윈 없다고 자부할 정도로 자아도취가 심했다.

그렇지만 좋게 말하면, 그만큼 낙관적이고 꿈도 많고 당당했다.



그런데, 지금의 난 장점따윈 없는 것같단 생각이 들 정도로 굉장히 자기혐오가 깊다.

불과 1년 전의 우울증 이후로, 

그 이전의 날 알던 사람이라면 한눈에 봐도 알 정도로 

자신감이 없어졌고, 말수도 적어지고, 비관적인 태도를 보일 때가 많았다.



먼저 그 이후의 이야기를 하자면, 결국엔 이직을 선택했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두번째 회사에서는 너무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나 자신도 많이 밝아졌지만, 초반에는 동료들에겐 이런 어두운 모습을 들키기 싫은 마음에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사실 속으로는 여전히 [난 아무것도 못하는 하찮은 존재]라는 잠재의식이 깊게 깔려있었다.


아마도, 이전 직장에서 겪은 아픈 기억들이 그대로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거겠지.


작년 여름 이직하려고 이것 저것 준비할 때, 이 트라우마와 잠재의식이 날 많이 괴롭혔다.




그럴 때마다 문득문득 떠올랐던 이 노래.


한 여름에 들어도 시원시원한 멜로디에, 여전히 아픈 곳을 치유해주는 그런 가사.

아마도 작년 여름엔, 이 노래가 나온지 얼마 안된 봄보다도 훨씬 더 많이 들었던 것같다.


뮤직비디오랑 무대영상도 생각보다 많이 봤는지, 대충 포인트가 될만 한 안무도 머릿속에 다 기억날 정도였다.

(그렇지만 아직 이때까지만 해도 멤버 얼굴을 거의 구별을 못했다고 한다...)



그냥 노래를 표면적으로면 들으면 컨셉이 많이 독특하다 정도로만 끝났을 텐데, 

그 당시 나의 상황 나의 상태까지 맞물려,


 마치 노래 속의 '뿔'이 지금의 나의 자신감 없는 모습, 이런 아프고 어두운 부분을 말하는 것같았다.





#4 "I got crown on my head"


그 동안, 나의 상태를 가까운 누군가에게 털어놓으면

대부분 뭘 그렇게 생각이 많냐고, 좋은 생각만 하고 지내면 괜찮아진다고,

'뿔'의 존재를 아얘 없애자는 조언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뿔을 겉으로 봤을 때 안보일 만큼 부러뜨려서 남에게 들키지 않게 하는 것 자체는 쉽다.

나만 아프면 되니까.

근데, 나만 아픈 것도 언젠간 한계가 있기 마련이더라.


그래서 이 노래의 관점이 더 와닿았던 것같다.

내겐 아픈 부분이고 싫은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조차 

'나'라는 존재의 일부인 '뿔'을 있는대로 사랑하고, 

왕관으로 만들어주는 노랫말이 내겐 신선했다.




 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싶었던 말이지 않았을까.




작년에 그렇게 많이 보고도 유일하게 얼굴과 이름이 매치되었던 멤버 연준(물론 지금은 5명 모두 이름도 얼굴도 알고 좋아한다)


내겐 지금도 여전히 아픈 뿔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이젠 애써 숨기고 있진 않다.


한번은 회사 사람들이랑 친목회 겸 회식했을 때, 다들 술도 들어갔다, 나의 솔직한 모습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예전 회사에서 있던 일, 지금의 나의 상태, 등등..


물론, 앞으로의 회사생활을 생각하면 나의 약점을 굳이 알려주는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팀원은 위아래 상관없이

(젊은 회사라 수직적인 조직문화라는게 존재하지도 않는 곳인 것도 있지만)

좋은 의미로 서로에게 솔직하고, 할 말은 꼭 하고 술자리 한번 가져서 그 때 그 때 풀어내는 관계로 지낸다.


게다가, 6명이라는 비교적 적은 팀원으로 반년 이상 티격태격하며 지내다 보니, 각자 크고 작은 뿔이 있고, 서로에게 날개가 되어 주고 있는 그런 관계가 되어있기도 했다.

워낙 부서 팀원 체인지가 잦은 탓에 솔직히 앞으로 지금의 팀으로 계속 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나쁜 부분이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고 알려준 팀원에게도 고맙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될 수 있기까지


어딜 가든 뿔을 애써 숨길 필요는 없다고 용기를 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힘이 크지 않았을까.




#5 "너의 존재가 마법처럼 내 세상을 바꿔"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데뷔무대 캡쳐본

(출처: 유튜브 )



어쩌면 누가 보면 그저 노래의 컨셉과 내가 겪은 일을 끼워 맞췄을 뿐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이 노래를 주구창창 들었던 작년 그 당시에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이 노래에 애착이 가는지 

나 자신조차도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그 당시에는 나의 '뿔'을 인지하고 신경쓰는데에 급급했으니까.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정식으로 그들의 팬이 된 지금

(팬클럽도 가입했어요..모아인 분들 푸쳐핸ㅅ...)


문득 나에게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처음엔 어떤 존재였는지 곰곰히 생각을 해본게,


어느뿔이 내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줬는지 글로 풀어 써본 계기가 되었다.


빅히트의 큰그림대로라면 

원래는 한창 추억과 성장통을 겪고 있을 10대 청춘들의 공감을 사기 위해 그린 컨셉일텐데,


20대 중반인 나에게도 충분히 납득이 되고 공감이 되는 컨셉이다.



정식으로 내가 팬의 길을 걷게 된 에피소드는, 

또 다음 두번째 이야기에서 9와 4분의 3만큼 주구장창 써볼까 한다.



잘 생기면 다 오빠라지만,

다들 내 동생(올해 고1) 정도 세대인걸 생각하면 

여전히 설명하기 어려운 죄책감 비슷한 감정도 들고...

무엇보다 동생 또래니깐 남자라기보단 동생으로 보이기도 하고...




동생을 키우는 마음으로 계속 응원하려 한다!









1st MINI ALBUM 꿈의 장;STAR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꿈의 장’을 통해 소년의 이야기를 전한다.

유년에서 소년으로 성장하는 소년들이 서로 만나 하나의 꿈(ONE DREAM)을 추구한다.

어린 시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느꼈던 가슴 벅찬 기분, 내일에 대한 부푼 기대를 기억하는가?

별을 쫓는다는 것은 어린 시절의 꿈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별은 이들에게 꿈의 다른 이름이다. ‘꿈의 장’은 소년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경험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첫 트랙 ‘Blue Orangeade’를 시작으로 마지막 트랙 ‘별의 낮잠’까지 총 5곡이 실린 ‘꿈의 장: STAR’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너를 만난 기쁨과 설렘”을 노래한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지만, 너를 만나고 우리가 함께라면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출처:빅히트 공식홈페이지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두번째 이야기로 또 만나요:)




by 나리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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