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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d Jun 03. 2022

아마존을 이기는 동네 책방 전략

규모의 경제를 이기는 맞춤형 고객 경험의 힘

이 글은 NYT 4월 15일자 기사 How Barnes&Nobles Went From Villan to Hero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B&N (Barnes and Noble)은 1886년 뉴욕에서 시작해 약 600개의 지점을 보유한 미국의 가장 큰 도서 판매기업입니다.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서점의 등장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던 B&N 이 Covid-19 팬대믹을 기점으로 다시 성장세를 띄게 되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독서 "구매"가 아닌 독서 "경험"에 집중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은 B&N의 Go-To-Market 전략을 다뤄보고자 합니다.




동네 책방 vs 대형 서점 vs 온라인 서점


더 많은 책을 더 싼 가격에

대형 서점이 소규모 서점과 비교했을 때 가지는 go-to-market 전략은 상품의 다양성, 낮은 가격, 그리고 편의성이었습니다. 대형 서점은 출판사들과 대규모 유통 협약을 맺으며 더 싼 가격에 책을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나아가 더 많은 자본과 넓은 매장을 활용해 소규모 서점들에서는 제공하기 힘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유통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책을 더 싼 가격에 사고, 또 책을 산 이후에는 (Barnes and Nobles에서 직영하는 카페에서) 커피까지 한 잔 할 수 있는 대형 서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서점 방문객이 늘어난 이후 B&N은 넓은 진열대를 광고판으로 활용하며 광고 수익까지 올리기 시작합니다. 대형 서점의 전성기였던 1990년대에는 소규모 서점 vs 대규모 서점의 구도가 형성되며 대형 서점 브랜드와 독점 계약을 맺은 출판사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의 소송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 아마존 서점 (Amazon Books)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로 동네 책방과 대형 서점은 공공의 적을 갖게 됩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읽고 싶은 책을 바로 다음 날 배송받을 수 있는 편리함은 소비자들의 책 구매 습관 뿐 아니라 독서 습관까지 바꿀 만큼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동네 책방에서 없는 책을 구매하기 위해 대형 서점을 찾았듯, 대형 서점에 없는 책을 더 쉽고 더 싸게 구매하기 위해 아마존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전자책의 등장 및 유행 역시 서점들의 위기를 앞당겼는데, 2021년 미국 도서 시장 매출의 20% 이상은 전자책이 차지했고, 종이 책 매출의 50%는 아마존이 가져갔습니다. 


아마존의 등장으로 B&N은 "가격", "상품의 다양성", 그리고 편의성 측면에서 가지던 경쟁 우위를 상실했습니다. 이는 곧 매출 감소 및 영업이익 손실로 이어졌습니다. 아마존의 등장 이후 150개가 넘는 B&N 지점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몇 년간의 경영악화 끝에 Barnes and Noble은 2018년 약 7000억원에 헤지펀드사인 Elliott Advisors에 판매됩니다.


서점은 책읽기의 시작, 독서 경험에 집중하다

Elliott Advisors는 영국 대형 서점 Waterstones의 전 CEO Janes Daunt를 B&N의 새 총괄로 임명했습니다. 제임스 돈트는 B&N과 비슷한 위기를 겪고 있던 Waterstones를 살려놓은 이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Waterstones 에서 활용한 전략을 B&N에 적용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온라인으로 책을 살 때는 경험할 수 없는, 서점이라는 공간이 주는 "책 발견의 기쁨"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2019년 WSJ 에 보고된 기사의 제목 "Barnes and Nobles의 새로운 CEO는 서점을 당신의 동네 책방으로 만들고싶어한다" (New CEO Wants to Make Barnes & Noble Your Local Bookstore) 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는 광고 및 비도서 판매 수익의 의존도를 감축하고, 콘텐츠 트렌드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도서 구매자들이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매년 감소하는 판매실적에 허덕이던 B&N은 2021년, 2019년 대비 6% 성장한 판매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팬대믹의 영향으로 고전을 겪던 다른 오프라인 리테일과는 사뭇 다른 성과였습니다. B&N 매장이 2019년 628개 지점에서 2021년 605 지점으로 감소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더욱 놀라운 변화였습니다.


아마존으로부터 대형서점을 지킬 수 있을까? 라는 뉴욕타임즈 기사에 등장한 B&N CEO 데이비드 돈트 사진




책 "구매" 가 아닌 독서 "경험"에 집중하는 Barnes & Noble의 4가지 전략



1. 광고 NO. 독자의 경험에만 집중하기  

트래픽 (노출)이나 개인화정도를 생각했을 때 B&N의 진열대가 온라인 플랫폼인 아마존의 광고효과를 추월하긴 어렵습니다. B&N은 광고료를 받은 책, 혹은 동네 책방과 비교했을 때 가격이 저렴한 할인 도서 (discount book)를 가장 앞단에 노출하는 진열 전략을 고수하고 있었습니다. Daunt는 이를 폐지하고 각 지점의 지점장들이 지역의 독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책을 가장 앞에 진열하도록 정책을 바꾸었습니다.


독자의 취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유통 전략은 진열대 뿐 아니라 책 선정에도 반영되었습니다. 틱톡에서 #booktok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책을 공유하는 트렌드)가 유행하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10대 독자들의 책 수요, 특히 만화 (comic/manga) 수요가 급증하였습니다. B&N은 이 트렌드를 반영해 만화 코너의 규모를 키우고 10대 독자들이 좋아할만한 책을 적극적으로 유통하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서점에 "책을 구경하러" 간 경험이 있으신가요? "책 구경"은 인터넷 서점에선 할 수 없는 오프라인 서점만의 사뭇 독자적인 경험입니다. 화면에 써 있는 책 관련 정보를 아무리 읽더라도 서점에서 표지와 내지를 직접 삷히며 읽고 싶은 책을 찾는 경험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책 구경이 가능하게 해주는 소비자의 "책 발견" 경험은 광고비 없이 소비자들에게 책을 노출시킬 수 있는 중요한 유통 전략중 하나입니다. B&N이 소비자의 취향을 고려한 책을 진열하기 시작한 결과 소비자들은 "책 구경"을 하며 읽고 싶은 책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독자의 취향을 고려한 진열은 소비자들이 서점을 찾을수밖에 없는 이유, 오프라인 서점의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중요한 전략이 되었습니다.



2. 서점의 본질은 책, 책과 관련 없는 것은 OUT 

교보문고의 핫트랙스처럼 B&N역시 매점마다 문구류를 판매합니다. Daunt는 서점 내 문구 매장에서 책과 관련성이 떨어지는 물건들 (e.g. 건전지)을 제외시키고 독서 경험과 관련이 높은 물건만 판매할 것을 주문합니다. 나아가 문구류 유통 업체 Paper Store을 인수해 유통 비용을 절감시키고 B&N 서점이 독서, 퍼즐, 교육의 공간으로서 집중적으로 기능하도록 하였습니다.



3. 위기는 기회로 - 코로나 팬대믹은 매장 탈바꿈의 시간

 "동네 책방" 전략은 매장의 규모와 디자인에도 반영되었습니다. B&N은 손님들이 매장을 방문하지 못하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활용해 매장 리모델링을 진행했습니다.기존 B&N 매장들이 획일화된 브랜드 색 (어두운 녹색계열)의 카페트와 진열대로 이루어져있었다면, 코로나 팬대믹 동안 B&N 매장들은 과거의 다소 어두운 브랜드 색에서 벗어나 더 밝고 따뜻한 색감의 공간으로 탈바꿈을 시도합니다.


또한, 2021년 영업 이익 반등으로 몇 년만에 새로운 매장을 열기 시작한 Barnes & Noble은 새로운 매장의 크기를 기존의 절반가량으로 축소합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춘 책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팬대믹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한 서점 내 카페의 규모를 대폭 감소시키며 매장 운영 비용을 감소시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과 트랜드의 변화에 따라 사업의 흥망이 결정되곤 합니다.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막을 순 없지만 Barnes and Noble의 사례를 통해 변화에 대처하는 유연성은 위기를 곧 기회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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