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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te nest Dec 07. 2020

재택 HACKS

안그라픽스의 신간 리뷰 그리고 +@

최근에 우연히 안그라픽스 SNS 계정을 통해 신간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서평이라니, 예전 같았으면 좀 부담스러웠겠지만 그런 책임감은 조금 내려놓고 책을 읽고 의무적으로 글을 써야 하는 초등학생 여름방학 숙제 같은 경험을 했던 게 언제였던가, 게다가 책을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고 하니 한 번 신청해봤다. 운이 좋게도 안그라픽스는 나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감사하게도 내게 서평의 기회를 주었다.


코로나 19라는 예상치 못한 인적 재앙으로 인해 우리는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아주 갑작스럽게 재택근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물론 재택근무라는 단어가 생소하진 않지만 익숙하지도 않다. 왜냐하면 경험해 본 사람 자체가 거의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직장생활 10년 차의 베테랑도 재택근무의 세계에선 신입사원이다.


표면적으로는 코로나 19로 인해 물리적 공간에 대한 여러 가지 사용 환경에 제약이 생기면서 일종의 임시 대안 같은 것들로 여기는 이들도 있을 거다. 인류를 위협했던 크고 작은 사건은 늘 존재했다. 그때마다 백신이든 뭐든 인류는 임시방편과 대안, 결국에는 해결책을 찾았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안다. 이번에는 무언가가 좀 다르다.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온전히 코로나 19의 영향만은 아니다. 코로나 19는 이미 변화하고 있던 사회를 가속하는 촉매제 역할로 이 시대 이후는 단순히 질병을 극복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변화가 매우 빠른 시대다. 기술이나 사회, 문화 측면 모든 영역에서 마찬가지다. 몸집이 클수록 행동이 둔하고 느리다. 몸집이 작을수록 빠르고 민첩하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이 클수록 빠른 의사결정이나 변화가 쉽지 않다. 조직이 작을수록 의사결정이 민첩하고 빠르다. 사회의 다양성이 확대되고 변화하는 시대의 감수성이나, 포화된 창조의 시장 속에서도 새롭고 기발한 것들을 계속 만들어 내야 하는 시대다.


거대 조직이 사회 주류로 이끌어 가던 사회는 점점 더 작은 조직, 그리고 개인 단위로, 빠른 변화와 창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개인의 삶을 조직의 목표에 동기화하던 시대에서 개인과 조직에서의 삶을 분리하고 나아가 조직보다 철저히 개인의 동기와 목표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시대로, 그리고 일이 곧 생활이던 시대에서 일과 생활이 분리되고 이제는 일은 생활의 일부인 시대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재택근무는 사무와 생활의 공간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일과 생활, 본캐와 부캐, 이대리와 이민수 씨의 경계가 붕괴되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우리는 거대 조직의 극단적으로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과 관습 따위를 깊게 체감하고 이를 개선해나가는 경험을 통해 조직에서 개인의 역할과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고찰하고 언제나 불편함 앞에서 인간은 성장한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현시대는 인류가 일궈 낸 눈부신 기술의 발전으로 많은 재택근무가 가진  물리적 제약을 아주 쉽고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 나아가 조직의 일원이 아닌 개인으로서 보다 주체적으로 일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이상 안그라픽스 신간 재택 HACKS에 대한 리뷰-


서평단 활동은 3대 인터넷 서점 중 한 곳에 리뷰를 올리고 개인 SNS에도 업로드를 하면 끝난다.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개인 SNS에 업로드를 해야 하는 부분이 좀 신경 쓰이긴 했다. 그래서 조금 신경 써서 쓰게 된 것도 있다. 아무도 모르게 몰래 저지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최첨단 기계문명에서 멀어져 가는 나이가 되었다. 나이라기보다는 그런 감각을 가진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이미 그렇게 됐는지도 모른다. 갑작스러운 세상의 변화로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사람 간의 유대와 대면 만남의 중요성을 외치던 나는 조금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낙동강 오리알 까지는 아니고 냄비 안에 달걀 정도려나, 여하튼 그래서 재택근무에 관련된 책을 신기한 마음으로 읽었다. 우선 지금 시대이기 때문에 재택근무라는 것을 대안으로 선택할 수 있고 어쩌면 이것을 계기로 우리는 그동안 익숙했던 생활방식을 조금 내려놓고 문명과 기술의 발달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조금 더 일상의 영역으로 끌어올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진즉에 영상통화나 실시간 00 같은 것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술이다. 하지만 그 기술의 단계가 얼마나 디테일하고 효율적인 단계까지 왔는지 몰랐을 거다. 동시에 회사와 일이 우리 삶의 전부가 아닌, 점점 비중이 줄어들어가는 주체적인 시대에는 더더욱 생활방식에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메신저 프로필에 꽃이나 산 사진을 해놓으면 아줌마, 아저씨라고 부르던 시대가 있었다. 나는 올해 31살이고 어제도 다음 매일 산악회라는 다음 카페를 기반으로 한 유서 깊은 산악동호회에서 왕복 21,800원짜리 40인승 버스를 타고 충청도에 있는 청화산에 다녀왔다. 그리고 나를 그곳으로 이끈 사람은 27살의 청년이었다. 내 주변에만 독특한 취향을 가진 사람이 모여드는 게 아니라면, 요즘은 오피스텔보다는 구옥이나 빌라, 다세대를 선호하기도 한다. 물론 치안이나 시설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조금 불편하더라도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부자연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덧붙이자면 건물 높이가 다소 낮아 하늘이나 풍경이 잘 보이고 해가 잘 들고 오래된 동네의 정취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동네 자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 같다.


여기에는 기존의 좋은 동네의 관념과 완전히 반대로 가는 것들이 있다. 교통이 다소 불편해도 차라리 사람들이 너무 북적이지 않는 편이 낫다든지, 편의시설이 가까운 것보다는 좀 떨어져 있어도 고요한 곳이 좋다든지, 집에 벌레가 들더라도 공원이나 산이 가까운 곳이 좋다든지 하는 것들이 있다. 심지어 내 또래에 어떤 사람은 고가구와 고미술을 살펴보는 취미가 생긴 듯하다.


1990년 인근에 태어난 소위 88 올림픽 세대 + IMF 키즈는 비슷한 양상을 겪었을 것이다. 입시 걱정 > 과제 걱정 > 졸업 걱정 > 취업 걱정 > 회사 욕, 상사 욕 > 퇴사 욕구 > 건강 악화로 인한 운동의 시작 > 그리고 다들 이 단계에 와있을 것이다. 다음 트렌드(?)는 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 짧은 식견으로 이 사이클이 30대 초반의 현황이다. 다소 빠른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누군가는 결혼이나 출산, 죽음에 대한 가치관까지 30대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사람도 있다.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결정 사안에 대해 평균 수명이 80대를 웃도는 시대의 30대는 이미 결정을 끝낸 것이다. "그리고 나도 어느새 요즘 친구들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오늘 4번 계란 논란으로 진작에 터질 문제가 터진 마켓 컬리이지만 그래도 83년생의 김슬아 대표가 이뤄낸 성과와 도전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나보다 7살 많다. 좀 더 내려가면 94년생의 고지연 대표가 클래스 101이라는 어마어마한 회사를 아주 잘 운영하고 있다.


이 두서없는 글의 결론은, 여하튼 우연한 기회로 재택근무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현대 기술과 문명의 발달에 다시 한번 놀랐고, 놀란 스스로의 모습에서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대의 변화가 빠르고 그만큼 여러 가지 경험도 빨라지는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어쩌면 평균수명 80세인 지금 시대에 우리는 앞서 보지 못한 더 많은 새로운 것들을 이뤄낼 수 있을 것 같다.


p.s 마지막으로 재택 HACKS는 저같이 트렌드에 무딘 이에게는 신비한 도서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외에 내용에 대해서는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 예를 들어 하루를 엄청 계획적으로 쪼개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프로세스라던지, 기본적으로 저자와 나는 근본부터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실천할 수 없었고 앞으로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얘기들이 좀 있습니다. (맘에 안드는데 계속 함께 일해야만 하는 팀장님이 있다면 선물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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