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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우카 May 28. 2022

남도의 봄은 동백으로 시작된다.

남도의  봄 1 - 백련사동백

남도의 봄은 동백으로 시작된다.
긴 겨울 송곳 같은 서리에 꽃망울을 피워 육각형 눈송이를 이불 삼아 덮고는 한 겹 한 겹 꽃송이를 말아 소담스레 몸을 부풀려 햇살이 들기 시작하면 영광스러운 황금 수술을 드러내 꽃을 피워낸다. 남도에는 몇몇 동백 군락지가 있는데 그중 단연 으뜸은 백련사에서부터 시작된 다산초당까지의 동백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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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 담도 강진군 도암면 백련사길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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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말에 창건된 백련사는 고려 후기 8 국사를 배출한 도량으로 고종 19년 원묘국사 3세가 보현도량을 개설하고 백련결사를 일으킨 유서 깊은 명찰이다. 백련사에서 2Km 거리에 다산 정약용(1762 1836)이 귀양 와 지내던 초당이 있다. 동백길이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은 백련사의 고유한 멋과 더불어 백련사와 이어진 다산초당의 명성 때문인 지도 모른다. 이 초당은 원래 그의 외증조부인 윤두서(윤선도의 중손)의 별장이었다. 다산은 이곳에 유배되어 있는 동안 수백 권의 저서를 남겼다. 또한 혜장선사, 초의선사 등과 더불어 다도(茶道)를 즐기며 우정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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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은 3번 꽃을 피운다고 한다. 한 번은 나무에 붙어서 한 번은 땅 위에서 또 한 번은 그 동백을 바라본 사람의 가슴속에서 피어난다 하니 모가지째 떨어지는 그 결연함과 처연함의 동백 미는 나이를 먹어가며 더 깊이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나뭇잎은 두껍고 한 겨울에 어울리지 않는 윤기가 맴돈다. 겹겹이 수줍게 피어난 그 소박함에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황금 수술은 뭔가 모르게 촌스럽다. 하지만 한번 마주하고 두 번 마주하고 또 한 번 지긋이 꽃을 보고 있자면 첫사랑이 떠오른다. 어딘가 어색하고 무엇인가 부족하지만 제대로 빛나는 그런 맛과 멋이랄까. 그래서 안쓰러움이 더해지는 꽃이 동백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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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좋아하는 동백. 작년에는 꽃 때를 맞추지 못해, 올해는 약속을 허문 탓에 함께 보지 못했다. 혼자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그 유명한 부조함도 보고 평생 볼 동백을 보았다. 내년에는 동백을 볼 수 있을까. 그 알 수 없음으로 인해 올해의 동백은 내게 각별해진다. 마음에 새롭게 피어나는 그 동백의 붉음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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