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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우카 May 29. 2022

남도의 4월은 벚꽃.

남도의 봄. 2 장흥 남상천

봄의 꽃으로 알려진 벚꽃. 연한 초록빛의 잎보다 먼저 피어나 봄을 알리고 내리는 비에 자신의 몸을 날려 초록 잎사귀에 자리를 내어주는 벚.
벚꽃 하면 진해를 떠올린다. 코로나가 발을 묶어두기 전 진해군항제를 간 적이 있다. 물론 군항제가 끝난 무렵 벚꽃 엔딩이라도 해볼까 하는 생각에 갔던 걸음이었지만 끝물의 아쉬움을 함께 하려는 많은 인파로 사진을 찍으면 온 우주는 내 친구라는 듯 모르는 사람의 얼굴이 빼곡히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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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알게 된 숨은 벚꽃 명소인 전남 장흥 남상천을 찾았다. 10년 이상된 벚나무들이 이뤄낸 벚꽃 터널. 남상천에 드리운 벚꽃가지 때마침 자라나는 초록 보리와의 조화는 환상적이다 못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Cherry blossom으로 불리는 벚꽃. 그 꽃말은 벚의 품종에 따라 나라마다 다양하다. 대표적인 꽃말은 spiritual beauty (정신적인 아름다움, 내면의 아름다움)로 불린다. 우리가 길가에서 흔히 보는 산벚꽃 나무의 꽃말은 미소, 고상, 담백, 미련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고, 일본에서는 벚꽃이 여러 송이가 뭉쳐서 피는 까닭에 행운과 연인의 매혹을 의미한다고 한다. 또한 서양에서는 봄의 첫 소식을 전한다 하여 순결, 처녀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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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벚꽃 군락지에는 지역 축제를 가지게 되는데,  일본에서 벚꽃 등 꽃을 감상하면서, 봄이 오는 것을 축하하는 습관을 일컫는 花見( hanami)라는 말이 있다. 이른 봄에 피어 봄비에 하롱하롱 떨어지는 여린 꽃잎을 보면 마음이 애잔해진다. 꽃비가 되어 내릴 때면 이제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벚꽃엔딩을 통해 짧은 봄의 아쉬움이 더욱더 깊어지는 듯하다.

벚꽃이 질 때 그 설움으로 나는 몇 날을 앓았다. 지는 꽃잎에 대한 애도. 어쩌면 꽃잎과 함께 떠나버린 내 사랑을 조문한 것인지도 모르지. 해마다 봄은 돌아올 것이고 나는 그 봄을 맞을 때마다 누군가를 떠올릴 터이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이 꽃 보기를 포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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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용산면 덕암 풍길로 90(남상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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