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크릿H Apr 09. 2024

홈쇼핑 대박을 꿈꾸다 (2)

성공의 9할은 쇼호스트

홈쇼핑 성공의 키는 상품 경쟁력이지만 막상 방송이 시작되면 쇼호스트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

돌멩이도 콘셉트만 있으면 팔 수 있다는 농담은 쇼호스트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방송이지만 대본도 없고 카메라 옆 프롬프터라고 하는 자막 모니터도 없이 준비한 멘트를 읊는 쇼호스트들의 모습은 매번 봐도 놀랍다.  


대부분 홈쇼핑 구매 고객은 목적이 없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마주친 상품에 꽂히면 잠시 멈춰 시청하는 것이다.

홈쇼핑 1시간 동안 같은 내용을 20분 단위로 반복하는 이유다.

우연히 고객과 마주친 순간을 잡아내는 타이밍 영업인 것이다.


때문에 쇼호스트는 짧은 시간에 관심을 이끌어내고 뛰어난 공감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내 고민을 해결해 줄 상품을 소개하기도 하고

일하느라 고생한 나를 위해,

자녀들 다 키우고 지치고 외로워진 나를 위해

소비하라는 메시지를 가장 현명한 지인처럼 추천하는 것이다.

여기에 "방송에서만", "역대최저가"라는 치트키를 사용하는 마무리 단계가 되면 고객은 주문전화를 건다.


‘어머! 이건 꼭 사야 돼’



어느 베테랑 쇼호스트가 신제품 냉장고를 판매할 때 사례다.


보통의 경우 기존 냉장고와 다른 점, 새로운 기능을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지만 이분은 달랐다.


주부의 일상과 냉장고에 얽힌 에피소드, 아쉬움, 불편함, 가족에게 냉장고란 무엇인가 의미를 부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랩도 안 씌우고 먹다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던져 놓은 남편과 수시로 냉장고를 열고 닫는 아이들의 무개념에 대한 에피소드 등도 함께 담는다.


이러한 냉장고에 얽힌 사연, 주부의 애환을 담은 에피소드를 쇼호스트가 얘기하는 동안 담당 피디는 주문 안 받는다고 난리가 났다. 스텝들은 동동거리며 손을 휘저었고 가격 안내해 달라는 사인을 보냈다. 방송의 흐름상 통상적인 주문타임이 있다.


하지만 쇼호스트는 방송이 끝나갈 무렵에서야

드디어 냉장고 문을 열었다.

몇몇 주요 기능을 설명하고 상품가격을 공개했다. 평소 대비 일반적인 진행은 아니었다.


그는 공감의 시간에 집중했던 것이다.

잠시 후 가격이 공개되자 미친 듯이 주문전화가 폭주했다.


공감은 정확한 정보 전달보다 중요한 것임을 보여준 사례다.


이미 시청자는 쇼호스트와의 교감 속에서 어쩌면 우리 집 냉장고에도 있는 동일한 기능도 처음 보듯 감탄한 것 같다.  

사진: Freepik


반대로 최악의 쇼호스트 방송 사례도 있다.

쇼호스트는 말을 잘한 것 같은데 왜 저걸 사야 하는지 와닿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런 경우 정보 전달에만 치중하는 경우다.


일명 말발로는 아나운서 같은 정확한 발음과 톤을 가졌지만 도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준비한 게 많고 전달할 정보가 많다.

한마디로 노잼이다.

방송은 망했다.


이러한 사유로 업체도 선호하는 쇼호스트가 생긴다. 그러나 우리가 원해도 쇼호스트를 지정해서 요청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쇼호스트 배정은 담당 PD의 권한이며 역량이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예능처럼 고정 프로그램(PGM)은 방송사별 스타 쇼호스트가 이름을 걸고 진행한다.

여기에 상품을 올리려면 대체로 특약비용을 지불하기도 하고 상품이 너무 좋아서 방송사로부터 선택받으면 진행이 가능하다. 이러한 PGM 론칭이 쉽지 않기에 역량 있는 밴더를 찾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PGM은 1시간 동안 일반방송의 수배~수십 배의 성과를 낸다. 대박이라고 부를만한 의미 있는 판매가 자주 일어난다. 쇼호스트의 역량인 것이다.

그러나 원한다고 채택되지는 않기에 업체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후에 보다 자세한 얘기를 다룰 예정이다.   



대부분의 쇼호스트들은 매일 여러 가지 상품을 방송한다.

진행은 능숙하지만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다.

많은 투자와 어렵게 홈쇼핑을 올리는 업체는 운명을 걸듯 늘 긴장되지만 쇼호스트는 어떤 면에선 기계적으로 방송을 소화한다고 볼 수 있다.


좋은 쇼호스트를 만나는 것도 운이 따라야 한다.

작가의 이전글 홈쇼핑 대박을 꿈꾸다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