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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Feb 20. 2017

여행 가서도 집이 필요해 2

캠프힐 스코틀랜드 "Simeon Care for the Elderly"

 오늘은 지난 편에서 예고한 대로 제가 1년 동안 생활했던 단체 "Simeon Care for the Elderly"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가장 효과적일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요. 아무래도 문답형이 가장 깔끔할 것 같아서 몇 가지 질문과 답변으로 제가 가진 별거 아닌 정보를 나눠드립니다.


  혹시라도 캠프힐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한국이 아닌 곳에서 1년 정도 살아보고 싶으신 분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 같아요. 여행을 하고 싶은데 경비가 부담된다거나 안정된 기반을 가지고 장기 여행을 떠나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만한 정보가 아닐까 싶네요. 평소 문체가 딱딱한 편인데 이번 편에서는 조금 편안하게 써볼까 합니다. 가볍게 읽어주세요 ;)




http://camphill.net/


Q. 캠프힐이 뭔가요?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지적 장애우들이 사회에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비정부단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확하게 표현하면 캠프힐 공동체(camphill cmmunities)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캠프힐 공동체의 종류는 크게 캠프힐 스쿨, 청소년 공동체, 성인 공동체 그리고 노인 공동체로 나뉩니다. 이 중에 제가 봉사 활동했던 시미온은 노인 공동체에 속해요.


  캠프힐 공동체는 현재 영국, 아일랜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지역까지 넓게 퍼져있습니다. 한국에서 캠프힐을 다녀오신 분들을 살펴보면 아무래도 언어 소통이 용이하고 수요가 많은 아일랜드나 영국에서 봉사활동을 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새로 증축한 시미온 건물 (http://simeoncare.org/)


Q. 시미온은 어떤 단체인가요?


  시미온은 캠프힐 성인 공동체에서 은퇴한 지적 장애우들, 치매 노인, 중증 신체장애로 집중적인 간호가 필요한 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생활하는 공동체입니다. 캠프힐 스쿨이나 성인, 청소년 공동체는 대개 지적 장애우들만 레지던트(캠프힐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레지던트라고 부릅니다.)로 입주할 수 있는데요. 시미온은 이와 다르게 비장애인들도 입주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캠프힐 출신 레지던트와 반대의 경우의 비율은 5:5 정도로 기억해요.


  제가 생활할 당시에 단체에서 생활하는 레지던트는 총 16명이었습니다. 현재는 새 건물을 지으면서 더 많은 레지던트들이 생활하고 있다고 해요. 다른 널싱홈(nursing home)에 비해서 레지던트 수가 적고 간호인력은 많은 편이라서 스코틀랜드에서 거의 최상의 수준의 널싱홈이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캠프힐 스쿨 교장 직을 은퇴하고 시미온에서 생활하시는 M할머니는 식물을 좋아하십니다 :)


  사실 시미온은 캠프힐에 속해있기는 하지만 독립적인 편입니다. 다른 캠프힐 단체에서는 대개 종교적인 행사를 크게 하기도 한다는데 시미온에서는 특별히 종교적인 색은 없었어요. 물론 타 단체에서도 자원봉사자들에게 종교적인 행사를 강요하지는 않지만요.




대낮 같아 보이지만 밤 9시가 넘은 시간이랍니다. 코워커들은 일을 마치고 종종 함께 모여서 저녁을 먹어요 :)


Q. 자원봉사자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먼저 캠프힐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을 코 워커(co-worker)라고 부릅니다. 시미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직업은 다양한데요. 간호사, 케어러(carer, 한국에선 간병인이라고 부르는 것 같습니다.), 물리치료사, 정원사, 요리사 등이 있습니다. 이 중 코워커들은 주로 케어러가 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케어러가 하는 일은 한국의 간병인 분들이 하는 일과 같은 일입니다. 레지던트가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다시 잠자리에 들 때까지 모든 일상을 함께 합니다. 물론 화장실을 함께 가는 일도 있고 샤워도 도와줍니다. 타인의 가장 사적인 부분을 돕는다는 것에 처음부터 익숙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관에서 2주 정도 교육과 실습을 제공하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더불어서 코워커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두 시간 정도의 커뮤니티 시간을 갖습니다. 커뮤니티 시간에는 코워커들의 재능 기부로 레지던트와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독일에서 온 친구 중 한 명은 발달장애를 가진 레지던트 한 분과 매주 베이킹을 함께 했습니다.


얼굴도 마음도 예뻤던 독일 친구 나탈리 :)


  필리핀에서 온 친구는 원하는 레지던트에게 네일 아트를 해주기도 했고요. 저는 중고등학교 때 음악을 배웠어서 레지던트와 피아노를 치거나 가끔 전체 레지던트 대상으로 한국 음악을 소개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제가 시미온에 합격할 수 있었던 팁 중 하나가 다룰 줄 아는 악기가 많아서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무래도 매일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레지던트들에겐 코워커들의 재능 기부가 하루의 활력소가 되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재능 기부는 꼭 특별한 것이 아니어도 되니 너무 부담 갖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스위스에서 온 친구는 재능 기부 시간에 거동이 불편한 레지던트들을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을 나가기도 했고요, 중국인 친구는 매주 레지던트들과 스크린으로 영화를 봤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아무래도 다음 편으로 넘겨야 할 것 같네요. 다음 편에서도 계속해서 Q&A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질문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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