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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Feb 20. 2017

여행 가서도 집이 필요해 3

캠프힐 스코틀랜드 "Simeon Care for the Elderly"


Q.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코워커들은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합니다. 주말이라고 레지던트가 집에 가는 것이 아니니 주말에도 일합니다. 저는 월요일 화요일이 쉬는 날이었어요. 근무 시간은 오전 쉬프트(6:30am-14:30pm)와 오후 쉬프트(13:00-21:00)로 나뉩니다. 근무 스케줄은 대개 한 달 단위로 나와요. 더불어 한 달에 하루 정도 온 콜(on call) 쉬프트가 있습니다.

E는 Early shift(오전근무), L은 Late shift(오후 근무), EC 혹은 LC 처럼 C가 붙은 경우에는 커뮤니티 시간을 의미합니다.


  온 콜은 오후 아홉 시부터 새벽 여섯 시 반까지 근무하는 나이트 널스(night nurse)가 도움이 필요할 경우 코워커가 함께 도와주는 것입니다. 주로 레지던트가 침대에서 떨어졌다거나 화장실에 가다가 넘어진 경우 등에 코워커를 호출합니다. 하지만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보니 온 콜에 대한 부담은 별로 없어요.


  같이 일하는 간호사 분들과 케어러 분들은 대개 천사 같았습니다. 일이 힘들긴 하지만 서로 도우면서 일하면 하루는 금방 지나갔어요. 레지던트 분들도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타국에서 자원봉사하겠다고 날아온 코워커들을 막대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맞아주셔요.




Q. 자원봉사자들도 휴가를 주나요?


  자원봉사자여도 현지 직원들과 같은 노동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12개월 근무를 하면 20일 정도 휴가를 받을 수 있어요. 다음 달 쉬프트가 나오기 전에 미리 매니저에게 휴가를 신청하면 쉬프트를 조정해 줍니다. 크리스마스 같이 직원들이 자주 휴가를 가는 시즌이 아니면 원하는 날에 휴가를 받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저는 주로 쉬는 날 이틀을 이용해서 영국 내 도시들을 여행했어요. 휴가는 모아서 크리스마스 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갈 때 3주 정도 썼습니다. 휴가 신청할 땐 눈치 보지 마세요. 휴가 쓴다고 눈치 주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저는 한국 가기 두 달 전부터 휴가 남은 거 다 안 썼다고 매니저가 따라다니면서 휴가 쓰라고 안달복달했습니다.  한국에선 상상도 못 할 일이죠. 



환영의 의미로 예쁜 꽃병이 준비되어 있었답니다 :) 스윗해요.


Q. 자원봉사자들은 어디에서 생활하나요?


  코워커들은 레지던트와 같은 건물에서 생활합니다. 지금은 새 건물을 지어서 건물 3층에 코워커들의 방이 모여있는 것 같아요. 제가 생활할 때에는 반달 모양의 건물의 양 끝 다락방 4개와 1층에 4개의 방을 코워커들이 사용했습니다. 


  건물 끝에 있는 두 개의 다락방 사이에 작은 화장실이 있지만 샤워실은 없기 때문에 1층에 내려가서 샤워를 해야 했어요. 하지만 1층 방보다는 독립적이라서 일부러 다락방을 선택하는 코워커들도 있었답니다.(코워커가 떠나면 새 코워커가 오기 전에 방을 바꿀 수도 있어요!)

제가 생활한 다락방이에요! 도착한지 얼마 안되었을 때라 아직 휑하네요.
나중엔 소소하게나마 방도 꾸미고 해서 아늑하게 지냈어요 :)


  1층을 사용하는 코워커들의 방은 레지던트의 방 사이에 위치해 있어요. 그렇다 보니 아침저녁으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소리 때문에 조금 소란스럽긴 합니다. 한 코워커는 한 밤중에 자고 있는데 누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서 일어났더니 치매를 앓고 있는 레지던트가 화장실인 줄 알고 들어왔던 소동도 있었습니다. 일 하다 그 얘기 듣고 한참을 웃었네요.



독일인 친구 알레사와 나탈리, 그리고 필리핀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안젤리


Q. 함께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어때요?


  시미온은 다른 캠프힐 공동체와 다르게 아주 작은 공동체예요. 코워커라고 해봤자 8명이 전부였답니다. 덕분에 서로 도우면서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코워커들의 국적 비율은 코워커가 떠나고 새로 들어오는 시기가 달라서 항상 같을 수는 없지만 다른 캠프힐 공동체에 비해 다양한 편이에요. 제가 만난 친구들만 해도 독일, 중국, 필리핀, 스위스, 프랑스 출신들로 다양했거든요. 


서로 다른 휴일을 겨우 짜 맞춰서 함께 간 런던 여행이에요 :)


  아무래도 코워커들끼리는 24시간을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친해져요. 모두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온 친구들이다 보니 다들 착해요.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서로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답니다. 



출처: 구글 이미지

Q. 영어는 얼마나 잘해야 하나요?


  처음 3개월은 정말 반은 알아듣고 반은 눈치로 때려 맞추는 수준이었습니다. 억양 때문에요. 스코틀랜드 억양은 영어 쓰는 다른 지역 원어민들도 잘 못 알아듣습니다. 더불어 영국 다양한 도시 출신의 레지던트들, 세계 각국에서 온 코워커, 간호사, 케어러들의 말을 알아듣기란 쉽지 않습니다. 모두들 자기만의 억양을 가지고 있거든요.


  하지만 3개월 정도 지나면 그 억양들에 익숙해져서 잘 들려요. 멘붕이 오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물어보면 됩니다. 대부분 다시 천천히 발음해줘요. 한국으로 돌아가기 한 달 전쯤에는 일하다가 같이 일하는 간호사가 '어머, 너 이제 스코틀랜드 억양으로 말한다'라고 말하며 웃는 날이 옵니다.


 스코틀랜드 가기 전에 특별하게 영어공부를 했던 건 아니에요. 아르바이트하고 돈 버느라 영어 공부할 시간도 체력도 없었습니다. 남들 다 있는 토익이나 토스 토플 점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요. 지원하는데 어학 증명이 꼭 필요하진 않아요. 어차피 면접에서 걸러지니까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말벗이 되어줄 수 있는 수준의 영어면 될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배운 어려운 단어 몰라도 괜찮아요. 쉬운 단어라도 문장으로 내뱉을 수 있으면 충분히 생활할 수 있습니다. 






  Q&A는 이 글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제가 스코틀랜드에 갈 때도 시미온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어서 막연했었거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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