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는 책가게가 열리기까지_01

지독히 더운 여름날의 심호흡

by 조아라

#7월 지독히도 더운 여름날 가게 자리를 알아보다 문득 드는 생각


나는 왜 이동하(려고 하)는 거지?


흠…


아마 2011년즈음일 것이다. 서울이 아닌 작은 도시에서 살아보고자 첫 마음을 먹었던 때가.

울산에서 나고 자라다 서울로 가고 싶어! 하고는 서울로 와서 여러 동네에서 살면서 이런저런 사람과 교류하고 신기방기 다양한 문화와 생활을 구경하면서 영향을 받은 색깔들을 내 일상에 그려보는 재미를 알 수 있었다. (지금 보니 그 재미를 안다는 게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다시, 서울이 아닌 곳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싶었다.


서울이 지겨워, 싫어졌다기 보다 집값이 무서워라기 보다(아마 집값이 괜찮았으면 덜 생각했을수도 있겠지만;;) 서울을 이따금 내가 잘 활용하는 지역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다른 지역에서 살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 근거없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잘 모르는 곳에서 내가 잘 아는 방식으로 살아보는 재미 혹은 실험 같은 거를 해보고 싶었다. 지역문화 살리기, 농촌 살리기 등등의 사뭇 거창한 구호에 들어가고 싶진 아니하고, 지극히 개인적인, 그러나 그게 통한다면 사회적인 것이 될 수 있는 그런 의미에서 지역 살이를 해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서울 생활을 완전히 정리하고 지역으로 내려가고 싶진 않았다. 도망갈 곳을 만들어두고 싶어서일 수 있겠고, 뭔가 정리하고 가는 것보다 연장선에서 시도하는 실험이라 생각하고 싶어서일 수 있겠다. 그렇게 서울집은 놔두고 책과 잡화를 파는 가게를 만들어보자고 2016년에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 다짐을 다지기 위해 드디어 2017년 여름부터 행동 개시 -


빠방!


지역은 남원으로 정했다. (왜 남원으로 정했냐에 대해서는 추후추후..추...)


수년 전부터 남원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런 동네에 가게를 구하면 좋겠다 생각만 하고 있었지, 본격적으로 구해보려니 참 난감했다. 뭐부터 어떤 걸 준비해야할까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려니 그전에 닥치면 잘-하겠거니 삼았던 나의 자신감이 1도 보이지 않았다. 일단 상가차임대계약 관련 법령을 틈틈히 읽고(한번에 읽기엔 너무 어려ㅇㅜㅓ...) 인터넷으로 관련 기사를 읽고, 나만의 가게 창업하기 a to z 와 같은 글을 수없이 읽었다. 참고는 물론 되었지만 어딘가 아쉽고 읽으면 읽을수록 암울해졌다. 매출, 성공과 실패라는 키워드를 너무 자주 읽은 탓일까. 잠시 글에서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의외로 지인 중에 가게를 차린 경험, 사업자등록증을 만들어본 분들이 있었다. 지인들의 이야기가 각자 다 달랐지만 뭐랄까 그 다른 이야기가 안심되었다고나 할까. 나도 나대로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 또 틈틈히 1인 기업 세무 회계 교육 등 강좌도 들으면서 하기로 한 것을 혹여 포기하고 싶어 하는 내 마음을 없애나갔다. (들인 공이 있으면 본전 생각이 강해지니까 XD)그렇게 할 일 리스트를 만들었고 첫 단추로 공간을 알아보기가 있었다.


단언컨대(?) 나는 가게 자리를 알아본 경험이 없다. 게다가 부동산 점포를 들어가는 것은 생각만 해도 고역이다. 나의 십년이 넘는 자취생활 중 총 9번이나 이사를 했지만 부동산을 통한 건 두 번. 이것도 혼자가 아닌 동행인이 있었다. 하지만 어쩔쏘냐- 그 지역에 매물을 알아보려면 홀로 들어갈 수밖에 하면서 내가 나를 도닥도닥였다. 남원에 살고 있는 분한테 듣자니 지역 정보지에 임대 정보를 살펴보고 부동산에 문의를 하는 것이 괜찮다고 했다. 서울이야 부동산이 중간에서 조율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지방은 알음알음 거래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고도 했다. 굳이 부동산을 통해서 세입자를 알아보는 게 아니라 지인을 끼고 알아본다거나, 건물주가 가게 자리에 종이로 임대 정보를 붙여 세입자가 그걸 보고 연락해서 1:1로 거래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도 했다. 알아보는 방법이 여러가지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매주 지역 정보지를 보면서 주소를 지도에 검색해서 위치나 가격을 1차 정보로 기록해놓고 가서 확인한 다음 부동산이나 건물주에게 직접 물어보자 마음을 먹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마음을 먹고 준비를 하고, 고르고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확인하는 모든 과정의 책임이 온.전.히 나한테서 나고 자라는 경험의 연속이 시작된 것이다. 어떤 일이던 안 그렇겠냐만 절실함의 그 정도가 자영업이 훨씬 처절?하다고 해야할까. 강력하다고 해야할까. 창업가 정신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런 교육을 하는 이유가 뭔지는 알 것 같았다. 대학을 한 번 더 다니는 기분인가. 아무튼 그런 본격 시작도 전에 오만 생각을 하면서 (하필) 지독히도 더운 여름날 남원으로 가는 기차를 탔고 숙소에 짐을 놓고 나와 봐놨던 공간을 문의하러 시장통 근처 부동산을 찾아갔고 나는 그 문 앞에서,


#심호흡을 심하게 했더랬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