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가는 책가게가 열리기까지_02

내가 알아본 땅 위에 자리들

by 조아라

그렇게 처음 들어간 부동산은 뭐랄까...모르는 집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사무실 안쪽에 방이 있는 형태였는데 내가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직원분이 급하게 손님이 왔다며 방 안을 향해 말했고, 여닫이 문이 열리며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나왔다. 막 잠이 깬 얼굴로 눈을 비비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남원은 시에스타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괜히 미안해졌다. (^^;)


아무튼 지역 정보지에서 이런, 이런 가게 자리가 있다고 해서 왔다 하니 사장님은 이도저도 아닌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더니 익숙한 대화를 몇차례 하고 전화를 끊었다. 거긴 이미 나갔다며 연락처 남겨놓고 가면 그런 조건 나올 때 연락을 주겠다 했다. 오호, 이런..이런.. 낚인 기분이었다. 올해 계속 지역 정보지를 보아왔는데 그 매물은 나온지 얼마 안됬는데 벌써 나갔을리가... 하는 생각에 뭐랄까 내가 돈 안되는 손님이라 그런 건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더랬다. 진짜 나갔을 수도 있을테지만 괜히 내가 쭈굴쭈굴해지는 씁싸리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일을 하는 것도 뭐, 그래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을 나와 확인 차 근처 다른 부동산을 가려다 발길을 돌려 좀 걷자 싶었다. 2011년 남원에 처음 온 이래 이따금씩 시골과 시내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런 동네면 좋겠다 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쳤었는데... 역시 상상할 때가 행복한 법인가봉가. ㅎㅎ


첫 술에 배부르고 싶었나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걷는데 어느 중학교 뒷편 다닥다닥 작은 가게들이 있었고 그 중 한 가게 유리창에 점포임대 종이가 붙어있었다. 6평 남짓한 그 가게의 첫인상은 흠...글쎄... 어떨까 싶었지만 그래도 한번 보자 싶어 종이에 적히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가게를 확장해서 옷가게를 한다는 사람이 냉큼 와주었고 가게를 보여줬다. 전 세입자라고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권리금이 있다 했다.

오-마이-갓. 권리금이라니! 이런 가게자리에도 권리금이라니... 이 가게, 안되겠다 싶어 인사를 하고 나왔다. 눈 앞에서 사기를 당하는 느낌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이 건으로 알게 되었다. 나는 권리금 있는 곳은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런 식으로 그저 내 감을 믿기로 했다. 어차피 내 감도 내 판단이니까.


#씁쓸한 그 말, 낭만에 대하여


시내를 좀 걸어보다가 아까 가기로 한 다른 부동산 문을 열었다. 어느 실장님이 응대해주셨는데(왜 부동산은 실장이란 호칭이 많을까?) 어색하게 인사하고 푹신한 갈색 쇼파에 앉아 이런 저런 가게를 찾고 있다 하니 여러 질문이 날라든다. 왜 남원에서 하려고 하냐, 번화가가 아니면 장사가 안될텐데, 작은 점포에 서점을 하면 장사 안 될텐데 하는 걱정 아닌 걱정스런 질문들.


그 질문에 불안하지만 실험을 해보고 싶다고 하니 돌아오는 말


“아.. 흠.. 낭만적이시네요..”


헉.. 낭만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씁쓸하게 들리는 건 또 처음.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이 현실 물정 모르는 젊은이가 요상한(?) 꿈만 가지고 벌이는 호기로 보였나? 암튼 이곳 실장이라는 사람도 서둘러 어디론가 전화 한통화 하고는 그 이상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괜찮은 게 나오면 다시 연락준다고 하는 그 거짓말(!)에 나 역시 네 라는 대답과 함께 동의하고 나와버렸다.


흠.. 내가 낭만적인 사람? 과연...


#게스트하우스 사람들


그렇게 더운 날 몇 군데 돌아다니고는 땀을 쫙 뺐다. 숙소에 가서 좀 쉬었다 다시 나와야겠다 싶었다. 내려오기 전 예약해둔 게하로 가서 한숨 돌리며 주인장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남원이 좋아 내려온 귀촌 가족이 만든 게스트하우스였다. 내가 남원에서 하고자 하는 일들을 굉장히 반가워해주셨다. 그리고는 자신들이 알고 있는 정보를 주셨다. 혼자 고군분투해야겠구나 마음 단단히 먹었는데 게하 가족들 덕분에 마음 든든한 기분이 들어 막 쪼여왔던 긴장이 살짝 풀렸다.


나도 지역살이를 생각하면서 한때 게스트하우스를 생각하기도 했었다.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이 아닌 돈’도' 버는 목적으로, 각자 다른 이야기를 가진 여행자들과 나를 위한 숙소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은 로망이 있었는데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달 간 스탭을 해보니 나를 힘들게 한 점을 발견하곤 이내 접었었다. 나는 매일 똑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하는 것과 안 맞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 게스트하우스는 언젠가 동료들과 같이 해보고 싶은 공간이다. 똑같은 말을 돌아가면서 할 수 있게.. ㅎㅎ


#자전거 도시, 남원


남원의 주요 교통수단은 은근히 자전거다. 버스도 있고 차들도 있지만 근거리 수단으로는 단연 자전거가 많았다. 모든 연령층에서 생활용으로 타고 다닌다. 그런 면이 내 눈에는 좋아보인다. 나도 자전거 페달을 차랑차랑 밟으며 돌아다녔다.


눈에 보이는 부동산도 찾아 갔다가, 빈 가게자리에 임대 종이를 보고 연락하거나, 지역 정보지에 나온 곳을 컨택하면서 외지인 티 팍팍 내며 여러 군데를 둘러보았다. 위치나 상태, 가격(보증금+월세)이 괜찮다 싶으면 권리금이 엄청났고, 가격이나 위치고 괜찮고 권리금은 없지만 내부 수리가 많이 필요할 것 같고, 가격은 괜찮은데 위치나 주변 환경이 좀 거시기한 곳도 있었고... 어느 정도 무난한 것 같은데 어째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


이곳저곳 용기 내서 연락하는 일은 하면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는데 선뜻 마음이 드는 곳이 안 나타나니 괜히 조바심이 났다. 외지인 티가 너무 나서 그런가 하는 근거 없는 초조함도 들고, 나 역시 작은 도시니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면도 있었을 터..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내 귀로 들어오고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손해보지 않으려는 마음에 다 알아보려고 욕심을 낸 것 같다. 그 욕심이 손해일지도 모르겠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마음이 조급해지고, 얼른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그러니 생각의 부하가 당연히 걸렸고 그래서 다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출구를 만들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포기하고 패스해야 하는 것들도 있는 것을 잠시 잊었음을 알았다.


#맞다, 너무 더웠다

7월과 8월 공간을 알아보러 몇 차례 남원에 있는 기간 동안 매일 폭염 재난 문자가 폰을 울렸다. 자전거를 타거나 걷거나 할 때마다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아마 더위 때문에 더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이 더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일희일비 하지 않을 것, 조급해하지 않을 것. 내가 올해 나의 마음가짐 계획으로 생각했던 것. 그런데 이내 일희일비하고 싶고, 조급해지는 마음이 계속 꿈틀거려서 본 곳들 중 한 곳으로 확신 없이 결정하고자 마음 먹은 적도 있었다. 그 때 그 곳으로 선택했다면 지금 나는 후회하고 있을까? 아니면 최선이라는 생각으로 오픈을 준비하고 있을까? 흠... 선택으로 결과를 판단하기 보다 그 이후 행동을 결정해준 셈으로 치고 다음을 모색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것 역시 선택이군)


연락한 부동산을 체크하고 봤던 공간의 정보에 더해 내 개인적인 감상을 기록하면서 서울과 남원을 왔다갔다 했다. 이런 저런 헛얘기와 아무말, 거짓이 섞인 과장의 이야기들이 주절주절 나오는 내 모습에 실망도 하면서 관계 맺기의 설렘과 어려움을 동시에 느껴가면서 빈 자리를 기웃거렸다.


그렇게 나름 혼자를 기르는 법을 연습한다 생각을 하며 지나가고 또 지나간 익숙한 골목에서 어느 빈 가게를 보았다.


(계속)


*그러고보니 전화주겠다 했던 부동산 중 오픈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까지 연락 온 곳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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