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에 비친 영화와 문학
감독 마틴 스콜세지, 배우 스칼렛 요한슨 그리고 매튜 맥커너히. 이 정도 조합이라면 블록버스트급 영화를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이들이 뭉쳐 만든 것은 2분30초짜리 광고 영상. 돌체앤가나바의 향수 '더 원'(the one)을 위해서다. 예술적인 흑백 영화 분위기의 'Street of Dreams' 이라는 이 짧은 영상에서 두 주인공은 뉴욕 거리를 배경으로 꿈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여기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두 사람이 타고 나온 자동차. 처음 이 영상을 봤을 때 운전석에 앉아 스티어링 휠을 잡고 있는 매튜 맥커너히, 거리에서 스칼렛을 태우고 멀어지는 뒷모습만으로 무슨 차인지 바로 알아채지는 못했다. 디테일을 확인하고 찾아보니 알파로메오 줄리에타 스파이더. 2인승 컨버터블로 크지 않은 차체지만 클래식한 라인이 두 배우와 어울려 은근한 매력을 발산했다.
이탈리아 브랜드 알파로메오는 레이싱에서 얻은 명성으로 고성능차와 고급차를 개발하기도 했으나 경영 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2차 대전 이후 소형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내놓은 차가 줄리에타. 줄리에타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줄리엣의 이탈리아식 이름. 카로체리아 베르토네의 디자이너 프랑코 스칼리오네(Franco Scaglione)가 디자인한 2도어 쿠페로 먼저 나왔다. 바로 줄리에타 스프린터였다. 이듬해에는 4도어 세단 줄리에타 베를리나(Berlina)가 나왔다.
알파로메오 줄리에타 스파이더(Alfa Romeo Giulietta Spider)는 1955년부터 1962년까지 만들어졌다. 기존 디자인에 피닌파리나의 손길이 더해졌다. 아름답게 흐르는 선과 흥미로운 티테일로 가득한 우아한 스타일, 요즘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감각적이고 평면적인 대시보드의 인테리어 구성이 눈에 띈다. 1962년 줄리아 시리즈(Giulia series)가 소개되면서 줄리아 스파이더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피닌파리나가 설계한 줄리아 스파이더는 1300cc급 엔진을 대체한 1600cc급 엔진과 새로운 5단 변속기를 얹고 성능이 향상되었다. 영화 '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몰고 '사랑의 도피'를 벌이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 단편 영상은 2013년에 만들어졌다. 당시 매튜 맥커니히는 44세, 스카렛 요한슨은 28세의 나이. 매튜는 1960년대 스타일 슈트를, 스칼렛은 고전적인 할리우드 여배우 스타일을 소화하며 '세기의 커플'로 연예 뉴스를 장식했다. 70세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는 화면 가득 그의 감성를 담으며 "나는 뉴욕 거리를 사랑한다. 내가 자란 곳이기 때문이다."라고 이 단편 영상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