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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가 좋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청중입니다.

좋은 발표의 기준은 언제나 청중에게 있습니다.

by 한창훈

발표의 무게중심을 '나'에서 '상대'로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의 여정은 발표자가 무엇을 말할 것인가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누가 듣는가'에서 출발합니다. 모든 전략, 내용, 디자인은 청중이라는 단 하나의 기준점을 중심으로 정렬되어야 합니다. 청중을 이해하고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프레젠테이션의 성패를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전제 조건입니다.


좋은 발표란 발표자가 만족하는 발표가 아니라, '상대방이 만족하는 발표'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프레젠테이션의 패러다임을 '내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라는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청중이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가?"라는 청중 중심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근본적인 전환 없이는 아무리 화려한 자료와 유창한 언변도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수 있습니다.


내가 할 말을 정하기 전에, 청중이 듣고 싶은 것을 파악하라


수많은 프레젠테이션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발표자가 자신의 논리와 지식의 세계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연차와 실력이 쌓일수록 역설적으로 발표를 망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죠.) 청중의 눈높이를 맞추고 그들의 언어로 말하기 위해서는, 발표 준비의 가장 첫 단계에서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청중 분석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전문가의 함정'을 넘어 청중의 언어로 말하라


현업에서 가장 흔히 발생하는 실패 사례 중 하나는 '전문가의 함정'입니다. 발표자인 실무 전문가는 업무가 진행된 시간 순서와 세부 사항을 중심으로 정보를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논리적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청중인 의사결정자는 바쁜 일정 속에서 신속하게 판단을 내려야 하므로 과정보다는 결과와 핵심 포인트를 먼저 듣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의 방식대로 발표를 진행하면, 청중은 지루함을 느끼고 발표자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오해를 받게 됩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발표의 제1원칙은 내가 할 말을 생각하기 전에 청중을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또는 내가 할 말을 정리해보고 청중의 입장에서 다시 보는 것입니다. 이 경우 청중의 입장, 청중의 눈높이에 맞춘 언어로 '번역'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청중의 머릿속과 마음속으로 들어가는 구체적 방법들


막연히 청중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일 수 있습니다. 성공적인 발표를 위해서는 청중에 대해 최소 5분 이상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깊이 파악해야 합니다. 체계적인 청중 분석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을 포함합니다.


기본 정보 및 역할: 청중의 연령, 성별, 배경, 조직 내 직책 등 기본적인 정보를 파악합니다.


지식 수준과 태도: 발표 주제에 대한 청중의 사전 지식 수준(발표자보다 높은지, 낮은지, 동등한지)과 예상되는 태도(긍정적인지, 중립적인지, 부정적인지)를 예측합니다.


요구와 동기: 청중이 이 발표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입니까?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What's in it for them?)은 무엇입니까? 발표는 청중에게 명확한 가치와 혜택을 제공해야 합니다.


성격 및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모든 청중이 동일한 방식으로 정보를 수용하지 않습니다. 실용적인 분석 도구로 DISC 모델(주도형, 사교형, 안정형, 신중형)을 활용하면 각 유형에 맞춰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습니다.


이 발표가 끝났을 때,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청중 분석이 끝났다면, 다음 단계는 이 발표를 통해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일상적인 대화와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구분하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 '목표의 유무'에 있습니다.


목표는 준비의 '나침반'이자 성과의 '청사진'이다


바쁜 비즈니스 환경에서 목표가 불분명한 발표는 메시지를 모호하게 만들고, 의도 전달에 실패하며, 결국 모든 참여자의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매주 하는 거니까", "하라고 하니까"와 같은 생각으로 발표에 임하는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태도입니다.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오늘 제 발표를 들으시면, OOO하게 될 것입니다(By the end of my presentation, you will...)"라는 문장을 완성해 보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문장은 발표자에게 자신의 의도를 한 문장으로 응축하도록 강제함으로써 놀라운 명료함을 가져다줍니다. 예를 들어, 목표는 다음과 같이 구체화될 수 있습니다.



설명 목표: "...이것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하시게 될 것입니다."


설득 목표: "...이것이 왜 여러분에게 필요한지 납득하게 될 것입니다."


실행 요청 목표: "...오늘 말씀을 들으시고 OOO한 행동을 해주시기를 요청드리고자 합니다."



목표가 명확할 때,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이 보인다


목표가 명확하면 청중이 발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발표 준비 과정 자체의 효율성이 올라간다는 것입니다. 목표는 어떤 내용을 포함하고 어떤 내용을 제외할지를 결정하는 명확한 필터 역할을 해주니까요.

수많은 발표가 실패하는 이유는 내용("내가 가진 슬라이드가 무엇인가?")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순서는 항상 청중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청중의 필요와 지식 격차를 알아야만 그들에게 가치 있는 결과물이 무엇인지 정의할 수 있고, 그 가치를 전달하는 구체적인 행위가 바로 발표의 '목표'가 됩니다. 일단 목표가 "200만 달러 투자 승인 설득"으로 설정되면, 그 이후의 모든 슬라이드, 모든 데이터, 모든 이야기는 오직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목표에 기여하지 않는 내용은 소음이며, 과감히 제거되어야 합니다. 이처럼 체계적인 프로세스는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막연한 창작 활동에서 엄격한 전략적 훈련으로 변화시킵니다.


전략의 시작, 설득의 반을 결정짓는 두 기둥


결국,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은 청중에 대한 깊은 이해와 명확한 목표 설정이라는 두 개의 단단한 기둥 위에 세워집니다. 청중을 모른 채 말하는 것은 허공에 외치는 것과 같고, 목표 없이 말하는 것은 방향 없이 항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발표의 내용과 형식을 고민하기에 앞서,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말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청중의 마음을 움직이고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모든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변치 않는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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