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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준원 Sep 27. 2020

인격공간권리 선언

소셜 무브먼트 프로젝트 티저



오등은 오늘 인간의 존엄과 안전이 존중되는 삶의 가치를 공유하고, 그것이 보장되도록 하는 가장 기초적 사회적 행동원리로서 자신과 타인 사이에 일정 거리 이상을 비워두는 인격공간에 대한 권리가 인간에게 부여되어 있음을 선언하고 그 취지를 설명하고자 하는 바이다.


인간 개개인은 존재하는 모든 시간 동안 자기 신체가 위치한 공간을 필연적으로 점유하게 되지만, 이것은 세상 모든 생물체와 물건에게도 동일한 물리적 현상이다. 여타의 존재물들과 구별되는 인간존재의 인간성이 존중되기 위해서는 신체의 물리적 선과 면으로부터 일정거리가 확장된 공간의 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 가상의 공간을 신체에 귀속된 공간으로 보고 인격공간이라 명명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신체로부터 일정거리를 자신의 공간으로 비워 둘 권리를 행사함으로써 자신의 인격을 존중받고, 최소한의 신체적 정신적 안전을 보장받는다. 이 공간의 범위는 신장의 1/2 정도의 거리가 이루는 혹은 양팔을 벌려서 만들어지는 원의 내부로서, 자신의 신체의 외연으로부터 최소 0.75m 혹은 75cm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모든 사람은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여 자신의 신체를 타인의 인격공간 바깥에 두어야 하며, 실수로 혹은 불가피하게 그 공간에 진입하였다면 서둘러 그 바깥으로 빠져나와야 한다. 이런 방식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하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그 사람은 타인의 정신적/신체적 안전을 추구할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려는 의도된 적극적 행위를 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만약 누군가 타인의 인격공간으로 진입하고자 한다면 그 사람으로부터의 명백한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 허락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러한 만큼 모든 사람은 허용한 적이 없는 타인이 자신의 인격공간에 무단으로 진입하는 것을 인지한 즉시 저지할 행위를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희라! 과거 이 권리가 보장되지 못한 이유는 권력의 압제나 이민족에게 주권을 빼앗겨 그 권리를 박탈당한 때문이 아니요, 법과 제도가 불합리하여 이 권리가 침해되도록 조장되었기 때문도 아니라, 바로 우리의 관습과 사회적 행위속성을 불식지간에 반복한 우리 스스로가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침해하였기 때문이며, 그 침해를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방조해 왔던 까닭이다. 이 권리를 보장하는 주체도 법과 제도가 아닌 바로 사회 구성원인 우리 자신인 까닭은 우리가 매일매일 무심코 반복적으로 타인의 인격공간에 들락거리며 살아온 우리의 습관 안에 치명적인 오류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과거 오등을 포함하여 우리의 대부분은 한편으로는 타인에 의해 자신의 공간을 침범당한 피해자임과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늘상 타인의 공간을 침범하는 가해자가 아니었던가? 이제 그 불식을 깨고 인격공간에 대한 권리를 인지함으로써 하루에도 수 십 번씩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을 반복하는 처지에서 빠져나와, 사회 구성원 모두의 공동의 노력으로 타인의 인격공간을 존중하고 자신의 인격공간을 주장하는 건강한 풍속을 세워 오늘을 사는 우리보다 더욱 건강해야 마땅할 후대에게 물려줄 것을 대중에게 널리 제안하는 바이다.

 

자신의 신체로부터 일정거리 바깥에 위치한 존재는 안전하게 여기지만 일정 거리 안쪽으로 진입하였거나 진입할 것으로 보이는 존재에게 불쾌감과 경계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짐승에게도 자연스런 일인데 하물며 인격을 가진 인간에게서랴! 상대가 아무런 폭력적 의사 없이 그 공간으로 진입하였다고 여기더라도, 자신의 인격공간 안으로 들어온 사람에게는 경계심이 발동하여 머리가 쭈뼛하게 올라오거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누구라도 피할 수 없는 심리적 현상이다. 아무런 근거도 제공받지 못한 채 정신적/신체적 공격의 의도를 가진 자와 선량한 자를 구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공격적 의도 없이 진입한 사람이라도 이성적 거리거 무너진 감정의 공간으로 들어온 이상 언제라도 감정이 격하여 공격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인격공간 바깥에 위치한 사람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안전한 사람으로 여기지만, 그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은 감정적으로 격하고 비논리를 주장할 것으로 여겨지기 마련이며,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는 위협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심리는 이기기 어려운 사실일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직관이다. 성추행이 일정 거리 바깥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렵고, 전염병균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 건너오기 어려우니, 상대가 성추행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전염병 환자일 수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이 거리가 유지된다면 편안히 상대를 마주하고 이성적으로 대화하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슬프게도 우리는 그동안 이 공간의 경계를 무시하고 넘나드는 무지한 습관 탓에 호감을 가졌던 타인의 마음에 오해를 일으키고 귀중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인연을 수도 없이 잃어버리고 말았도다. 자신이 전염병을 가진 것도 모르고 타인의 공간에 진입하여 심각한 병균이든 가벼운 병균이든 상대를 전염시키는 의도치 않은 피해를 준 필시 적지 않도다. 반대로는 귓속말을 속삭이는 사기꾼이나 신체적 공격의 의도를 가진 자, 성추행의 의도를 가진 자에게 일정한 신체적 거리를 주장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다가 그들이 나의 정신과 신체를 유린하여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떠날 때까지 저항하지 못한 것 또한 무릇 여하이던가? 전염병의 시대에 무례하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타인이 가까이 접근하는 것을 거절한 사람은 온전하고, 불안해 하면서도 겸연쩍어 타인의 접근을 물리치지 못한 사람은 전염병에 걸리기도 하였으니 이 어찌 평화롭고 선량한 사람의 존중받아야 할 인권이 유린되었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인격공간을 존중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본 원칙은 한 사람의 인격공간인 신체의 모든 부분으로부터 75cm의 끝선과 또 다른 사람의 인격공간인 신체로부터 75cm가 겹치지 않는 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서, 두 사람의 신체 사이의 거리가 1.5m가 되는 거리이다. 이것을 사회적 거리두기 보통이라 명명한다. 우리의 사회적 활동에서 상대의 신체로부터 1.5m 가량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며, 모든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의사전달이 이 정도 거리에서 원활하고도 효율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자신의 언어구사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 이 때 타인으로부터 접근을 받는 사람과 타인에게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 심리적/신체적 안전을 느끼며 모두 이성적이고 합리적 사고의 공간에 머무르게 된다.

 

공간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 보통을 수행하기가 어려운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두 사람의 인격공간의 끝 선이 서로 상태의 신체에 닿는 거리가 허용될 수 있다. 이것을 사회적 거리두기 절반이라 명명하며, 상대와 75cm 이상의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가리킨다. 사회적 거리두기 보통을 사용할 경우 약간 실수하여도 상대의 인격공간에 진입하지 않지만, 절반을 사용할 경우에는 조금만 실수하여도 타인의 인격공간에 진입하게 되므로 매우 주의하여야 한다. 이 때 타인으로부터 접근을 받는 사람은 약간의 경계심을 가지고 타인을 바라보게 된다. 타인에게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은 상대가 신체적 거리 탓에 불쾌한 기분으로 바뀔 가능성을 걱정하여야 한다.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사회적 거리두기 절반인 상호 신체간 75cm의 거리두기도 어려운 경우, 예를 들면 극장이나탈 것에 탑승하였을 경우에는 가능한 한 서로 마주보아서는 안된다. 엘리베이터 등에 탑승할 때 타인의 시야 바깥에 머무르는 상황은 최대한 노력하여 피해야 한다. 좁은 통로에서 교차하여 통과할 때에도 최대한 거리를 띄우려는 노력을 상대가 인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드러내 보여야 한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패되고 누군가 타인의 인격공간으로 진입하게 되면 이것은 타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가 된다. 이 때 타인으로부터 이러한 접근을 당한 사람은 상대에게 자신의 인격공간으로의 진입을 허용할 의사가 확고하지 않다면 자신의 인격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스스로 뒤로 물러나거나 상대에게 뒤로 물러날 것을 요구할 수 있으며, 자신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스스로 물러나거나 상대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상황이 되면 타인으로부터 접근을 받는 사람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인격공간 안으로 진입한 사람에 대해 불쾌감과 공격을 받는 듯한 불안감을 느끼고 이것을 심각한 심리적/신체적 공격의 징후로 간주하게 되며, 그렇게 간주하여야 한다. 만약 인격공간의 확보를 위해 뒤로 물러난 상대에게 다시 접근한다면 그 사람은 실제로 상대에게 정신적/신체적인 공격할 의사를 명백하게 가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타인의 인격공간에 진입한 사람은 자신이 그 사람을 공격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여도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이 된다.

 

인간 모두에게 인격공간권이 있음을 강력하게 인지하고 이 개념을 널리 홍보하고 모든 사람의 인격공간이 확보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을 요청하는 바이다. 인격공간권을 존중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지극히 단순한 행동원칙의 유지를 통해 모든 개인이 자신의 정신적/신체적 안전추구를 방해받지 않을 수 있으며, 자발적으로 타인의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는 선행을 베풀 수 있다. 전염병으로부터, 성추행으로부터, 떳떳하지 않은 이득을 제안하는 유혹의 귓속말로부터 자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각자는 타인으로부터 자신의 인격공간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주장하여야 하고, 자신이 남을 감언이설로 꼬득이거나 성추행을 하거나 전염병을 옮길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우선 거리를 유지하여 타인의 인격공간에 침입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자신의 인격공간으로 진입한 상대에게 그 공간에 머물도록 허용할 뚜렷하고 확고한 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당신은 확실한 의사표현으로 그 사람에게 당신의 인격공간 바깥으로 나가서 머물러 줄 것을 요구해야 한다.

 

내 인격공간 바깥으로 나가주세요!”

 

입을 열어 말로 표현하기 껄끄럽고 어려운 말인 것은 현실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의사를 용이하고도 뚜렷하게 그리고 상대에게 불쾌감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한 친절하고도 애교있는 몸동작을 개발하여 널리 배포하오니 교양있는 지식인들은 오늘 오등의 인격공간권 선언에 공감하고, 동참하고, 이 몸동작을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함께 사용하여 일상적 언어로 공유할 것을 앙망하는 바이다.


(몸동작은 2 주 내에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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