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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카 Feb 28. 2022

10. 앙드레 빤딸레옹이 이상한 소리에 이끌리다

앙드레씨와 신비한 언어를 하는 사람들

10. 앙드레 빤딸레옹이 이상한 소리에 끌리다.


앙드레 빤딸레옹의 눈에 비친 사람들은 좀 특이해 보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자신의 출현을 진심으로 반기는 것 같았다. 게다가 상냥한 아가씨가 옆에 앉아 소곤소곤 통역까지 해 주는 것이다. 정말 친절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향해 걷다가 살짝 길을 헤맨 것이 오히려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이토록 재미있는 장소를 발견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처음에는 전혀 교회 같지 않은 곳에 교회 표지판이 붙어 있는 것이 의아했다. 게다가 한국 교회란다. 그는 시간도 때울 겸 바다 건너 저 멀리 동쪽 끝에 있는 나라 사람들의 종교의식을 한 번 구경해 보고 싶었다. ‘당신을 환영합니다’라고 적어 놓은 것을 보니 아무나 참석해도 되는 것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긴 복도가 나오고 그 끝에 아래로 향하는 짧은 계단이 있었다. 계단이 끝나는 곳에 다시 작은 공간이 나오고 그곳에 문이 하나 더 있었다. 그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복도를 따라 걸을수록 이상한 소리는 더 크게 들렸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웅성거리는 소리였다. 앙드레 빤딸레옹은 도무지 그 소리의 의도를 추측할 수 없었다. 여럿이 왁자지껄 싸우는 소리 같기도 했는데 싸움은 분명 아니었고 또 어찌 보면 단체로 겁에 질려 절규하는 소리 같기도 했는데 그것도 분명 아니었다. 그 소리에는 일종의 규칙성이 있었다. 마치 원시 종교의 집단 주문을 연상케 했고 그래서 더 호기심이 당겼다. 


앙드레 빤딸레옹은 문에 귀를 바짝 붙이고 숨을 죽였다. 이 장소가 자신이 본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이 분명하다. 그런데 안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기에 격앙된 주문 소리가 윙윙거리는 것일까? 그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가 예상했던 대로 방 안의 사람들은 광란의 소리로 각자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들은 의자에 앉아 상체를 앞뒤로 흔들기도 하고 허공에 팔을 휘두르기도 했다. 모두 눈을 감고 있는 것을 보니 분명 일종의 기도 의식이었다. 이 교회는 마치 원시 부족의 주술 의식을 치르듯 예배를 보는 것이다. 그야말로 별난 광경이었다. 그는 눈앞에 펼쳐진 이 진기한 의식을 구경하느라 거의 넋이 빠져 있었다. 


주술적 기도를 마친 사람들이 눈을 뜨고 그의 존재를 깨달았을 때 그는 얼른 문을 닫고 돌아 나가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지 순간적으로 망설였다. 그러나 오영광의 환영 인사 덕분에 고민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이렇게 앙드레 빤딸레옹은 영광교회의 새 신자가 되었고 가까운 거리에서 이들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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